[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들녁에 똥 냄새 퍼지면 농사가 시작된다
거름이든 비료든 적당량…토양검정시비로 사용량 조절
2025년 03월 23일(일) 17:30
/클립아트코리아
땅이 녹았으니 비료 뿌리고 밭 갈기를 하며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할 시기다.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땅심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데 작물이 영양분을 받아 잘 자라도록 거름과 비료를 든든하게 주어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과 상황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농사의 기본은 역시 퇴비다. 퇴비는 잡초나 낙엽, 분뇨 톱밥, 계분 등을 썩혀서 만든 친환경 비료를 말한다. 가축분(축사에서 나온 똥)과 두엄(풀, 짚과 가축의 배설물을 섞고 썩힌 거름)이 대표적이다.

퇴비를 밑거름으로 뿌리는 이유는 뿌리 발육을 튼튼히 하고, 열매를 튼실하게 많이 열리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퇴비를 많이 했다고 해서 작물이 눈에 띄게 자란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러다 보니 퇴비의 양을 얼마만큼 줘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퇴비는 발효의 정도에 따라 완숙 퇴비와 미완숙 퇴비로 나눌 수 있다. 퇴비가 미생물과 결합해 발효가 끝난 것을 완숙퇴비라 하고 주로 하우스 재배에 사용된다. 미완숙보다 냄새가 덜 나고 발효가 잘되어 있어서 농사 초보나 주말농장에 사용하기 좋다.

반면 발효가 덜 된 퇴비를 미완숙 퇴비라고 하는데, 미완숙 퇴비를 작물에 바로 사용할 경우 작물에 해가 되며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주말농장에서 시간을 아낀다고 미완숙 퇴비를 뿌리고 모종을 심거나 씨앗을 파종할 경우 가스 장애를 입어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퇴비나 거름과 비교해 인공을 가미한 토양 개량용 자재가 비료다. 농사법을 정리한 법령 중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비료란 ‘식물에 영양을 주거나 식물의 재배를 돕기 위하여 흙에서 화학적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물질, 식물에 영양을 주는 물질, 그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토양 개량용 자재 등’을 말한다.

비료는 성분에 따라 크게 화학비료(무기질 비료)와 유기질비료로 나뉘는데, 화학비료의 주성분은 화학공정을 통해 추출하는 질소(N), 인산(P), 칼륨(K) 등의 무기질 물질이다. 이에 대해 유기질비료의 주성분은 동식물로부터 추출하는 유기화합물이다.

이처럼 농부들은 농작물에 영양분을 주기 위해 토양에 비료를 공급한다. 퇴비나 거름을 통해 공급하지 못한 양분을 대체 물질로 부족한 양분을 보충하는 이치다.

한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듯 거름이든 비료든 적당해야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얼마만큼 주는가이다. 작물마다 거름과 비료를 주는 양과 시기를 정해 놓은 시비기준이 있지만, 시비 전 토양의 상태를 명확히 분석하는 게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농작물에 흡수되지 않고 토양에 남은 비료 성분에 주목해야 한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토양의 양분 집적을 예방하고, 농가 경영비 절감 등의 효과를 얻기 위해선 토양검정을 받고 이에 따른 비료 사용 계획을 세우는 것이 요구된다. 토양검정은 작물 생육에 필요한 비료 사용량을 계산하기 위해 토양 속 양분 함량을 분석하는 것으로, 농경지가 속한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분석을 의뢰하면 약 2주 후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정당국은 토양의 양분 상태를 점검해서 필요한 만큼만 비료를 공급하는 토양검정시비를 하고 있다. 토양검정시비를 하면 논이나 밭에 남아있는 양분을 이용할 수 있어 비료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양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라는 뜻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농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 이는 지나침이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침과 부족함 모두 못하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하겠다. 토양검정시비는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는 균형시비이므로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올해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에 토양시료를 가져가 시비처방서를 받아보고 비료 사용량을 줄이길 바란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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