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환상 여행 - 유물시선 지음
2025년 03월 14일(금) 00:00
광화문 지붕 기와 끝의 용머리, 영제교 아래 숨은 천록, 근정전 계단의 봉황과 천장의 칠조룡, 강녕전의 잉어와 교태전의 불가사리·표범·박쥐까지 경복궁 곳곳에 숨겨진 신비의 동물들을 찾아 떠나는 시간.

‘백제금동대향로 동물백과’를 출간했던 ‘유물시선’이 펴낸 ‘경복궁 환상 여행’은 150여 년 전 경복궁 중건 때 옛 사람들이 궁궐 곳곳에 숨겨둔 동물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가이드서다.

태조 이성계 즉위 4년째인 1395년 완공된 경복궁은 200년만인 1592년 임진왜란으로 전소됐다. 270년 동안 폐허로 남겨져 있던 경복궁은 1868년 고종 5년에 중건된다. 중건 당시 흥선대원군과 궁궐을 지은 사람들은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메시지를 담아 건물 곳곳에 배치해두었다.

궁궐이 더 이상 불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향원정 연못에 청동 용을,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에 경회루 석교에 기린을 놓았다. 왕의 처소인 강녕전 처마 끝에는 잉어 모양의 토수를 끼워 자손의 번창을 기원했으며 근정전 월대의 향로 다리에는 불과 연기를 좋아하는 용의 아들 ‘산예’를 새겨놓고 불을 소중히 모시게 했다.

책은 경복궁의 남문 광화문에서 북문 신무문으로 향하면서 다리 밑과 처마 끝, 월대 가장자리, 천장 깊숙한 곳, 굴뚝, 돌담까지 구석구석을 살피며 73마리의 동물을 찾아낸다. 독자들은 동물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무심코 지나쳤던 유물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동물을 중심으로 전각에 얽힌 사연들도 들여다본다. 자경전에 혼자 앉아 있는 해치를 통해 일제가 궁궐을 훼손한 사건을 되짚어보고, 경회루 석교의 용 조각상을 통해 ‘비운의 왕’ 단종의 말로를 살펴본다. <위즈덤하우스·1만8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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