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전염병 - 고영춘 광주기독병원 호흡기내과 의료부장
2025년 03월 13일(목) 00:00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때마다 우리는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성경에서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전염성 질환에 대한 실용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레위기와 민수기에는 위생 규정과 격리 조치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오늘날 감염병 관리 원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경에 나타난 전염병 대처 원칙을 살펴보고 이를 현대적 시각에서 살펴봤다.

먼저 격리 조치(Quarantine)에 대한 내용이다. 전염성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일정 기간 격리됐다. 레위기 13:45-46 “나병 환자는 옷을 찢고 머리를 풀며 윗입술을 가리고 외치기를 ‘부정하다, 부정하다’ 할 것이며, 병이 있는 날 동안은 늘 부정할 것이니 그는 혼자 살되 진영 밖에 거할지니라.” 이는 현대 감염병 예방의 기본 원칙인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와 유사한 조치이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공동체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질병 확산을 막으려는 실용적인 조치인 것이다.

성경에서는 손 씻기와 옷 세탁, 접촉 금지 등 철저한 위생 관리를 강조했다. 레위기 15:13 “유출병이 나은 자는 정결하게 되기 위하여 이레 동안을 더 기다렸다가 자기 옷을 빨고 흐르는 물에 그의 몸을 씻을 것이요 그리하면 정결하리라.” 이는 오늘날의 감염병 예방 수칙과 매우 유사하다. 손 씻기와 개인 위생 관리가 감염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병균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물건과 공간에 대한 철저한 정결 규정도 성경에 명시되어 있다. 레위기 13:52 “그 옷이나 날실이나 씨실이나 털이나 가죽으로 만든 모든 것에 생긴 문둥병(나병)은 불사르라.”

레위기 14:41-42 “집 안의 벽을 긁어낸 후 긁어낸 흙을 성 밖 부정한 곳에 버릴 것이며, 새 진흙과 돌로 다시 발라야 한다.” 이는 오늘날 병원과 공공시설에서 시행하는 소독 및 감염 예방 조치와 같은 맥락이다. 감염원이 남아 있는 공간과 물건을 철저히 소독하거나 폐기하는 것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질병에서 회복된 후 감염자는 공동체로 복귀하기 전에 정결 예식을 거쳐야 했다. 레위기 14:7 “제사장은 그 정결함을 받을 자에게 일곱 번 뿌리고 그를 정결하다 선언한 후 살아 있는 새를 들에 놓아주라.”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종교적 의식이 아니라 감염병에서 회복된 사람이 안전하게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마련된 절차로 볼 수 있다. 이는 현대의 감염병 회복자들이 일정 기간 건강을 확인한 후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성경에서는 감염된 자가 자신의 상태를 숨기지 않고 공동체에 알리는 사회적 책임과 배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수기 5:2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남자나 여자나 모든 문둥병자와 유출병이 있는 자와 죽음으로 부정하게 된 자를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라.” 이는 공동체의 보호를 위한 조치로, 오늘날 감염병 발생 시 당국에 신고하고 자가격리를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성경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고려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전염병 대처 방법은 격리, 위생, 소독, 정결 예식, 사회적 책임 등의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과학적 이해가 부족했던 당시에도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였으며 현대 감염병 예방과도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성경의 지혜를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할 때 개인과 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체 건강과 주변의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공동체를 위한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신앙인은 물론 일반 사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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