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검객’들의 힘찬 기합소리 “나이야 가라”
빛고을노인건강타운 검도부 40여명 활기찬 노년…평균 75세
최근 88세 어르신 등 10명 승단…전국시니어검도 4연패 활약
2025년 03월 10일(월) 19:20
승단 심사 단증을 수여받은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시니어 검도부.
지난 6일 찾은 광주시 남구 빛고을노인건강타운 2층 대강당에는 힘찬 기합소리가 울려퍼졌다. 도복과 호구를 착용하고, 스텝을 밟으며 죽도를 휘두르는 실버 검객들이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 이들은 평균 75세의 어르신들로 40여 명의 시니어 검도부 회원들은 땀 흘리며 검도 훈련에 매진했다.

연습이 끝난 후 지난 12월 검도 특별심사에서 합격한 10명의 승단자들을 위한 단증 수여식이 열렸다. 2단 2명, 3단 8명 등 그간 노력한 결과물을 받은 승단자들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시험 볼 때 긴장했는데, 3단으로 승단하게 돼 기쁩니다. 집에 단증을 걸고 손주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검을 휘두르면 정신이 맑아지고 홀가분해집니다. 근육이 튼튼해지고 치매 예방도 할 수 있어 노년기에 꼭 필요한 운동입니다. 의욕이 생기고, 진취적인 생각을 하게 되니 늘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제 나이 88세인데 앞으로도 팔팔하게 살아야죠.”

최고령자 나대주(88)씨는 검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경찰관 출신인 그는 늘 운동을 가까이 했다. 정년퇴직 후 상무관에서 태권도를 해 왔던 그는 2017년부터 이곳에서 검도를 배우고 있다. 수업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그는 4단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검도를 배우고 있다. 평소 기본 훈련에 집중하고 본국검법, 본, 연격, 대련, 필기 등을 준비해 승단 시험을 치렀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의 검도부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전국시니어검도대회 연속 4회 우승, 광주 남구청장기 대회 등 지방 대회에서도 수차례 입상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검도를 전수하는 이제방(81) 사범의 공이 크다. 검도 7단, 유도 등 기타무도 17단 유단자인 그는 청와대 경호실 연무관 검도사범 등 40여 년 경력의 지도자다. 이 사범은 2013년부터 노인들의 몸에 알맞는 건강 검도를 지도한다. 지난 8년 동안 연 인원 400여 명이 검도 수련을 하고 있으며 130여 명 유단자를 배출했다.

“노인성 질환을 가진 분들이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고, 특히 암 환자가 검도 수련을 통해 회복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해요. 집중력, 순발력, 민첩성 등 신체 전반을 활성화하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데 검도만한 운동이 없습니다.”

수강생들은 검도를 통해 건강한 일상을 되찾았고, 친목을 다지는 데도 최고라고 입을 모았다. 3단 승단한 문연호(여·76)씨도 남편이 가장 좋아할 거라며 흐뭇해했다. 60대 초반에 대수술을 받았던 문 씨는 2017년부터 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검도를 시작, 건강을 회복했다.

“처음 검도를 배울 때 3년간은 힘을 빼는 게 어려웠어요. 훈련할 때 기본기에 집중하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큽니다. 승단하는 게 목표는 아니지만, 꾸준히 연습하면 4단도 딸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사범은 “빛고을건강노인타운에 찾아오는 분들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겠다”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금영(79) 반장을 비롯한 실버 검객들은 오늘도 힘찬 기합소리를 내며 검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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