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선택하는 두 가지 길에 대하여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2025년 03월 10일(월) 00:00
요즘 자유라는 말이 귀를 어지럽힌다. 뭐를 하든지 정당한 권리, 자유의 주권적 행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놀랍게 많아졌다. 앞뒤를 잘라내고 자유의 왜곡과 남용을 반복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치밀하게 계산된 인정 요구일까? 이런 의문이 자유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한다. 사실 자유라는 말처럼 의미와 쓰임새가 멋대로 자유로운 것도 드물다. 그래서 자유를 간섭과 제재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책임은 고민하지 않는다. 이는 자유의 의미에 대한 무지를 넘어서, 개인의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자유의 정의가 어려운 이유는 자유의 의미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의 용법이 다른 탓이다. 자유는 행하기 전에는 추상적 개념이다. 그래서 사전에 있는 풀이만 가지고는 현실에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알기 어렵다 이 자유의 추상성은 현실 상황과 실제의 조건을 통해서 경험되면서 실체를 가진 구체성과 결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마다 처한 현실의 상황과 조건은 또 얼마나 다른가.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유의 기본 의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외부로부터 방해와 제약 없이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대다수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할 여지는 있다. 그런데 사실 자유에 대한 결정적 문제는 자유의 용법이다.

영국의 철학자 이사야 벌린(1909~1997)이라는 학자는 자유를 두 가지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나눈다. 소극적 자유는 개인이 방해받지 않고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간섭이나 억압과 강요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이 자유는 예를 들면 여행, 어떤 취미활동 등 일상적 자유다. 반면에 적극적 자유는 집단적인 것으로 더 큰 목표에 필요한 자유다. 여러 사람이 모인 관계와 조직 안에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다. 관계 안에서 나타나는 표현과 의사결정, 크게는 다양한 조직의 선거 등이다. 이 적극적 자유는 전체에 영향을 주는 자유다.

그런데 문제는 벌린이 말하듯이 두 가지의 자유를 구별하지 않고, 소극적 자유를 마치 대의를 위한 적극적 자유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예를 들면 전체주의자들의 말과 행동에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의 특징은 자신의 선택이 전체를 위해서 필요하며,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마지 선지자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근원은 개인적 욕망으로, 소극적 자유를 전체에게 필요한 적극적 자유라고 믿는 망상과 함께 나타난다. 소극적 자유를 적극적 자유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물론 취미 동아리 같은 작은 단체에서도 한 개인이 적극적 자유를 과도하게 주장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사람에게는 왜 자유가 필요하며 중요한가? 사르트르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나기를 자유의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그러니 본래적인 것을 왜 필요하냐고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람은 곧 자유를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이 자유는 책 속에 있는 난해한 지식이 아니고 삶 자체의 행위와 실천을 통해서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이 자유를 선택함으로써 자유는 비로소 자유가 된다. 그리고 선택되고 실천되지 않는 자유는 자유가 아니고, 빈 개념일 뿐이다. 그리고 자유의 행동으로 보이지만 외부적 상황이나 조건,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자유는 자신을 던져서 선택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자유의 선택은 개인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맺고 있는 주변과의 관계와 나아가 이 세상과 연관 된다. 작은 선택이든 큰 선택이든 선택은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미다. 이런 뜻에서 자신이 하는 선택과 말이 세상에 어떤 파장과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하물며 적극적 자유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선택은 두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무겁디 무거운 반문을 되새긴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도 하는 건가? 그렇게 하는 것이 사실은 나쁘다면!” 이 물음이 부디 모두의 것이 되리라고 믿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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