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여파로 광주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폐원이 잇따르고 있다.

인구 절벽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어린이집·유치원이 늘어나 ‘사양 업종’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 5개 자치구가 최근 공시한 ‘2025년 어린이집 수급 계획’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광주의 어린이집 정원 충족률은 64.8%에 그쳤다.

정원 4만 1021명, 현원 2만 6584명으로, 전국 평균(70.2%)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서구는 5개 자치구 중 정원 충족률이 가장 낮았는데, 정원 6880명 중 현원 4311명만 채워 정원 충족률이 62.7%에 불과했다.

남구는 정원 5487명·현원 3454명으로 62.9%, 광산구는 정원 1만 3840명·현원 8838명으로 63.9%였다. 북구 또한 정원 1만 1990명, 현원 7900명으로 정원 충족률 65.8%에 머물렀다.

동구는 정원 2824명, 현원 2081명으로 충원율 73.7%로 가장 상황이 낫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삼성어린이집(정원 146명) 등 여러 어린이집이 폐원하면서 현원 비율이 일시적으로 올라간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5개 자치구는 지난 2011년 이후부터 차례로 ‘어린이집 신규 인가 전체 행정동 제한’을 걸어 15여년째 개원을 제한하고 있다. 단 특례시설 (국·공립, 직장,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의무 어린이집, 부모협동, 장애아전담사회복지) 등은 제외된다.

어린이집 난립, 아동 감소로 휴·폐원 어린이집이 증가하는 데 따라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보육서비스의 품질을 유지·개선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신규 인가 제한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상 정원을 증원하고자 하는 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이 전국 정원 충족률을 웃돌면 초과 범위 내 신규인가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15년 가까이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공립(병설)유치원 휴·폐원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 기준 학급편성 최소 인원 기준인 5명을 미충족한 16개 공립유치원에 대해 휴원 공고를 냈다.

광주문화초·광주서석초·광주우산초·금당초·금호초·진만초·화개초·효광초 병설유치원은 올해 새로 휴원하게 됐다. 또 광주북초·광주동초·송학초·도산초·운리초·한울초·광주효덕초 병설유치원은 기존 휴원 상태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휴원을 연장하게 됐다.

휴원한 광주 공립병설유치원은 2020년 1곳, 2021년 6곳, 2022년 10곳, 2023년 14곳, 2024년 7곳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원아 모집 기준을 3년 이상 충족하지 못해 장기 휴원하게 된 유치원은 폐원 수순을 밟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광주 중앙초·월곡초·치평초·동운초·조봉초 등 5곳이 폐원했다.

보육 수요가 줄면서 유치원에 노인요양시설로 변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지난 10년간 36곳의 어린이집·유치원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됐으며, 특히 최근 5년(2020~2024년)간 32곳으로 전환 건수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원장들, 교사들도 개원은커녕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지 오래다. 현재 있는 유치원, 어린이집을 지키는 데도 빠듯한 실정일 것”이라며 “신축아파트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개원신청이 전무하다시피 한다. 어린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으니 뾰족한 방안이 없다”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광주 지역 ‘보육대상 아동’(만 0~5세) 수는 2020년 6만 2164명, 2021년 5만 7894명, 2022년 5만 3473명, 2023년 4만 8933명, 2024년 4만 5378명으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 보육통계상 광주시의 어린이집 수도 2020년 1072곳, 2021년 1002곳, 2022년 940곳, 2023년 878곳, 2024년 828곳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