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핫플] 바닷길 열리는 시간 … 그 찰나의 신비로움
[ 진도 ‘신비의 바닷길’]
매년 3월말 3~4일간만 하루 두 번 열려
관광객, 1시간 동안 걸으며 황홀한 체험
1978년 日 NHK ‘세계 10대 기적’ 소개
올해 3월 29일~4월 1일 ‘바닷길 축제’
공연·퍼포먼스·바다 행진 등 프로그램 다채
모도·뽕할머니 조각 전시장 등 볼거리 풍성
2025년 02월 27일(목) 00:00
진도 신비의 바닷길에는 때를 맞춰 기적의 순간을 체험하려는 관광객으로 장관을 이룬다. <진도군 제공>
바닷물이 갈라진 바다를 걷는 기적의 순간을 맛보는 것은 정말 황홀한 체험이다. 한낱 자연 현상에 불과하며 찰나의 순간이거나 길어야 1시간이지만, 이를 경험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와는 그 짜릿함에서 천지 차이가 난다. 인간이 기이한 자연현상이나 사건에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도군 고군면 회동마을과 의신면 모도 사이 바다가 갈라지는 일명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이른 봄 진도의 핫 플레이스인 이곳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다.

◇보배로운 섬 진도의 기적 같은 선물

진도(珍島)는 이름 그대로 보배로운 섬, 보물이 많은 고장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문화예술은 물론 자연현상이 빚어내는 보물도 있다. 남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세방낙조, 명량대첩의 현장 울돌목, 바닷물이 폭 30~40m 갈라지는 신비의 바닷길이 그것이다.

진도에서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자연현상이 ‘신비의 바닷길’이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일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현상이다. 지역주민들은 해마다 사나흘씩 바닷물이 갈라지고 물속에 잠겨 있던 바다의 속살이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살았다. 바다의 기이한 현상은 두려웠고, 그 전후에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지 않았다. 수심이 낮아지면 배를 움직일 수 없으니 그 바다에는 함부로 배를 띄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진도를 여행하던 프랑스 외교관 피에르 랑디 씨가 이 현상을 목격하고 프랑스 신문에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그는 귀국 후 프랑스 신문에 “나는 한국에서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봤다”라고 표현해 신비의 바닷길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78년엔 일본 NHK가 ‘세계 10대 기적’ 중 하나로 진도 바닷길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해마다 보는 현상이라 ‘해와 달의 힘겨루기’라고 생각했지만, 프랑스 사람 피에르 랑디 씨는 하나님의 종 모세가 이스라엘 사람들을 데리고 애굽을 탈출하여 새로운 땅을 찾아갈 때 기도로서 바닷물(홍해)이 갈라지게 하고 홍해를 건너간 기적의 현장을 떠올린 것이다.

고군면 회동마을에 있는 ‘신비의 바닷길 체험관’ 전경.
◇딱 한 시간 잊을 수 없는 황홀한 체험

이곳에선 해마다 사나흘, 하루에 두 번 1시간 정도 바닷물이 갈라진다. 이 사흘 동안 현장에서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열린다. 축제 때는 전국에서 40만에서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기적의 현장은 고군면 회동마을과 의신면 모도 사이에 있는 바다. 회동마을은 진도 본섬에 있는 마을이고, 모도마을은 바다 건너 모도에 있는 마을이다. 두 마을간 거리가 2.8km다. 바닷물이 갈라지는 시간이 1시간 남짓이고, 갯벌과 자갈이 깔려 있는 길을 한 시간 동안에 오갈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중간 지점까지 걷다가 원점으로 회귀한다.

그래서 조금 더 부지런한 사람들은 낮이나 하루 전날 모도마을에 들어가서 펜션이나 민박집을 잡고 바닷물이 갈라질 때를 기다린다. 모도에는 이맘때 유채꽃이 만발하여 여행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닷길이 열리면 관광객은 장화를 신고 바다로 뛰어든다. 물속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낙지, 해삼, 게, 전복, 소라, 바지락, 고동 등 여러 생명체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 앞에서 우물쭈물한다.

고군면 회동마을에 ‘신비의 바닷길 체험관’이 있다. 바닷길이 열리지 않을 때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는 인근에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체험관으로 형상체험관과 특산품 판매장, 4D체험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보배섬 진도군을 찾는 관광객에게 휴양, 레저, 체험 등을 제공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유채꽃이 만발한 3월의 모도.
◇3월 29일부터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바닷길축제는 본래 진도 사람들이 한 해의 풍어와 풍년을 기원하던 영등제(靈登祭)에서 비롯됐다. 바람의 신인 영등신에게 지내던 제사에 ‘뽕할머니 전설’이 맞물리면서 축제 형태로 발전했다.

의신면 회동마을 바닷가에 하얀 대리석으로 조각한 뽕할머니상이 있다. 그리고 ‘진도 신비의바닷길 축제’ 개막행사로 뽕할머니 제사의식을 치른다.

뽕할머니 전설은 이렇다. 회동마을은 당시 호랑이의 침해가 잦아 마을 이름을 호동(虎洞)이라 불렀다. 호랑이의 침해가 날로 심해져 편히 살기가 어려워 마을 사람들이 뗏목을 타고 바다 건너 ‘모도’라는 섬마을로 피신하였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섬마을로 떠나면서 호동마을에 살던 뽕할머니를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 마을에 홀로 남겨진 뽕할머니는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매일 용왕님께 가족과 이웃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용왕님을 만나 “내일 무지개를 내릴 테니 바다를 건너가라”라는 말을 듣게 됐다. 다음 날 아침, 바닷가에 나가 기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동마을의 뿔치(바위 언덕)와 모도마을 뿔치 사이에 무지개처럼 치등(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낮은 언덕)이 나타났다.

올해 역시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날에 맞춰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4일간 열린다.

의신면 회동마을 바닷가 뽕할머니상.
이번 축제는 ‘2025 새길을 열다’라는 주제로 세계적인 축제이자 관광명소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특별한 콘텐츠로 진행된다.

특히 축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총감독제를 도입하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야간 프로그램을 확대했으며, 문화도시에 걸맞는 지역 고유 민속문화 체험장과 볼거리를 늘리고 국내·외 홍보도 강화해 관광객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또 바닷길을 여는 관광객들의 염원과 기원을 담은 ‘진도 새길 퍼포먼스(행위예술)’와 함께 신비의 바다 행진(퍼레이드), 육지와 섬이 하나되는 보물섬 모도 탐방, 뽕할머니 전설 조각 전시장 등 바다를 무대화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외국인 모객 여행사를 초청(팸투어)해 외국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축제를 구성하는 등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김희수 진도군수는 “진도에서 펼쳐질 신비롭고 감동적인 축제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bigkim@ 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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