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풍경이 바뀐다…문방구 추억속으로 학생들 무인점포로
학생수 급감·교육청 준비물 지원에 광주·전남 문방구 폐업 잇따라
저가매장·아이스크림 가게서 학용품 구입…온라인 쇼핑몰 이용도
2025년 02월 26일(수) 22:40
광주시 북구 용봉동의 한 아이스크림할인점에서 문구류를 판매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학교 앞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등·하교 시간 학생들로 붐비던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는 탓에 학교 인근 무인과자점에서 문구류를 판매하고 있고, 학생들은 방과후 친구들과 모여 다이소로 발길이 향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교 준비물을 온라인 쇼핑몰 배송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2022~2042년 광주시 자치구별 장래인구추계’자료상 유소년(0~14세) 인구는 2022년 18만 5000명에서 2042년 11만 7000명으로 감소될 예정이다.

학령인구(6~21세)는 같은 기간 24만 7000명에서 12만 3000명으로 50.2% 줄어든다. 초등학생은 2022년 8만 5000명에서 2034년 4만 200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지난 2011년부터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준비물을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괄 구매하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시행돼 광주·전남 학교 앞 문방구가 점차 폐업을 하고 있다.

대신 저렴한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학교 인근 무인 매장에서 문구나 완구를 판매하면서 아이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26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광산구 신가동 풍영초 인근 한 아이스크림 할인 판매점에는 아이스크림 외에도 공책, 연필, 샤프 등 문구류를 팔고 있었다.

단색 펜부터 형광펜, 아이돌 포토카드와 앨범,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포켓몬 카드 등도 진열돼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온 학생들은 펜과 포토카드 등을 들여다보며 호기심을 가졌고 능숙하게 무인 계산대를 이용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 사장 강모(40)씨는 “학교 주변에 문구점이 많지 않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때 뿐 아니라 문구점에서 사야 할 물건들을 구입해야 할 때 자주 찾는다”고 설명했다.

개당 500원에서 3000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지만 하루 문구류 매출만 5만원에 달할만큼 인기가 좋다는 것이 강씨의 설명이다.

송하윤(여·14·서구 유촌동)양은 “요즘 문구점이 많이 없는데, 무인매장은 이곳저곳에 많다보니 무인매장에서 문구류를 자주 산다. 필기류를 더 다양하게 팔면 지금보다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방과후 ‘다이소 쇼핑’이 하나의 놀이로 정착되기도 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하교길 아이들의 발길을 사로 잡았던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다이소에는 앳된 얼굴의 초등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문구용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학용품, 반짝이는 스티커부터 캐릭터 인형, 알록달록한 머리끈, 과자와 젤리까지 ‘없는 게 없는’ 다이소에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작은 수첩과 캐릭터 볼펜 등을 고른 학생들은 들뜬 표정으로 계산까지 마쳤다.

이날 부모와 다이소를 찾은 유혜은(여·10)양은 “다이소는 우리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라고 웃어보였다.

유 양은 “주말에도 부모님한테 다이소에 가자고 조른다. 동네 문구점보다 물건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서 부모님 생활용품 사러 갈 때 꼭 따라온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다이소나 쿠팡으로 갖고 싶은 물건을 고른다”고 말했다.

학부모는 자녀 학교 준비물을 온라인 쇼핑몰에 의존하고 있다. 전날 오후 배송을 시키면 다음날 새벽 집앞에 배달이 돼 있어 편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전모(여·35)씨는 “아이 초등학교 입학 전 준비해야 할 물건이 많은데 학교 앞에 문구점도 없을뿐더러 새벽배송이 가능해 저렴하고 빠르게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쇼핑으로 입학 전 대부분의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방구를 운영하던 지역민들은 업종 변환을 꾀하고 있다.

서구 화정동에서 29년째 학교 앞 문구점을 운영하는 나모(여·60)씨는 문구류 판매 공간을 줄이고 한켠에 할인마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나씨는 “학교에서 준비물을 다 챙겨주고, 다이소가 워낙 저렴하게 팔아서 예전처럼 학생들이 잘 오지 않는다“라며 “10년 새 주변 문구점 5곳 중 우리만 살아남아서 간신히 운영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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