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게 없네” 새학기 광주 대학가 고물가 시름
등록금·월세·식비 등 줄인상
치솟는 물가에 대학생들 한숨
도시락 챙기고 걸어다니고
저렴한 학생식당서 끼니 해결
‘소비 없는 하루 ’보내기 고심
2025년 02월 23일(일) 20:15
/클립아트코리아
# 방학이지만, 취업준비를 위해 매일 아침 학교 도서관에 가는 조선대 자연과학대학생 진모(여·25)씨는 잊지 않고 도시락을 챙긴다. 진씨는 개강해도 매일 아침 도시락을 챙길 것이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사먹는 한끼 식사비가 한 달이면 수십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진씨는 “부모님에게 손 내밀기가 죄송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최대한 아낄수 있는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를 이용할 것”이라면서 “고물가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 전남대 대학원생 이모(여·24)씨도 신학기를 맞아 고민이 깊어졌다. 고물가로 식비에 월세까지 올랐기 때문이다.점심과 저녁을 가장 저렴한 학생식당에서 해결하고, 교통비를 아끼려고 걸어다녀도 한 달 생활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국밥 한 그릇에 1만 2000원 정도 한다”면서 “친구들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학식’으로 대체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100만원 밑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고물가에 월세와 식비까지 오른 상황에 일부 대학의 등록금까지 올라 신학기를 맞은 광주지역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지역 일부 대학이 등록금 동결 기조를 깨고 줄줄이 인상을 결정하면서 고민이 더 늘었다. 치솟는 주거·식비만으로도 경제적 부담이 큰데 등록금 인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23일 만난 광주지역 대학생들은 ‘숨쉬는 게 돈’이라며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가장 먼저 지난해 금리가 부쩍 오르면서 대학가 신축 빌라의 경우 임대료를 인상했다. 건축에 사용된 대출금 이자를 충당하기 위해 자연스레 월세도 올랐다는 것이 대학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신축의 경우 지난해 36만원이던 조선대 인근 원룸 월세가 최근 50만원까지 치솟았다.

동구 지산동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는 A(50)씨는 “신축은 대출금 부담 때문에 올리고 있는 추세”라면서 “구축도 대부분 공과금을 별도로 하기 때문에 월세를 동결하는 경우라도 도시가스사용료가 올라 몇 만원이라도 주거비용이 오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식비 등의 줄인상으로 학생들은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형편이다.

전남대에 다니는 오모(여·23)씨와 조선대 대학원생 전모(26)씨 커플은 눈에 띄게 오른 물가에 ‘소비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밖에서 하는 모든 것들이 소비로 이어지자 각자 집을 번갈아 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커피는 집에서 타서 마시고 직접 장을 봐서 식사를 해결하며 배달음식을 줄이고 있다.

학부모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전남대·조선대·호남대·남부대·목포대 등은 등록금을 동결했지만 동신대 5.4%, 광주대 5%, 광주여대·광주교대 4.9%, 송원대 4.6% 등 일부 학교는 인상했다.

광주대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있는 이승용(56)씨는 “수십년간 유통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난해 여름을 시작으로 매출이 떨어지면서 지금은 최악이다. 경제적으로 무엇이든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첫째 아들 등록금도 부담돼서 대출을 받았다. 고1 아들도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산구에서 운송업을 하는 송동림(53)씨도 최근 대학생인 두 딸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버겁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송씨는 “큰 딸이 국립대에 다녀 큰 돈은 들어가지 않으나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립대에 다니는 둘째 등록금까지 감당하다보면 가계에 영향을 끼친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광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2.3%)보다 높은 2.5%를 기록, 전국에서 2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40309300780384006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26일 11:5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