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만난 101가지 인간 이야기
새로고침-서양미술사(전 3권) 이진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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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간됐다. 르네상스 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서양미술사(史)를 ‘시대와 인간’이라는 테마로 풀어낸 이진숙의 ‘새로고침-서양미술사’(전 3권)가 6년여의 집필 기간을 거쳐 마무리됐다.
1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루어진 책은 역사와 미술을 접목한 베스트셀러 ‘시대를 훔친 미술’, 문학과 미술이 어우러진 ‘롤리타는 없다 1·2’를 펴낸 이진숙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10년간 매회 200명 이상이 수강한 서울 예술의전당 강좌 ‘미술사를 바꾼 101인의 예술가’의 강연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은 세상의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101가지 인간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벼운 감상과 에피소드 위주의 미술 관련 저작들이 쏟아지는 요즘, 풍부한 학구적 지식과 통찰력 있는 시선, 생생한 현장감, 편하게 읽히는 글쓰기 등이 어우러진 책은 근사한 ‘서양미술사’의 출현을 알린다.
1권 ‘인간다움의 순간들:르네상스부터 낭만주의까지’와 2권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라파엘전파부터 추상미술까지’는 각각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나왔고 마지막 3권 ‘치유와 연결의 순간들:초현실주의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가 이번에 출간됐다. 당초 ‘더 갤러리 101’로 기획된 책은 완간 후 ‘새로고침’이라는 제목을 새롭게 달았다. 기존 서양미술사를 나름의 관점에서 새롭게 써본다는 의미와 미술사를 새롭게 고친 예술가들을 소개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의 역사는 “예술가들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포착하고, 새로운 미학 속에서 인간의 풍부함을 드러낸 것”이다. 때론 모순투성이처럼 보이는 인간들이지만 불완전함을 자각했기에 역설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예술가들이 포착한 그림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새로운 시대를 압축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특정 사조의 대표작과 더불어 ‘인간’이라는 주제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덜 알려진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현대미술을 다룬 3권 ‘치유와 연결의 순간들’에는 해체와 전복을 넘어 새로운 연결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진과 회화의 미묘한 줄타기에서 탄생한 리히터의 ‘베티’는 20세기에도 여전히 인물화가 매력적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때론 통속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는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전하는 듯하다.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일리야 레핀의 작품 ‘1581년 11월16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은 화가가 야만의 시대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장이고, 평생 우울을 안고 살았던 뭉크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는 화려한 고흐의 동명의 작품과 비교하면 ‘겨우’ 빛나는 별이 작가의 고통을 대변한다.
시리즈의 첫 작품은 인간이 통곡하며 낙원에서 추방되는 장면을 담은 마사초의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며 마지막 작품은 요시모토 나라의 ‘미스 포레스트’와 표지화로도 쓰인 ‘착한 새끼 고양이’다.
101명의 작가를 소개하는 글 말미에는 언급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세 권을 함께 묶은 세트를 구입하면 실용적인 가이드북 역할을 할 별책부록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미술관 탐방 가이드101’을 제공한다.
한편 이 책은 초기 기획 단계에서 클래식 음악 전문기자 문학수가 쓴 ‘더 클래식 101’(3권)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 같은 출판사에서 역시 3권으로 출간된 책은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길라잡이다. <돌베개·각 권 3만 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1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루어진 책은 역사와 미술을 접목한 베스트셀러 ‘시대를 훔친 미술’, 문학과 미술이 어우러진 ‘롤리타는 없다 1·2’를 펴낸 이진숙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10년간 매회 200명 이상이 수강한 서울 예술의전당 강좌 ‘미술사를 바꾼 101인의 예술가’의 강연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집필한 책은 세상의 흐름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통해 ‘101가지 인간 이야기’를 풀어냈다.
![]()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 ‘베티’ <돌베개 제공> |
저자에 따르면 미술의 역사는 “예술가들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포착하고, 새로운 미학 속에서 인간의 풍부함을 드러낸 것”이다. 때론 모순투성이처럼 보이는 인간들이지만 불완전함을 자각했기에 역설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예술가들이 포착한 그림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새로운 시대를 압축한 인물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특정 사조의 대표작과 더불어 ‘인간’이라는 주제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덜 알려진 작품도 함께 소개한다.
현대미술을 다룬 3권 ‘치유와 연결의 순간들’에는 해체와 전복을 넘어 새로운 연결을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진과 회화의 미묘한 줄타기에서 탄생한 리히터의 ‘베티’는 20세기에도 여전히 인물화가 매력적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때론 통속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는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전하는 듯하다.
![]()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에’<돌배게 제공> |
시리즈의 첫 작품은 인간이 통곡하며 낙원에서 추방되는 장면을 담은 마사초의 ‘에덴동산에서의 추방’이며 마지막 작품은 요시모토 나라의 ‘미스 포레스트’와 표지화로도 쓰인 ‘착한 새끼 고양이’다.
101명의 작가를 소개하는 글 말미에는 언급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세 권을 함께 묶은 세트를 구입하면 실용적인 가이드북 역할을 할 별책부록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미술관 탐방 가이드101’을 제공한다.
한편 이 책은 초기 기획 단계에서 클래식 음악 전문기자 문학수가 쓴 ‘더 클래식 101’(3권)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 같은 출판사에서 역시 3권으로 출간된 책은 클래식과 친해지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길라잡이다. <돌베개·각 권 3만 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