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로 도약한 발레리노 전민철의 ‘비상’
tvN 유퀴즈 등 소개, 최연소로 세계 3대 무용단인 ‘마린스키발레단’ 솔리스트 입단
15일 광주로얄발레단 25주년 공연…문화체육대체요원으로 지역에서 군복무 인연
2025년 02월 17일(월) 11:45
발레리노 전민철이 지난 15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펼쳐진 ‘로얄발레단 25주년 기념 공연’에 출연했다. 공연에 앞서 주연배우 분장실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세계 3대 무용단인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 예정’, ‘코르 드 발레(군무) 단원을 건너뛰고 솔리스트로 데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한 무용수’….

국제 발레무대에서 걸출한 ‘영 건’으로 떠오른 전민철을 표현할 다음 수식어는 무엇일까.

지난 15일 오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주연배우 분장실에서 발레리노 전민철(20)을 만났다. 이날 광주로얄발레단(대표 오윤환) 창립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파키타 그랑 파드되’를 선보인 그는 발레단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바로 문화예술요원으로 군 대체복무를 하며 지역 주니어 단원을 무상 지도해 온 점이다.

전 씨는 “솔로 바리에이션부터 캐릭터 표현까지 지도하는 강사 역할을 맡으면서 2년 동안 광주, 전남의 ‘발레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며 “무용 꿈나무들의 절실함을 알기에 지역 발레인과 함께 만드는 오늘 공연이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는 오는 6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국내 최연소 입단을 앞두고 ‘발레계 아이돌’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남자 무용수 중 김기민(2011)에 이어 두 번째 합류다.

지난 5일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당시 전민철 발레리노. <tvN 방송 화면 캡쳐>
전 씨는 아직 “기대 반, 걱정 반이지만 발레 기술과 표현의 부족한 면을 채워가는 중”이라며 “소통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요즘 러시아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국밥, 떡갈비 등 구수한 남도 밥상에 익숙해졌지만 낯선 해외 생활을 앞두니 긴장된다고 했다.

그가 마린스키에 입단한 데는 수석 무용수 김기민의 도움도 컸다. 김 씨가 유리 파테예프 감독에게 전 발레리노의 영상을 보여준 뒤 오디션이 성사됐기 때문.

국제무대에 먼저 진출한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주는 모습에 대해 그는 “살아가며 잊을 수 없을 감사한 경험이며, 받은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선배가 (나를)좋게 봐주셨듯 먼 훗날 뒤따르는 이를 선도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자신도 타인에게 관심을 쏟는 일의 어려움을 알기에 김기민의 도움이 각별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처음 오디션을 볼 때 그는 “마린스키 자체가 로망이었기에 등급(솔리스트·군무)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 말했다. 그러다 단장이 안무를 호평하면서 솔리스트 입단 제의가 이어졌다고.

전 씨는 입단 통보를 받았던 순간을 회상하며 “내가 제대로 메시지를 해석한 게 맞나 의구심이 들었다”며 웃어 보였다. 마린스키행(行)을 결정 지은 그해 7월은 그에게 생생한 ‘현재 진행형’의 기억일 터다.

“점프에 취약했기에 발레에 ‘천부적’이란 말씀은 못 드릴 것 같아요. 대신 어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하는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확고했죠.”
그동안 전 씨는 한예종 무용원, 선화예술중·고교 졸업 및 유니버설발레단 객원무용수, 2023년 YAGP 콩쿠르에서 파드되 1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하거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오디션에 참가했던 경험도 잘 알려져 있다.

오늘의 전민철을 만든 토대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빌리 스쿨에서 합숙을 한 뒤 최종 캐스팅에서 낙방했던 일이 떠오른다”며 “그때 뼈저린 실패가 값 비싼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너무 큰 목표를 갖게 되면 자신을 옥죄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술을 왜 하고 싶은지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다 보면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전 씨가 가치를 두는 예술관은 행복’이다. 신체 언어로 행복감을 고조시킬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할 당시(왼쪽)와 오늘날 컨셉샷. <SBS STORY 유튜브 영상 갈무리·전민철 씨 제공>
“사실 저는 소떼(점프)에 취약한 무용수였습니다.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연마하다 보니 약점이 장점으로 승화된 케이스 같아요. 그러니까 발레에 천부적이라 말씀드리긴 어렵죠. 대신 꾸준히 도전하는 ‘의지’만큼은 확고했던 것 같습니다.”

이날 무대에서 본 그의 점프는 수사적 표현을 넘어 깃털처럼 가벼웠다. 고혹적인 스페인 풍 이인무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모습은 프랑스 궁중발레의 화사한 분위기와 경쾌함을 아우른다.

전 씨는 여전히 발레 어법을 탐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 중이다. 작품에 따라 가볍게 뛰어야 할 부분과 그 반대를 구분하고, 자신만의 악센트와 변주를 고민하며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한다. 언젠가 ‘백조의 호수’나 ‘로미오와 줄리엣’, ‘지젤’ 등 클래식·낭만 레퍼토리를 소화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선한 영향력을 지닌 발레리노’로 기억되고 싶은 전민철은 앞으로도 뛰고 또 뛸 뿐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자신의 발레 언어가 단 하나도 곡해되지 않고 오롯이 전달됐으면 하는 것이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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