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디자인에서 읽어낸 문화·역사·예술 이야기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그릇에 숨겨진 디자인, 김슬기 지음
![]() 로열 코펜하겐 블루 플루티드 더블 레이스 접시 |
“예술가에게 도자기는 평면 또는 입체의 도화지나 다름없다.” 이는 오랜 세월 다양한 모티브가 도자기의 형태 또는 그림을 통해 구현돼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유럽 도자기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 청화백자에 새겨진 그림이다. 로열코펜하겐 초기 블루 플루티드 제품 속 문양이 중국 명나라, 청나라 도자기에서 비롯됐다. 유럽에 수출된 청화백자의 대표 무늬는 산수문(山水紋)이었다.
산수문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관련이 있다. 농경문화에서 자연으로 대변되는 산수는 생존과 직결됐다. 신적인 존재가 깃든 절대적 대상으로 생로병사, 풍흉(豊凶)을 결정했다.
초월적 힘을 지닌 자연을 도자기에 담아 곁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산수를 그림으로 곁에 둔다는 것은 정신적 안정과 풍류를 누리며” 수준 높은 취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김슬기 한국도자기수리협회장은 문화재 수리 기능자(칠공)다. 홍익대와 동 대학 디자인 전문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도자기 수리 공방 ‘금여성 1929’를 운영하고 있다.
김슬기 기능자가 펴낸 ‘그릇에 숨겨진 디자인’은 디자인을 토대로 한 문화와 역사, 예술 이야기다. ‘도자기를 수집하고 수리하며 알게 된 것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사소한 자료와 조각들을 붙여 세계사와 문화사를 읽어낸다.
저자는 그동안 디자인을 수집, 수리하며 도자기를 이해해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는 중 덴마크 도자기인 로열 코펜하겐의 디자인에 매료됐다. 책은 도자기 디자인 역사를 개괄하고 로열 코펜하겐 디자인을 소개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그리고 코펜하겐 디자인의 특징과 문화 등을 알려주고 도자기를 수집, 수리하면서 느낀 단상 등을 풀어낸다.
그런데 왜 로열 코펜하겐일까. 저자는 다양한 요소를 꼽는다. “자연을 주제로 한 문양과 그림을 기원으로 하면서” 새롭게 재해석해 고급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250년에 걸쳐 하나의 스타일을 진화시켜 온 점에 매료됐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입체 화면의 화폭’인 도자기에 표현되는 디자인은 무궁무진하다고 전제한다. 시대에 따라 형태를 비롯해 색상이나 질감, 문양 등이 달라지는데 그 안에 깃든 상징도 변화한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도자기 디자인에 대하여’는 도자기 역사를 개괄한다. 현존하는 고대토기부터 우리나라 고대토기 그리고 그 안에 투영된 고대인들의 세계관을 소개한다. 청동기시대 무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화되는 경향, 특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한 모습을 띄는 이유 등이 기술돼 있다.
12세기 고려청자의 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에 대한 상찬도 있다. 저자는 고려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국보 68호)을 예로 든다. “동그란 무늬 안팎의 학은 다차원의 우주를 상징하고 하단의 연꽃 문양은 땅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2부 ‘문명의 교류에서 탄생한 도자기’는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열 코펜하겐의 역사와 특징을 언급한다. 저자는 “로열 코펜하겐은 1777년부터 회색 백자에서도 선명한 푸른빛을 표현해냈다. 코발트 블루(cobalt blue)라는 단어가 처음 영어에 나타난 해도 공교롭게 1777년이었다”고 본다.
3부 ‘도자기 디자인에 담긴 비밀’에서는 상서롭거나 고상한 문양을 비롯해 우아한 문양 등을 이야기한다. 기하학적 레이스의 미가 두드러진 제품으로 블루 플루티드 더블 레이스 접시를 예로 든다. 또한 ‘분청사기 상감 모란잎 무늬 톱니 테두리 접시’ 가장자리 레이스가 주는 균일하고 섬세한 디자인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장 ‘도자기를 수집하고 알게 된 것들’에서는 수집가와 수리사로 지내오면서 느낀 소회를 말한다. 저자는 도자기를 수집하며 수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이유, 특히 도자기 폐기물 재활용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이 모든 과정은 도자기 등의 그릇이 인간의 삶과 세계에서 어떤 상징을 내재하는지로 수렴된다.
한편 200컷의 다채로운 이미지는 보는 맛을 선사한다. <공존·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현대 유럽 도자기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중국 청화백자에 새겨진 그림이다. 로열코펜하겐 초기 블루 플루티드 제품 속 문양이 중국 명나라, 청나라 도자기에서 비롯됐다. 유럽에 수출된 청화백자의 대표 무늬는 산수문(山水紋)이었다.
초월적 힘을 지닌 자연을 도자기에 담아 곁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산수를 그림으로 곁에 둔다는 것은 정신적 안정과 풍류를 누리며” 수준 높은 취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김슬기 한국도자기수리협회장은 문화재 수리 기능자(칠공)다. 홍익대와 동 대학 디자인 전문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도자기 수리 공방 ‘금여성 1929’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디자인을 수집, 수리하며 도자기를 이해해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는 중 덴마크 도자기인 로열 코펜하겐의 디자인에 매료됐다. 책은 도자기 디자인 역사를 개괄하고 로열 코펜하겐 디자인을 소개하는 순서로 이어진다. 그리고 코펜하겐 디자인의 특징과 문화 등을 알려주고 도자기를 수집, 수리하면서 느낀 단상 등을 풀어낸다.
그런데 왜 로열 코펜하겐일까. 저자는 다양한 요소를 꼽는다. “자연을 주제로 한 문양과 그림을 기원으로 하면서” 새롭게 재해석해 고급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250년에 걸쳐 하나의 스타일을 진화시켜 온 점에 매료됐다.
기본적으로 저자는 ‘입체 화면의 화폭’인 도자기에 표현되는 디자인은 무궁무진하다고 전제한다. 시대에 따라 형태를 비롯해 색상이나 질감, 문양 등이 달라지는데 그 안에 깃든 상징도 변화한다.
![]() |
1부 ‘도자기 디자인에 대하여’는 도자기 역사를 개괄한다. 현존하는 고대토기부터 우리나라 고대토기 그리고 그 안에 투영된 고대인들의 세계관을 소개한다. 청동기시대 무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화되는 경향, 특히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한 모습을 띄는 이유 등이 기술돼 있다.
12세기 고려청자의 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에 대한 상찬도 있다. 저자는 고려 ‘청자 상감 구름 학 무늬 매병’(국보 68호)을 예로 든다. “동그란 무늬 안팎의 학은 다차원의 우주를 상징하고 하단의 연꽃 문양은 땅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2부 ‘문명의 교류에서 탄생한 도자기’는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열 코펜하겐의 역사와 특징을 언급한다. 저자는 “로열 코펜하겐은 1777년부터 회색 백자에서도 선명한 푸른빛을 표현해냈다. 코발트 블루(cobalt blue)라는 단어가 처음 영어에 나타난 해도 공교롭게 1777년이었다”고 본다.
3부 ‘도자기 디자인에 담긴 비밀’에서는 상서롭거나 고상한 문양을 비롯해 우아한 문양 등을 이야기한다. 기하학적 레이스의 미가 두드러진 제품으로 블루 플루티드 더블 레이스 접시를 예로 든다. 또한 ‘분청사기 상감 모란잎 무늬 톱니 테두리 접시’ 가장자리 레이스가 주는 균일하고 섬세한 디자인도 만날 수 있다.
![]() 백자 청화 사슴 무늬 접시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 소장> |
한편 200컷의 다채로운 이미지는 보는 맛을 선사한다. <공존·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