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년 <상> 지방자치의 역사] ‘풀뿌리 민주주의’ 30년 … 주민이 지역의 주인 되다
1949년 제헌헌법서 시작…5·16에 멈췄다 1995년 ‘민선 자치’ 열려
중앙정부 권한·재원 지방 분산 아직 미흡…지방분권 개헌 등 과제로
2025년 02월 06일(목) 21:25
/클립아트코리아
올해는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이 되는 해다. 1995년 시행된 지방자치제도로 주민 참여 제도 운영이 활성화돼 ‘참여 정치’가 가능해졌다. 또 지방의회의 입법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을 쌓았다는 호평도 있다. 하지만 중앙 집권적인 국가 운영 체제가 바탕이어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년을 맞은 지방자치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향후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톺아본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아 지방자치 역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방자치는 지방 주민이나 자치단체가 자신의 행정사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 제도로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배분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지방자치 부활 30년=6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제헌헌법에 의해 1949년 제정된 최초의 지방자치법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서울시장과 도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지방의회 의원은 주민이 선출하며 시·읍·면장은 지방의회에서 의원들이 간접 선거로 선출하도록 하는 등 간선제와 임명제가 섞인 형태였던 만큼 ‘100% 지방자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6·25 전쟁 중이던 1952년 1차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지방의회가 구성됐고 1960년 4·19혁명 이후 헌법이 개정되고 지방자치법이 제정돼 서울시장부터 도지사를 모두 주민 선거로 뽑게 됐다.

하지만 이후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지방자치는 30년간 멈추게 됐다. 이후 지방의회는 해산되고 단체장은 임명제로 바뀌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 핵심 기관인 군사혁명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은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지방의회는 폐지한다’고 규정하면서 지방자치는 퇴보의 길을 걸었다. 또 1972년 유신헌법 부칙 제10조에 ‘지방의회는 조국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지방의회 구성은 기약 없이 연기됐다.

지방자치법이 되살아난 것은 1980년대였다. 1980년 5공화국 헌법은 지방의회 구성 시기를 법률로 정하도록 했고 1988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이를 구체화했다.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 부활’을 외치며 목숨을 걸고 단식 투쟁을 한 끝에 1991년 광역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하지만 도의원들만 선출됐을 뿐 지자체장 등은 선출직이 아니어서 ‘반쪽짜리 지방자치’에 불과했다.

1995년 이른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주민들이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직접 뽑게 돼 완전한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이후 4년에 한 번 치러진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2000년대에는 주민 참여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도입됐다. 2004년 주민투표법 제정으로 지자체장의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한 주민 투표가 가능해졌고 2006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주민들에게 지방행정 통제권이 부여됐다.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 성과는=지방자치의 가장 큰 성과는 지방자치 부활로 주민이 ‘지역의 주인’이 됐다는 것이다. 주민이 지역 대표를 뽑는 유권자가 됐다는 점은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지방자치의 대표성을 띤다. 주민이 지방행정의 소비자 내지 고객이 됐다는 점, 관(官)과의 관계에서 수평적인 파트너가 됐다는 점 등은 지방자치 이전에는 없었던 변화다.

지방자치 성과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부터 탄핵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탄핵 정국으로 중앙정치가 혼란스럽고 위기를 맞았지만 지방자치를 통해 지방정치는 그나마 안정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났다면 대통령이 임명한 단체장까지 모두 탄핵당해 ‘무정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자치 덕분에 중앙정치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지방 정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 등은 과제로=‘지방자치 시대’가 펼쳐지며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 추진, 주민 생활과 밀접한 민원 해결 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 부족, 특정 지역에서의 지자체장·지방의원 일당 독점, 중앙 집권적인 제도와 관행, 부족한 주민 참여 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은 “지방자치 부활로 여러 성과를 거둔 만큼 3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지방자치를 전방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정당 공천제가 아닌 인물·정책 검증 위주의 지방선거 정상화, 광역·기초단체 간 협력 방식 모색, 주민들의 자치 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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