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을 해하다…가족 ‘적신호’
광주·전남서…아들 흉기로 살해·친모 폭행치사 등 비극
“접촉 빈도 높은 가족 간 누적갈등 탓”…예방 대책 절실
2025년 02월 04일(화) 19:40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설 명절 전후로 광주·전남에서 가족을 대상으로 한 극단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 가치관의 붕괴, 개인주의 확산, 가족간 불화누적 등으로 친족간 강력범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목포경찰은 3일 오전 11시 20분께 살인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후 목포시 상동의 한 주택에서 함께 살던 20대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이틀 뒤 지인과 통화 중 “아들을 죽였다”고 털어놨고, 해당 지인의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한 경찰이 A씨 자택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아들이 평소 일자리 없이 게임에 빠져 있다며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범행 직전 아들에게 자기 휴대전화를 새 것으로 바꿔 달라며 수십만원을 쥐어줬다가 아들이 다른 곳에 돈을 탕진하자 화가 나 아들과 말다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 A씨는 아들이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며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여기고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순천시에서는 50대 아버지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20대 B씨가 특수상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순천시의 자택에서 “청소 좀 하라”고 잔소리하는 아버지에게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범행 이후 자가용을 타고 고속도로로 도주하다 정읍시 농소동 호남고속도로 정읍 나들목(IC)에서 검거됐다.

지난달 29일 새벽 0시 10분께에는 광주시 동구 학동의 한 아파트에서 80대 친모를 살해한 C(64)씨가 존속살해 혐의로 붙잡혀 구속됐다. C씨는 같이 살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범행 이후 지인과 전화를 하면서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밝혔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등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족이니까 서로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과 달리 통계상으로는 가족 간 강력범죄의 비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수년간 광주·전남에서는 존속살인을 비롯한 살인 사건이 꾸준히 발생했다.

광주경찰에 따르면 광주시에서 발생한 살인 범죄 검거 건수는 2021년 7건, 2022년 3건, 2023년 10건, 2024년 5건 등이었다. 이 중 존속살인은 202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1건씩 발생했다.

같은 기간 전남의 살인 범죄 검거 건수는 2021년 8건, 2022년 10건, 2023년 14건, 2024년 9건이었으며, 이 중 존속살인은 2021년 1건, 2022년 2건, 2023년 3건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강력 범죄 비율 중 친족 간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원한은 일반적으로 집단 간 누적된 관계 속에서 표출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가장 사회적 접촉 빈도가 높은 가족 간 범죄가 잦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확산하면서 세대 간 갈등이 심해지고, 웃어른에 대한 공경 문화가 희미해지면서 부모를 존중하는 문화도 사라져 존·비속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구조의 변화로 가족과 대화 부족, 정서적 교류 부족 등으로 갈등이 쌓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며 “가족관계 개선 프로그램, 정신건강 치료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거나 존·비속 갈등에 대한 교육 및 예방 캠페인 등 공공·민간을 아우르는 사회복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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