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뽀빠이가 먹던 시금치 정말 몸에 좋을까
엽산·비타민 등 풍부…겨울 추위 견뎌 당도·영양 높아져
2025년 01월 20일(월) 00:00
/클립아트코리아
어릴 적 시금치를 먹으면 힘이 솟아 악당을 물리치는 주인공이 나오는 유명 만화가 있었다. 미국 만화가 E. C. 세가(1894~1938)가 만든 것인데 국내에서는 1968년에 ‘주먹대장 뽀빠이’라는 제목으로 MBC에서 방영한 뒤 인기를 끌었다. 워낙 인기가 높아 1970년대에 과자 이름에도 쓰이고, 개그맨 이상용이 뽀빠이라는 별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뽀빠이는 항상 ‘블루토’라는 악당과 싸우는데 시금치를 먹으면 엄청난 괴력을 갖게 돼 쉽게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시금치는 일반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주는 채소로 각인돼 있다.

시금치는 쌍떡잎식물 중심자목 명아주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식물이다.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면서 천천히 자라는 채소다. 시금치는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 같은 느낌이 많은 채소지만 원산지는 서남아시아로 오래전부터 중동지역에서 재배된 채소다. 시금치라는 어원은 적근채(赤根菜)라는 한자어의 중국어 발음인 ‘치근치’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해 15세기 말쯤 도입돼 재배된 것으로 추정한다.

경기 남양주 이천·포천, 경북 포항(포항초), 경남 고성·남해(보물초), 전남 순천·신안(섬초) 등지가 주산지이다. 생육에 적정온도는 약15∼20℃이고 서늘한 봄과 가을, 겨울에 잘 자란다. 25℃ 이상에서는 발아가 잘 안 된다. 산성 토양에 매우 약하다. 동양종과 서양종으로 나뉘는데 동양종은 추위에 강해 가을과 겨울에 재배돼 겨울시금치라 하고, 서양종은 봄과 여름에 재배되어 여름시금치라고 한다.

시금치는 3대 영양소뿐 아니라 수분, 비타민, 무기질 등을 다량 함유한 완전 영양 식품이다. 시금치의 엽산은 뇌 기능을 개선하여 치매 위험을 감소해주며 세포와 DNA 분열에 관여해 기형아 출생 위험을 낮춰주는 등 노인과 가임기 여성 및 임산부에게 효과적인 식품이다. 시금치의 붉은색 뿌리에는 인체에 해로운 요산을 분해해 배출시키는 구리와 망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잎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시금치는 왜 겨울에 나온 것이 유독 달고 맛있을까. 이는 ‘섬초’로 알려진 비금도 시금치의 생육환경과 유독 이맘때 인기라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섬초는 특히 겨울철에 수확한 것이 달고 맛있으며, 잎도 두툼하다. 같은 품종이라도 겨울철에 수확한 것이 맛있는 이유는 겨울철의 추위와 관련이 깊다. 월동 식물들은 대부분 겨울이 되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자당 등의 합성계가 활성화되어 물에 녹기 쉽고 전기적으로 중성인 물질인 자당, 포도당, 과당 등을 세포 속에 축적하는 반면 전분 합성계는 비활성화가 되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지온이 약 9℃ 이하로 낮아지면 뿌리에서 수분의 흡수가 억제되어 당도가 높아지는 것과 함께 비타민 등의 영양 성분도 높아진다고 한다.

이쯤 해서 시금치 잘 고르는 팁. 좋은 시금치는 잎이 두껍고 진한 녹색을 띠고 윤택이 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뿌리는 붉고 색이 선명하며 길이는 10~15cm인 것을 고르면 된다. 사용 용도에 따라 무침용, 국거리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무침용은 길이가 짧고 뿌리 부분이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 것이 좋으며 국거리용은 줄기가 연하고 길며 잎이 넓은 것이 좋다. 반면 잎이 건조하거나 황갈색으로 변한 것은 질소의 함량이 낮아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추운 겨울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자란 시금치는 당도가 높아 우리의 입맛을 돋우며 건강을 지키는 고마운 채소다. 몸에 좋고 맛도 좋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추억을 찾는 어르신들은 물론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까지 홀리는 마성을 가졌다. 우리 모두 시금치, 그것도 섬초를 먹고 뽀빠이가 돼보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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