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구묘역 성역화 사업 윤곽…지하공간 활용 역사관 신설
광주시 중간보고회…활용 계획 보니
예산 98억→209억으로 2배 증액
스토리·콘텐츠 갖춘 추모공간으로
역사관에 카페·전시관 등 들어서
추모관 수요 감안 2040년께 신설
관리동 철거, ‘추모의 벽’으로 활용
건축기획 용역 후 실시설계 추진
2025년 01월 14일(화) 21:10
14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5·18 구 묘역의 일부 묘에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다. 광주시는 구 묘역의 노후 시설을 재정비, 콘텐츠를 추가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묻혔던 구묘역을 시민친화공원으로 만드는 ‘성역화 사업’의 윤곽이 나왔다.

광주시는 최근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사업’ 건축기획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전반적인 공간 활용 계획을 세웠다고 14일 밝혔다.

구묘역은 애초 5·18 희생자 묘역이었으나 1997년 국립5·18민주묘지 신설 이후 노후화와 콘텐츠 부족, 국립5·18민주묘지와 연계성 부족 등으로 시민 발길이 끊겼다. 시는 이 공간을 개선해 스토리와 콘텐츠를 갖춘 추모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시는 13차례에 걸쳐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5·18유공자, 시민사회단체 등 의견을 종합해 사업의 큰 틀을 잡았다.

먼저 광주시는 예산을 기존 98억원에서 20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100억원 규모 사업으로는 공원 재정비에 한계가 있어 국비를 추가 확보해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출입구는 기존 3곳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 중 남쪽 출입구(민주의문 방향) 1곳만 남기고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남쪽 출입구에는 75면 규모의 잔디 블록 주차장을 조성하되, 버스 등 대형 차량도 진입할 수 있도록 재정비한다.

기존 주 출입구인 동쪽 출입구(국립5·18민주묘지 제2묘역 방향)가 있던 곳에는 역사관을 신설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

역사관은 지상 1층, 지하 2층 연면적 1096㎡ 규모로 조성하며, 지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구묘역 풍경을 도드라지게 할 방침이다. 역사관에는 추모 공간과 카페테리아, 매점, 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선다.

역사관 전면에는 행사마당을 조성해 추모 행사 등을 상시 치를 수 있게 만들고, ‘전두환 비석’과 ‘힌츠페터 추모기념비’ 등은 존치한다.

5·18 유공자, 민족민주 열사 등 안장 대상 논란에 휘말렸던 ‘추모관’(납골당)은 공원 정비 이후 15년 뒤인 2040년께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구묘역에 50여기 묘지 여분이 남아있는 점과 5·18 유공자들의 생애주기를 분석해 안장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맞춰 추모관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추모관 수용규모도 기존 2500기에서 1100여기로 축소하고, 구묘역 북쪽 출입구 인근에 설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관리실과 매점 등으로 활용되던 관리동 건물은 철거하되, 5·18 당시부터 있었던 건물로서 5·18 유가족들의 추억과 한이 서린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남쪽 벽만 철거하지 않고 남겨둬 추모 메시지 등을 남기는 ‘추모의 벽’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유영봉안소와 사무동 사이 연결통로는 증축해 실내 공간으로 확장하며, 인근 장사편의휴게실은 철거 후 재건축한다.

건축기획 초안에는 박석마당, 조형물 설치 등도 제안됐으나 5·18 유공자와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겉치레 없이, 오롯이 추모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받아 철회하기로 했다.

효용성 논란을 안고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와 구 묘역 간 지하도로 개설안은 채광, 습도 유지, 침수 등 관리상 어려움 등으로 설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건축기획용역은 오는 6월께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광주시는 용역을 마치는대로 국비 10억원을 확보해 실시설계를 추진할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한 번 만들 때 알차게 내용을 담자는 차원에서 예산을 대폭 늘려 다양한 콘텐츠와 편의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며 “구 묘역이 역사성과 상징성, 접근성 등을 두루 갖춘 시민 친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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