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푸른뱀 스토리
예술이빽그라운드 갤러리 세화전
9명 작가 참여 회화·도자 등 전시
2025년 01월 06일(월) 19:30
정정임 작 ‘싸랑해’
올해는 육십 간지의 42번째인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乙巳年)이다. 을(乙)은 푸른색을, 사(巳)는 뱀을 의미한다.

오래 전부터 뱀은 지혜와 영민을 상징하는 동물, 나아가 변혁의 표상으로 인식됐다. 흔히 겨울잠에서 깨어 생기를 발하는 뱀은 영생의 존재로 여겨졌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뱀이 치유의 신으로, 고대 인도에서는 땅과 비를 관장하는 풍요의 존재로 상정됐다.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푸른 뱀’을 모티브로 하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 갤러리는 올해 첫 세화전을 연다.

‘을사청사-푸른 뱀을 부적하라’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푸른 뱀을 표현한 회화, 드로잉, 도자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9일부터 22일까지이며 전시 오프닝은 11일 오후 2시.

정순아 작 ‘올해 당신이 제일 빛날 거야’
참여 작가는 정정임, 이호국, 박성휘, 박해경, 임수영, 정순아, 최근일, 진허 작가다. 이들은 광주전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로, 저마다 뱀과 관련 스토리텔링을 작품에 투영했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필치로 푸른 뱀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당금 대표는 “세화는 새해 복을 바라고 액을 막고자 조상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그림”이라며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인 세화를 통해 을사년의 새로운 기운과 복을 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정임 작가의 작품은 미소를 짓게 한다. 평소 생각하는 징그럽고 무서운 뱀 이미지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두 뱀이 서로 입을 마주한 모습은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푸른 뱀과 분홍색 뱀은 각각 수놈과 암놈을 상징하는데, 두 뱀이 입맞춤을 하는 순간 주위에는 붉은 하트가 솟아오른다. 뱀을 인간의 사랑에 등치시킴으로써 새해에는 모두 사랑하고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호국 작 ‘야호잡아랏’
정순아 작가의 ‘올해 당신이 제일 빛날 거야’에 등장하는 뱀은 평범하지 않다. 고고하면서도 귀티가 난다. 머리에는 다이아몬드 왕관을 쓰고 기다란 목에는 가느다란 목걸이를 걸고 있다. 그림은 뱀이 지닌 일상적 이미지를 전복시키고 영물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게 한다.

이호국 작가의 드로잉은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빛이 난다. 뱀과 인간의 밀당을 일상의 모습에서 그린 듯한 드로잉은 보는 이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기다랗게 누워 있는 뱀은 잘 닦인 길로 형상화됐다. 남자와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허겁지겁 뱀의 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진허 작가의 ‘변화무쌍’은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을 마치 미로처럼 이미지화했다. 둥근 또아리가 아닌 사각의 또아리가 형형색색의 맞물린 형상은 뱀에 대한 편견을 깬다.

전시를 위한 특별 이벤트도 진행된다.

11일 전시 오프닝에서는 9명 작가의 푸른뱀 작품과 다양한 먹거리가 마련된다. 또한 뮤지션을 초청해 간단한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14일에는 9명의 작가들과 함께하는 드로잉 체험 이벤트 ‘나도 화가다’가 펼쳐진다. 자기만의 뱀을 그려보는 시간으로 전시도 보고 그림도 그릴 수 있다.

18일(오후 12시~2시)은 화가가 요리사로 변신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오방색 떡국을 끓여내는 화가 요리사의 맛있는 점심과 에피타이저로 그림 이야기를 곁들인다. 오방색이 지닌 의미를 그림으로 해석하며 그림 속 인문철학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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