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2025 신춘문예] 소설가 함정임 단편소설 심사평
“인간 세상과 천문 우주 과학계 풀이, 새로운 시도”
2025년 01월 02일(목) 00:00
소설가 함정임
소설은 그 어느 문학 장르보다 현실에 밀착해서 투시하고 호흡하는 생명체와 같다. 이제 한국의 현실, 나아가 현대사는 12.3 내란 사태 이전과 이후로 달라진다. 지금 우리는 이전의 현실 감각으로 소설을 읽고 쓰던 기류가 급변하는 예외 상태에 놓여 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삶의 의미와 확장에 대한 질문과 탐구에 치중해 있었다. 이중 ‘해저터널’과 ‘그리고 바다,’를 놓고 최종적으로 고심했다. ’해저터널‘은 남동생을 잃은 화자(누이)와 그 동생과 연인 관계였던 우진이 각자의 상실의 아픔을 안고 함께 통영으로 여행을 떠나, 여행지의 장소성(해저터널)을 매개로 그동안 몰랐거나 스쳐보냈던 의문과 맞닥트리며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내용 전개와 흐름이 안정적인 가운데 군데군데 일상적인 감정어들이 노출되어 있어 긴장감을 떨어트렸다. 안정적인 익숙함을 넘어서는 새로움을 찾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바다,’는 우선 두 갈래 서사 운용과 각 갈래의 화법이 균형적으로 작동된 점이 돋보였다. 작가의 특권은 소재 를 선택하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는가에 있다. 작품의 성취 수준, 개성(스타일, 새로움)에 대한 평가는 그 다음 일이다.

‘그리고 바다,’는 인간 세상의 작은 현실과 천문 우주 과학계 사이에 놓여 있는 불가사의를, 시간적으로는 현재와 과거(유년), 공간적으로는 한반도 이남의 작은 어촌과 지중해 라스팔마스 인근 바르셀로나를 병치시켜 풀어가고 있는데, 서사를 이끄는 두 겹의 층위가 구체적이면서 객관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새로운 시도로 보았다. 특히 유년기 어촌과 아버지에 대한 장면과 묘사는 작가의 자질을 확인시켜주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응모자들에게 애정과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 수상자에게 축하와 함께 지속적인 정진을 바란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아대 한국어문학과교수

▲작품집 ‘저녁식사가끝난뒤’등 다수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35743600778344026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02일 13:2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