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세요…광주·전남 애도 발길
무안공항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공항 밖까지 조문 행렬
광주 분향소에도 아이들 손 잡은 가족 단위 추모객들 북적
2025년 01월 01일(수) 20:10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광주시 동구 5·18 민주광장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추모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4일째이자 2025년 새해 첫날인 1일 무안국제공항과 광주 5·18민주광장의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민들은 새해 해맞이 대신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로 발길을 돌렸다. 광주에서는 분향소 설치 이후 1만명이 훌쩍 넘는 추모객이 다녀갔다.

추모객들은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위로하고 참사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하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추모객들이 몰리면서 공항 밖까지 추모대기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 1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했음에도 추모객들은 자신의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

한 추모객은 희생자들의 사진이 걸려있는 벽을 멍하니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뱉고 묵념했다. 희생자 대다수가 광주·전남 지역민인 만큼 지역에서 온 추모객이 많았다. 승무원을 제외한 여객기 탑승자 175명 중 전남도민 75명, 광주시민 83명이다.

정성원(33)씨는 “지난 29일 참사 때부터 무거운 마음을 덜어낼 수 없었다”며 “가장 아프고 슬픈 새해를 보낼 유족들과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광주에서 달려왔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온 조승현(46)씨는 “새해를 맞았지만 기쁜 마음보다 여객기 참사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영면하신 분들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가족분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김기모(69)씨도 “새해 첫날이라 가족끼리 해돋이를 보러 가자는 말이 나왔지만 슬픈 마음에 조문을 왔다”며 “벽에 붙은 영정사진을 보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희생자들이 영면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향에서 빚어진 비극적인 참사에 서울에서 무안을 찾은 이도 있었다.

장윤주(여·38)씨는 “고향이 전남이어서 ‘희생자가 내 이웃이었을 수 있다’는 마음에 급하게 내려왔다”며 “공항에서 가족을 기다리며 새해 첫날을 보내는 유가족분들을 안아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슬퍼했다.

자녀 등 가족 5명과 함께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광호(51)씨는 “아이들이 용돈으로 과자 등 유가족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식품을 샀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고 밝혔다.

광주시 동구 5·18 민주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도 시민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께 민주광장에는 2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국화꽃을 손에 쥐고 침통한 표정으로 추모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대기시간이 수십분이 걸렸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박솔몬(16·북구 삼각동)군은 10년 간 자신을 진료해 준 치과의사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분향소에 들렀다. 박군은 “과잉진료 없이 친절하게 치료하시기로 유명하신 분이었다. 올해 여름을 마지막으로 다음달 진료를 앞두고 있었는데 더는 선생님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고개를 떨궜다.

화순에서 찾아온 김씨 자매도 있었다. 김예린(여·13),양과 김주원(11)군은 “뉴스를 보며 어린 친구들도 희생됐다는 소식을 듣고 추모하기 위해 엄마 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5·18 민주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총 1만 1447명의 추모객이(30일 2463명, 31일 5605명, 1일 3379명)이 다녀갔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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