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2040] 개구리 죽이기- 정준호 국회의원·위민연구원 이사
2024년 12월 30일(월) 22:30
‘끓는 물 속 개구리’라는 유명한 은유가 있다. 개구리를 갑자기 끓는 물에 넣으면 살기 위해 뛰쳐나오지만, 천천히 온도를 올리면 위험한 줄 모르다가 결국 죽는다는 것이다. 서서히 일어나는 심각한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우화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 질서에 끓는 물을 퍼부었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비상계엄을 선언했고, 입법부에 무장한 공수부대를 투입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다. 특정인을 사살하려 했다거나 북한의 공격을 유도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엄청난 내란 시도는 불과 수 시간 만에 진압됐다. 민주주의를 체화한 우리 국민의 위대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천천히 끓는 물로 다시 이 위험하고 냉혹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내각 총사퇴도 모자랐을 판에 여전히 총리직을 유지했던 한덕수 권한대행은 계엄을 옹호하는 비열함을 보였다. 내란 물증을 확보하려는 수사기관을 방해한 대통령 경호처는 그 어떠한 조치도 받지 않았고, 국회가 의결한 ‘윤석열 내란 특검법’은 공포는 고사하고 국무회의조차 오르지 않았다.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은 적극적으로 행사되었으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임명 요청은 즉시 거부되었다. 권한대행이 아닌 내란대행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다.

특히 그 무엇보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온 국민이 촛불과 응원봉을 들어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이끌어 낸 이유는 계엄의 위헌성과 부당성을 헌법재판소에서 밝히기 위함이었다. 말도 안 되는 내란으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 한 범죄자들을 법률 절차와 민주주의의 힘으로 엄중히 단죄하기 위함이었다.

내란에 침묵만 했던 내각이 대체 언제부터 조정자의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말인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궤변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내각에 앉은 국무위원 중에 야당 동의 없이 대통령이 밀어붙인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인가. 독도 문제가 한·일이 합의할 문제가 아니고 동북공정이 한·중이 합의할 문제가 아니듯 내란죄 처벌 또한 합의사항이 아니다. 점잖은 척 진중한 척 겉으로만 공정한 저 논리는 실상 내란 옹호에 불과하다.

천천히 끓는 물은 끓인 물보다 더 치명적이다. 헌정 질서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내각, 국민의힘 여당의 내란 무마 삼각편대는 이미 작업을 시작했다. 대통령 측은 계엄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합법성을 주장하며 수사와 재판에 일체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헌법재판관 표결에 불참하고 한 대행 탄핵의 정족수 놀음을 하며 어떻게든 사태를 지연시키려 혈안이 되었다. 한 대행을 비롯한 내각은 마치 내란이 아무 일이 아니었던 것처럼 사회안정을 운운하며 국민의 기억을 지우려 하고 있다. 12월 3일 실패로 끝났던 그 내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길은 하나뿐이다. 국민들보다 위에 있는 정치인도 없으며 나라보다 중요한 정권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대행의 파산이 우리 헌정 질서의 파산으로 연결되지 않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정 질서는 내란세력의 요릿감이 아니고, 우리 민주주의는 눈이 먼 개구리가 더더욱 아니다. 지금도 물을 타며 나라를 망치고 있는 저 저급한 요리사들에게서 이제는 칼을 뺏어야 할 때다. 그 누구도 탄핵심판을 방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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