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친구·가족들과의 여행 기쁨이 악몽으로 변했다
안타까운 탑승객 사연들
화순군 공무원 등 8명 동반 여행
아들과 첫 여행 나선 일가족 3명
학생·교직원 12명도 함께 탑승
2024년 12월 29일(일) 22:25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사고가 발생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청사에서 유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광주·전남 지역민들이라 점에서 탑승객 가족들은 사연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일가족이 단란하게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한 사연, 첫 해외여행길이 마지막 여행이 된 기구한 운명 등 탑승객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광주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사고로 여동생(23)을 떠나보냈다. 아버지가 태국 국적 새엄마와 결혼해 A씨는 태국 출신의 여동생이 생겼지만 먼저 세상을 떠나보내게 된 것이다.

A씨는 “태국에서 무안으로 오는 비행기가 오늘 단 한 편밖에 없어 이 항공기로 동생이 오기로 해 아침부터 가게 일도 접고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는데 허망하다”면서 “동생이 먼저 광주로 온 뒤, 새엄마도 광주로 건너오기로 했는데 아침에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모(54)씨는 화순군청에서 근무하는 둘째 누나(58)를 이번 사고로 잃었다. 이씨는 “5남매라 ‘독수리 5형제’라 불렸는데 한 명이 가버렸다”고 망연자실해했다.

그는 “화순군청 직원들끼리 간 여행이라고 들었다. 방콕으로 여행간다고 신나했는데, 뉴스 속보로 사고 소식을 듣고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며 “양친이 돌아가시고 남매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살았다.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왜 이렇게”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화순군에서는 현직 공무원 3명, 퇴직 공무원 5명이 동반 여행을 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이들은 이서면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 모임으로 전해졌다.

화순 농·축협 조합원과 가족 등 8명도 비행기에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호남인에게 희망을 안겨준 프로야구 KIA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을 함께 했던 KIA타이거즈 관계자 B(43)씨 일가족도 이번 여객기를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연소 탑승객인 B씨의 아들(3)과 아내(37)의 사고 소식이 함께 전해지면서 주변의 슬픔과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B씨는 최근 첫 가족 여행의 기쁨과 설레임을 SNS에 사진과 글로 남기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 지역을 담당하던 언론인도 사고 비행기를 탑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목포지역의 현장 취재를 담당 하던 언론인이라는 점에서 지역 언론계에서도 슬픔이 깊어지고 있다.

이 사고로 아내를 잃은 박수용(광주시 남구,43)씨는 무안공항에서 좌절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3개월 연애 후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골인한 박씨는 슬하에 여섯살 딸 아이를 두고 있는 올해로 결혼 7년차 부부다.

박씨는 “아내가 친구들과 다섯명이서 연말에 방콕 여행을 간다고 좋아했었다”며 “아직 아이는 엄마 소식을 모르고 공항에 따라왔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공항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공식적으로 22명에 불과하다. 신원 파악 등 유가족에게 전달되는 내용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외에도 광주·전남 학생들과 교직원들도 사고 비행기를 탑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4명의 학생이 전남에서는 5명의 교직원과 3명의 학생이 이 비행기를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에 70대 이장 부부 등 8명의 순천 시민이 탑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무안=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무안=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무안=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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