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량발호(跳梁跋扈) - 박성천 문화부장
대학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에 ‘도량발호’(跳梁跋扈)가 뽑혔다.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으로 권력자들의 무도한 행태를 빗댄 것이다. 교수신문은 최근 전국 대학 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그 결과 450명(41.4%)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를 선택했다.
‘도량발호’는 뛸 도(跳), 들보 량(梁), 밟을 발(跋), 뒤따를 호(扈)로 이루어져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안한 정태연 중앙대 교수는 교수신문에서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선용해야 함에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라며 “권력을 가진 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라고 추천 이유를 언급했다.
2위는 307표(28.3%)를 얻은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차지했다. 일상에서 많이 통용되는 ‘후안무치’는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3위는 201표로 18.5%를 받은 ‘석서위려’(碩鼠危旅)가 뒤를 이었다.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뜻을 담고 있다. 오늘의 어지러운 시국과 정치권에 대한 질타로 보인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해마다 12월이면 교수들의 추천, 투표를 통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왔다. 2021년에는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묘서동처’(猫鼠同處), 2022년에는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가 뽑혔다. 대체로 정치권과 권력자들의 부정적이고 불의한 행태 등을 꼬집는 말이 선택돼 왔다.
사자성어는 교훈과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다. 오늘의 현실을 냉철하게 반영하는데, 특히 공정과 상식을 팽개친 이들을 향한 준엄한 꾸짖음도 담고 있다. 지금까지 24년간 선택된 사자성어는 부정적 일색이었다. 내년 이맘때 선정될 사자성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긍정적인 말이 선택됐으면 한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2위는 307표(28.3%)를 얻은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차지했다. 일상에서 많이 통용되는 ‘후안무치’는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3위는 201표로 18.5%를 받은 ‘석서위려’(碩鼠危旅)가 뒤를 이었다.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뜻을 담고 있다. 오늘의 어지러운 시국과 정치권에 대한 질타로 보인다.
사자성어는 교훈과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다. 오늘의 현실을 냉철하게 반영하는데, 특히 공정과 상식을 팽개친 이들을 향한 준엄한 꾸짖음도 담고 있다. 지금까지 24년간 선택된 사자성어는 부정적 일색이었다. 내년 이맘때 선정될 사자성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긍정적인 말이 선택됐으면 한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