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특별함을 찾아...20대가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
“트렌드 선도하는 20대, 그들의 새로운 ‘힙’ 문화”
2024년 12월 22일(일) 12:30
광주에 위치한 독립서점 내부
트렌드를 따라가기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하는 20대에게 도서에도 트렌드가 생겼다. 바로 ‘텍스트 힙’이다.

이는 글이나 읽을 것 따위를 의미하는 ‘텍스트(Text)’와 유행하는 고유한 멋을 뜻하는 ‘힙(Hip)’의 합성어다.

한 마디로 “글을 읽는 일, 책을 읽는 행위가 남들과 자신을 구별하는 ‘힙’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일군의 무리 혹은 그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2023 국민 독서 실태조사 보고서’ 중 연령층별로 독서율을 조사한 그래프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의 독서율은 74.5%로 성인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연령층으로 확인됐다. 갈수록 낮아지는 독서율에 비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현상은 단순한 독서량의 증가가 아니라, 독서가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힙’한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깊다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출판·도서 행사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주최사 대한출판문화협회(KPA)의 집계 결과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15만 명의 관람객이 모이며 성황리에 마쳤다. 관람객 대다수는 2·30대 젊은 층이었다. 트렌드 랭킹 서비스 ‘랭키파이’ 분석에 따르면 20대(45%), 30대(28%) 관람객 비중이 전체 73%에 달했다.

‘2023 동네서점 트렌드 Bookshopmap Trend’의 전체 독립서점 수 <동네서점 홈페이지>
이러한 독서 열풍은 대형 도서행사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독립서점에서도 20대 독자들의 열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2월 발표된 ‘동네서점 트렌드 Bookshopmap Trend 2023’에 따르면, 현재 지도에 등록된 독립서점은 총 884곳으로 집계됐으며, 주로 20~30대 독자들이 독립서점을 자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립서점의 두 가지 독립, 자본과 양에서 벗어나다

독립서점이 우리의 곁에 어떻게 자리하게 되었는지, 2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면 그 정의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독립서점은 말 그대로 ‘독립’된 서점으로, 크게 두 가지 부문에서의 독립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교보문고나 알라딘과 같은 대형서점이나 다른 문화 자본과 연결되어 있지 않고 개인이 운영한다. 따라서 주로 책방지기의 취향에 따른 책들을 배치하며 독립출판물과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로 서점을 채운다.

둘째는 ‘양의 독립’이다. 베스트셀러 중심의 대형서점 방식에서 벗어나, 독립서점은 책의 수량보다 개성과 큐레이션을 중시한다. 과거에는 독립서점이 주로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곳으로 인식됐지만 현재는 각 서점의 개성적인 큐레이션을 통해 보이지 않던 책의 매력을 드러내는 예술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독립서점의 성장 배경: 인디 문화와 사회적 변화

독립서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2010년대 이후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서 독립서점의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그 배경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디 문화가 번성하면서 특색 있는 독립잡지들이 등장한 것이 있다. 이들 잡지는 기획, 취재, 편집, 디자인을 모두 독자적으로 진행해 중소형 서점에서 전시·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차 독립출판물의 유통 경로를 찾기 위해 직접 서점을 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독립서점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회적 변화도 독립서점의 성장을 촉진했다. 1990년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으로 고용 형태가 변화하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다. 비정규직과 프리랜서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이 약해졌고, 이들은 느슨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또한, 독창성, 개성,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등장은 독립서점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특한 상품과 경험을 찾으며, 대형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서점만의 개성에 매력을 느낀다.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독립서점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2010년 전체 가구의 약 23%였던 1인 가구는 2020년 30%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나 개인 맞춤형 소비를 선호하며 독립서점의 큐레이션과 개별화된 공간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처럼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소비 패턴은 독립서점이 하나의 문화적 공간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주 동명동에 위치한 ‘동명 책방: 꽃이 피다’ 외관
◇독립서점에서 만나는 문화와 사람들

청년들이 독립서점을 찾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광주 동명동 위치한 한 독립서점 ‘동명 책방: 꽃이 피다’를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눈에 보이는 것은, 예상보다 넓은 공간과 다양한 장르의 책들.

이곳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 그 이상이었다. 벽면 한쪽에는 서점을 찾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팸플릿이 붙어 있었다. 독립서점이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임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지난 10월 김유태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다. 독립서점은 자주 작가들을 초청해 독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독서 토론을 열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들은 작가에게 직접 질문하고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기회를 갖는다.

이곳 책방 2층은 광주 여성영화제의 영화상영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독립서점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며 문화 소외지역에서 진정성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며 지역 문화 진흥에 기여하고 있다.
독립서점에 각종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형성된 연대는 20대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을 채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2년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독서경험 및 책 모임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250명 중 66.4%가 ‘타인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동명 책방: 꽃이 피다’ 책방지기는 “주 고객층은 20대 여성분들이며, 나와 같은 50대 여성들이 가끔 서점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큐레이션이나 각종 북토크에서 아직 20대 여성들의 참여도가 기대만큼 높지는 않지만 서점에서 요즘은 책을 잘 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서점의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정경선 대학생 기자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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