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바라본 디지털 성범죄- 성지영 광주YWCA통합상담지원센터(디지털성범죄특화형상담소) 소장
2024년 12월 16일(월) 22:00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SNS(소셜 미디어), 메신저, 영상 공유 사이트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여 사용자들이 많은 콘텐츠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플랫폼을 악용해 원치 않는 성적 이미지나 영상을 쉽게 제작하고 유포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서울대 N번방, 인하대 N번방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가 대학 내에서 발생한 사례로, 디지털 성폭력과 불법 촬영물 유포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대학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에서 사용된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인공지능기술(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혼성어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얼굴이나 목소리 등을 조작해 실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콘텐츠를 말한다. 딥페이크 기술은 영화, 게임, 가상현실 등에서 혁신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보이스피싱,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부정적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폭력으로 확산되어 청소년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언론 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단순히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리터러시 세대인 청소년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게임, 채팅 앱 등 디지털 도구를 통해 발생하는 온라인 그루밍은 성인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고, 점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며 성적 요구나 부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그루밍의 수법은 가해자들이 청소년들의 심리적 특성을 악용하여 친밀감을 쌓은 후 성적 사진과 영상을 보내게 만들고, 이에 응한 피해자에게 유포 협박을 하며 더 많은 영상물을 요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YWCA통합상담지원센터에서 지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10대 피해자들의 경우, 온라인 그루밍을 통한 피해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4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분석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제작한 경우에는 유인 등에 의해 피해자가 스스로 촬영·제작한 성적 이미지를 보낸 경우(27.0%)가 협박 등에 의해서 보낸 경우(11.2%)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본 기관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안정화하기 위해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비동의 유포 촬영물에 대한 관련 정보 및 유포 URL에 대한 삭제 요청과 병원 진료 및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의료비 지원,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유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신고 과정에서 수사기관과 동행하여 피해 조사 시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하고, 피해 사건 관련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며, 피해자가 당면해 있는 피해 상황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개인, 사회, 기업, 정부가 함께 협력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각 분야에서 예방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고,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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