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폭주 맞선 것” 내란도 야당 탓…담화 빌린 자신 변호
탄핵·특검법 발의·예산 삭감 등 이유 내세워 야권 반국가세력 규정
부정선거 등 보수 유튜버 주장 강조…“의원 체포‘ 증언 등 해명 안해
2024년 12월 12일(목) 13:05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12·3 계엄사태’와 관련, ‘계엄의 정당성’과 ‘내란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며 계엄은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또 계엄의 배경으로 야권의 무리한 탄핵과 특검법 발의,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들었고, 중국과 북한의 첩보 활동에 따른 위급 상황을 지적하며 ‘반공(反共)’ 이데올로기까지 꺼내들었다.

무엇보다도 “국회 문을 열고 끌어내라”는 등의 계엄군 간부들의 국회 증언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고, 국회 계엄군 투입은 단순한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일부 증언에 대해 반대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부정선거 등 일부 보수 유튜버들의 편협한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담화 내용에도 담아 계엄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군인 출동의 이유가 부정선거 조사를 하기 위한 점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평가다. 이미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에서 사실상 계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변호를 하기 위한 담화였다는 점에서다. 특히 자신의 계엄 선포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해 극우 보수 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탄핵과 특검법·예산 삭감 따른 계엄, 내란 아니다”=이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정당한 통치행위’이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 사유가 분명하고 법적 절차에 따랐기 때문에 헌법적으로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는 향후 탄핵과 수사에 대비한 법적 다툼을 벌이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이유로 178회 대통령 퇴진·탄핵 집회, 공직자 탄핵 추진 등을 지적했고 이를 야권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헌법(제21조 1항)에 보장된 ‘모든 국민은…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점을 대통령 스스로 부정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야권의 27번의 특검 법안 발의와 관련해서도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이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계엄 선포가 ‘야당에 대한 불만’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 것”이라면서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의 탄액안·특검 발의 등 의정활동을 사회 전복을 위한 위협으로 판단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또 예산안 삭감 등 국회의 역할도 인정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의 내년도 특경비·특활비, 금융사기 사건·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마약 수사 등 민생 침해 사건 수사·대공 수사·마약·딥페이크 범죄 대응 예산 삭감을 거론하면서 야권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했다.

또 원전 생태계 지원, 체코 원전 수출 지원, 차세대 원전 개발, 기초과학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동해 가스전 시추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 예산 삭감 등을 거론하며 예산 삭감이 직접적인 계엄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생각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그동안 야당 대표와 긴밀히 논의하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치와 소통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사실상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계엄 책임 언급 없고, 일부 증언도 부인=이날 윤 대통령의 국민 담화에서는 국회에서 증언된 각종 계엄 관련 진술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고, 일부 증언과 위배되는 발언도 많았다.

특히 ‘느슨한 계엄’으로 ‘계엄 효과’를 얻고 피해는 최소화 했다는 것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윤 대통령은 “애당초 저는 국방장관에게 과거의 계엄과는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에서 군 간부들과 국무위원들의 증언과 위배된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국회에서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걸어 ‘본회의장의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의 담화에서는 “국회의원을 본회의장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실제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자 국방부 청사에 있던 국방장관을 제 사무실로 오게 하여 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면서 앞서 밝혀진 증언과 정반대 발언을 내놓았다.

◇극우 유튜버 주장도 계엄 사유=윤 대통은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 등을 실제 믿고 있는 듯한 말들도 쏟아냈다.

이날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은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북한 해킹 공격을 언급했다. 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점검을 하려고 했지만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강제수사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도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일부 유튜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 실제 대통령이 믿고 있었고, 군인을 선관위에 출동시켜 조사하려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도 일고 있다.

또 계엄에 따른 효과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사실 12월 4일 계엄 해제 이후 ‘민주당에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보류하겠다’고 해 짧은 시간의 계엄을 통한 메시지가 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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