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의 국정 운영은 권력 찬탈”
헌법학자들이 본 담화문
대통령이 권한 넘길 수 있는 것은
사망·탄핵·스스로 물러났을 때 뿐
대통령 ‘국정 일임’ 방식은 위헌
2024년 12월 08일(일) 20:45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헌법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선포에 따른 사과 담화에서 제시한 ‘국정 일임’ 방식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총리와 특정 당에 국정운영을 일임하는 절차는 헌법에 없는 규정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7시간을 앞둔 7일 오전 10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면서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헌법학자들은 이는 위헌 소지가 다분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헌법상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권한을 넘길 수 있는 방식은 유고(有故)시와 탄핵시 뿐이다.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권한 대행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71조)이다.

대통령 궐위는 대통령이 사망, 탄핵, 사임 등의 이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운영 공백을 막기위해 헌법은 권한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률전문대학원 헌법교수는 “대통령이 언급한 ‘우리 당’은 사적인 모임에 불과하다”면서 “대통령의 담화에 담긴 내용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고 그것을 사유화한 것으로 민간인에게 국정운영을 넘기겠다고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정당의 대표일 뿐이어서 국가권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 대표에게 국정운영을 넘기면 불법 권력이양에 해당하는 셈이다.

한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 받으면 권한대행으로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공동담화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헌법에도 없는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무총리와 여당의 대표가 국정운영을 하는 것은 권력 찬탈에 해당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언급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여당에게 국정운영을 일임한 것은 국회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한 총리와 한대표에게 국정운영을 위임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은 물론 법적 정당성도 없다”고 분석했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헌법교수도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절차만으로 질서있는 대통령 퇴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궐위되면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68조 2항)를 치르면 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대통령이 현직을 유지하고 국무총리가 권한을 행사하면 수렴청정과 다를 바 없다”면서 “국무총리가 현직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헌법은 대통령이 사망 또는 스스로 물러났을 때, 탄핵됐을 경우에만 절차와 규정을 두고 있다”면서 “당연히 대통령 궐위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이지만, 이번 사태에서 국무총리가 내란 방조 혐의가 있다면 정부조직법 상 국무위원 서열에 따라 권한을 승계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국무위원 서열은 국무총리에 이어 기획재정부장관, 교육부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법무부장관 등의 순이다.

또 권한 대행의 경우 명확한 업무범위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국가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한된 권한만 행사 가능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중론이다.

행정 업무와 정책 집행 뿐 아니라 긴급사태 대응 및 외교업무는 가능하다. 국회와 협력 및 법안 처리도 할 수 있다. 단, 헌법개정 발의는 불가하고, 대규모 정책 전환이나 중대 인사조치는 할 수 없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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