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학자가 바라본 고흐의 작품 세계, 빈센트 반 고흐: 신의 눈빛을 훔친 남자
이태호 지음
2024년 12월 06일(금) 00:00
<마로니에북스 제공>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는 빈센트 반 고흐를 사랑하는 이들이 꼭 찾는 장소다.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배경이 된 들판을 따라 오르다 고흐의 무덤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은 애틋해지고 만다. 살아생전 단 한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고,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 곁에는 평생 형을 위해 헌신했던 동생 테오의 무덤도 함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작품 세계와 삶을 들여다본 ‘빈센트 반 고흐:신의 눈빛을 훔친 남자’가 나왔다. 필자는 한국미술사를 공부한 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다. 이 교수는 집필에 앞서 네덜란드, 벨기에를 거쳐 반 고흐 회화 세계를 완성한 프로방스의 아를과 생레미까지 답사했고, 책에는 생생한 현장 풍경도 함께 담겼다.

37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던 고흐가 화가로 활동했던 시간은 1880년부터 1890년까지 10년에 불과했지만 그가 쏟아낸 작품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람들은 그를 ‘불꽃의 화가’, ‘태양의 화가’, ‘불멸의 화가’로 부른다.

낡은 구두 한 켤레. 빈센트 반 고흐<마로니에북스 제공>
“반 고흐는 신의 마음을 훔친 눈빛으로, 신이 내린 인간과 대지를 광기와 영혼을 쏟아 그림으로 그린 작가”라 평한 이 교수는 “책을 집필하며 그의 고난의 인생 역정보다 변혁으로 근대 사회가 다져지던 시대, 네덜란드 상류층 출신 청년이 고향을 떠나 프랑스에 정착해서 세계적인 화가로 발돋움한 길을 찾는 데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그리고 동아시아 예술론’, ‘작품 세계, 인간과 자연의 예술적 융합’ 2부로 구성돼 있다. 네덜란드 시절(1880~1885)에서는 “근대 문명의 그늘처럼 리얼리즘의 감명이 처연하게 드리워진” ‘감자 먹는 사람들’을 비롯해 밀레 화풍의 풍속화와 풍경화를 들여다본다. 프랑스 시절(1886~1890)에서는 “손에 신이 내린 듯, 신명을 탄 색깔과 붓질이 꿈틀거리는” 인상주의 화풍의 작품들에 대해 소개한다.

아를의 침실. 빈센트 반 고흐<마로니에북스 제공>
본격적인 작품 분석은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장르별로 분류해 시간 순으로 배치, 고흐 작품 세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미술사학자가 들려주는 고흐 이야기는 역시나 색다르고 흥미롭다.

저자는 그의 초상화에서 조선시대 사대부의 초상화를 끄집어내고, 고흐의 ‘하얀 과수원’과 오지호의 ‘임금원(사과밭)’을 나란히 보여주며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또 일본의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고 중국 청나라의 좋은 먹을 사용하기도 했던 고흐의 편지글 등을 통해 동양의 선불교나 노장사상을 연상시키는 대목들도 소개한다.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은 생생한 도판이다. 국내외에서 발간한 고흐 관련 저술과 도록에 등장한 500여점 중 저자가 현지에서 직접 감상한 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생애와 관련해 의미있는 그림 100점을 실었다.

<마로니에북스·2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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