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만의 콘텐츠 발굴…글로벌 예술도시 한 걸음 도약
[굿모닝예향-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10년…어디까지 왔나]
2012년부터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개최
창의벨트 조성·영재 육성·정책포럼 등 시행
예술가 만의 미디어 아트 아닌 시민 곁에 서야
시민과 도시 브랜드·문화 정체성 확립 시급
G.MAP ‘LED 미디어 월’ ‘창의벨트’등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다양한 지원 필요
2024년 12월 02일(월) 19:20
지난 2014년 12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광주시는 10년 동안 ‘미디어 아트’를 통해 예술과 삶의 연결을 주도하는 문화산업 도시로서의 기반을 구축해왔다. 광주시 미디어아트 관련 특성화 정책을 총괄적으로 수행하는 컨트롤 타워인 ‘광주 미디어아트 플랫폼’(G.MAP).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2014년 세계 4번째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지정=“새로운 기술과 관련해서 저는 기술에 대한 애정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요. 전 새로운 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있어요. 나는 예술가에요. 나는 특정한 재료나 예술적 기법이나 기술에 얽매이지 않는 예술가예요. 그 기술이 오래된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상관없이요. 제가 원하는 것은 제 시대에 중요한 것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광주 미디어아트플랫폼(G.MAP) 1, 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기념특별전 ‘오를랑하이브리드(ORLANhybrids)’(~12월 5일). 프랑스 아티스트 오를랑(77)은 작가 소개 영상에서 ‘작가의 작품에서 기술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작가는 1990년대 “나는 예술에 내 몸을 바쳤다”(I have given my body to art)라고 선언하며 몸에서 영감을 얻은 ‘성형수술 퍼포먼스’ 시리즈 등을 펼쳤다. 팔순을 앞둔 최근에도 사진·영상과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매체를 활용해 끊임없이 예술적 확장을 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코브라와 재활용 재료와 물건으로 만든 새로운 로봇’ 등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경고하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담은 작가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광주는 ‘빛의 도시’라는 상징성과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4년 12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미디어아트 분야) 회원도시에 가입했다. 미디어아트 분야로는 프랑스 리옹(2008년)과 엉갱레뱅(2013년), 일본 삿포로(2013년)에 이어 세네갈 다카와 함께 세계 4번째였고, 국내에서는 첫 번째였다.

◇백남준에서 광주로 이어지는 ‘미디어 아트’=광주시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국내외 작가의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해왔고,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미디어아트 분야) 가입 이후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 꾸준하게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구축에 발벗고 나섰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지속가능한 창의도시로서의 역할을 모색하는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정책포럼’이 시작됐고, 2019년부터 1~5권역으로 나눠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또한 2022년 3월 미디어아트 특화공간이자 미디어아트 분야 컨트롤 타워인 ‘G.MAP)이 문을 열었다.

올해로 13회를 맞은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과 8회를 맞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정책포럼’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올해 정책포럼은 ‘포스트 휴먼을 넘어 비욘드 휴먼’(Beyond human)을 주제로 열렸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조성사업’은 2022년 3월 1~2권역(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일대와 금남로 공원)을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3~4권역(남구 사직공원 ‘빛의 숲’과 양림동 일대 ‘광주의 시간여행지’), 지난 8월 5권역(광주 송정역 ‘빛의 관문’)이 차례로 조성돼 선을 보였다.

무엇보다 G.MAP은 디지털 아트 기획자·연구자·현장실무자 지원과 양성을 위한 프로젝트 ‘컬처 랩’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레지던시 결과는 특별기획전과 결과보고전 형태로 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래 인재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아트 교육이 눈길을 끈다. G.MAP은 광주시교육청(광주예술중 부설 예술영재교육원)과 함께 ‘청소년 미디어아트 예술영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1월 한 달간 열린 ‘2024 광주예술중학교 예술영재교육원 미디어아트 결과보고전’은 기초반·심화반 과정을 마친 여중생 9명의 설렘과 미래 꿈을 가득 담은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광주 비엔날레 30주년 기념으로 G.MAP에서 개최한 ‘오를랑 하이브리드’전.


◇창의도시로서의 지속가능성 확보해야=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자 비엔날레 도시, 인공지능(AI) 허브도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이다. 타 도시가 부러워 할 도시 브랜드를 갖추고 있지만 상호 시너지 효과는 아직 아쉬운 실정이다. 광주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미디어 아트)에 가입하던 2014년에는 3개국 4개 도시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24개국 25개 도시로 늘어났다.

1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은 광주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다운 위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네트워크 가입 이후 8년 동안은 전담조직이 광주시→광주문화재단→광주시립미술관으로 바뀌면서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G.MAP은 광주 색깔을 담은 콘텐츠로 정체성을 살리면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의 거점공간’의 제역할을 다해야 한다. 앞으로 광주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칫 겉은 화려하고 속은 빈곤한 외화내빈(外華內貧)이 될 수도 있다.

1960년대 새롭게 태동한 미디어 아트는 현재에도 실험적인 작품을 발표하는 예술가들에 의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77살 아티스트 오를랑은 작품 ‘홀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예술이 창출됨을 보여주었다.

실험적 미디어 아트작품과 대조적으로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제주 ‘아르떼 뮤지엄’과 ‘빛의 벙커’에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G.MAP ‘LED 미디어 월’과 광주 시내 5개 권역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창의벨트’ 또한 광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이자 문화상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광주 무등산 자락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디지털 아트관)을 유치하면 광주를 미디어 아트 일번지로 만드는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또한 미디어 아트와 시민사이의 거리감도 좁혀져야 한다. 예술가만이 아닌 시민참여가 중요하다. 미디어 아트와 교육프로그램을 결합해 창의적인 ‘미디어아트 키즈’, 미래 세대를 양성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씨앗’을 뿌리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나아가 미디어 아트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예술에 머무르지 않고 광주 미래 발전을 견인하는 문화산업이 돼야 한다. 미디어아트 분야 컨트롤 타워인 G.MAP을 중심으로 예술가와 시민이 힘을 합쳐 장기적인 전략 속에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라는 도시 브랜드와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속가능성을 증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관광객 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광주는 ‘노잼 도시’가 아닌 ‘꿀잼 도시’, ‘글로벌 예술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광주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라는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해야 한다. 앞으로 지난 1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 예술과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미디어 아트의 ‘꽃’이 광주에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한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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