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골칫거리된 콩대·깻대·고춧대
영농부산물 태우다 산불 위험…파쇄 후 퇴비 사용 ‘일석삼조’
![]() /클립아트코리아 |
우리 민족에게 온돌 구들장과 아궁이는 친숙하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 등 음식을 하거나 방을 따뜻하게 데웠다. 이때 땔감으로 쓴 것은 보통 산에서 해온 나무였지만, 그 외에도 가을철 벼를 탈곡하고 남은 짚단이나 고추를 딴 고춧대도 유용하게 사용됐다.
필자의 어린 시절 아궁이에 볏짚과 왕겨를 태우다 얼굴이 달아오를 때까지 빨간 불꽃을 멍하니 쳐다봤던 기억이 생생한 데,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불멍’의 기원이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수확이 끝난 논과 밭에 추수를 마치고 남겨진 볏짚과 콩대, 깻대, 고춧대 등 이른바 ‘영농부산물’들이 가득하다. 농촌 들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예나 지금이나 변한 건 없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주로 땔감으로 이용됐던 것들이 인제 와서는 처치 곤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어서다. 짚은 퇴비로 잘게 잘라 논에 흩뿌리거나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곤포(뭉치) 사일리지로 만들면 그만이지만, 논밭에 심었던 콩이나 깨 고추 등을 털고 남은 부산물은 버려둘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농작물 수확을 마치고 잘 마른 부산물을 현장에서 태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불로 태워 깔끔하게 처리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타고 남은 재는 거름이 돼 땅을 비옥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예전 땔감으로 혹은 퇴비로 유용했던 부산물들이 이젠 말 그대로 쓰레기 처분을 받는 것 같다. 특히나 이들이 산불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몰리는 신세이니 격세지감이다. 농산물 수확 후 발생한 영농부산물을 태우다 불씨가 바람에 날려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3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이 각각 13%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담뱃불로 인한 산불이 5.7%인 점을 고려하면 논·밭두렁 및 영농부산물 소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여기에 영농부산물 불법 소각은 산불 발생 외에도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탄소·메탄 등의 온실가스와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해 문제다. 또 병해충 방제 효과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영농부산물은 내버려 두기도 그렇다고 소각하기도 어려운데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소각하지 않고 들녘에서 파쇄해 처리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가 이를 시행하는 농가의 수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로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파쇄기 임대사업, 마을 단위 작업 시 무상 대여 등을 하고 있지만, 산불의 원인이 되는 영농부산물의 파쇄 처리는 8.6%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영농부산물 파쇄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농민들이 콩대·깻대·고춧대 등을 밭에 쌓아놓으면 파쇄전문팀이 현장을 찾아 처리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일선 지자체가 파쇄서비스 지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 예산 지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열악한 재정 형편상 지자체의 의지가 있어도 사업 확대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영농부산물 파쇄처리는 불법 소각으로 발생하는 산불 피해와 대기오염 방지 효과가 커 예산 확대 필요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잔소리를 덧붙이자면, 농산촌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수동적인 파쇄기 대여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산불과 대기오염을 줄이고 퇴비로도 사용 가능한 ‘일석삼조’의 영농부산물 파쇄서비스를 확대하길 바란다.
/bigkim@kwangju.co.kr
필자의 어린 시절 아궁이에 볏짚과 왕겨를 태우다 얼굴이 달아오를 때까지 빨간 불꽃을 멍하니 쳐다봤던 기억이 생생한 데, 이것이 요즘 유행하는 ‘불멍’의 기원이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예전 땔감으로 혹은 퇴비로 유용했던 부산물들이 이젠 말 그대로 쓰레기 처분을 받는 것 같다. 특히나 이들이 산불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몰리는 신세이니 격세지감이다. 농산물 수확 후 발생한 영농부산물을 태우다 불씨가 바람에 날려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불 발생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3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논·밭두렁 소각과 쓰레기 소각이 각각 13%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담뱃불로 인한 산불이 5.7%인 점을 고려하면 논·밭두렁 및 영농부산물 소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여기에 영농부산물 불법 소각은 산불 발생 외에도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탄소·메탄 등의 온실가스와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해 문제다. 또 병해충 방제 효과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영농부산물은 내버려 두기도 그렇다고 소각하기도 어려운데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소각하지 않고 들녘에서 파쇄해 처리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가 이를 시행하는 농가의 수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로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파쇄기 임대사업, 마을 단위 작업 시 무상 대여 등을 하고 있지만, 산불의 원인이 되는 영농부산물의 파쇄 처리는 8.6%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영농부산물 파쇄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농민들이 콩대·깻대·고춧대 등을 밭에 쌓아놓으면 파쇄전문팀이 현장을 찾아 처리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일선 지자체가 파쇄서비스 지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 예산 지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열악한 재정 형편상 지자체의 의지가 있어도 사업 확대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영농부산물 파쇄처리는 불법 소각으로 발생하는 산불 피해와 대기오염 방지 효과가 커 예산 확대 필요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잔소리를 덧붙이자면, 농산촌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지금과 같은 수동적인 파쇄기 대여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산불과 대기오염을 줄이고 퇴비로도 사용 가능한 ‘일석삼조’의 영농부산물 파쇄서비스를 확대하길 바란다.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