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건축물 “NO”…인간적인 곳에서 살 권리 있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더 인간적인 건축
토마스 헤더윅 지음, 한진이 옮김
2024년 11월 29일(금) 00:00
‘까사 밀라’는 스페인 카탈루냐 바르셀로나에 있는 안토니오 가우디가 건축한 고급 주택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클립아트 코리아>
노트르담 대성당,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타지마할,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부르즈 할fl파,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사그라다 파밀리아….

이 건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구글 검색어를 토대로 뽑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물들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에펠탑, 타지마할을 제외하고는 모두 1세기 안에 지어졌다. 이들 건축물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현대화된 도시는 수많은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다. 상업용 건물, 대규모 아파트 단지, 관공서 등 많은 건축물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건축물은 직선과 평형이 대부분이다. 천편일률적인 건축의 구조와 모양은 인간을 ‘따분하게’ 하는 요인이다.

반면 스페인 가우디의 걸작품 까사 밀라는 당당한 곡선을 자랑한다. 16세대의 창이 “석회암 절벽을 시원하게 깎아낸 듯”한 구조로 나 있다.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9층짜리 건물의 앞면이 빛 속에서 경이롭게 일렁이며” 물결치는 모습을 준다.

건축과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더 인간적인 건축’은 흥미로운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디자이너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토마스 헤더윅이 저자다. 건물에 대해 말하지만 깊이 들어가 보면 인간과 인류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다. 특유의 통찰과 인문학을 버무린 책은 왜 건축물이 인간적이어야 하는지를 사유하게 한다.

까사 밀라는 평평한 2차원적인 현대식 건물과는 상반된 이미지를 발한다. 도로변에서 보면 건물이 보도 위로 굽이치는 모습이다. 저자는 “빛과 그림자가 아름답게 연결되어 있더 단지 바라보기만 해도 마치 그 표면을 손으로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와 달리 비인간적인 건물의 특징은 ‘따분하다’는 데 있다. 지난 100년 동안 각국 대도시에 지어진 평평한 건축물은 “고문 수준으로 따분”한 느낌을 준다. 너무 밋밋한데다 직선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적인 건축물은 직사각형에 기초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계에 직면했다고 본다. 반복적인 수평은 딱딱하면서도 친근감을 주지 못한다. 또한 외부는 금속이나 유리면처럼 매끈한 재료로 덧씌워져 있다. 균일하고 매끄러운 평면은 인간의 감각이 달라붙을 가능성을 차단한다.

밋밋한 직사각형 배열은 단조로울 뿐 아니라 영감을 주지 못한다. 인간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자연에 직선이나 직각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따분함의 신’은 르 코르뷔지에다. 르 코르뷔지에는 20세기 초 세계 도시들은 위험하고 병든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더니즘적 발상으로 건물을 비롯해 마을, 도시를 바꾸고자 했다. 중세 도심의 구불구불한 거리는 “위생 및 도덕적 건강”의 저하를 불러온다고 믿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물과 장소는 직선과 직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7년에 걸쳐 ‘직각의 시’(The Poem of the Right Angle)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할 만큼 직선 신봉자였다. 그는 사람들이 곡선이 좀 있는 것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저자는 “실로 합리적인 인간 세계는 효율이나 이윤, 무결한 기계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놀라운 다양한 유용성·역사성·특이성 속에 살고 있는 한 종(種)으로서 우리의 존재를 반영하는 세계이다”며 “끝없는 흥미로움과 다양성의 세계이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관점에 근거하면 인간화 원칙은 간단하다. 건축물은 행인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순응성이 아닌 창의성이라는 의미다. 차를 타고 지나간다면 디테일은 놓칠 수 있어도 흥미로운 점은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축 건물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상징적인 외관을 갖춰야 할까. 저자는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배려와 복잡성, 감성지능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알에이치코리아·3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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