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가족 형태…전통 결혼관에 던진 무거운 화두
스페셜 리포트 - 정우성 사례로 본 비혼 출산
2024년 11월 28일(목) 19:40
정우성(왼쪽)과 문가비
편집자주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혼 출산’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통적인 결혼·자녀관에 대한 만만치 않은 질문을 우리사회에 던지고 있다. ‘혼외 출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다. 광주·전남에서도 혼외 출생자가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리와 동떨어진 문제는 아니다. 광주·전남 비혼 자녀 실태와 법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젊은 층의 의견을 들어봤다.

[통계로 본 광주·전남 혼외 출생]

지난해 광주·전남 혼인 외 출생자 698명

20대 43% “결혼 않고 자녀 가질 수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에서 혼인 외 출생자는 698명(광주402명, 전남 296명)에 달한다.

지난해 광주·전남 전체 출생아(광주 6172명, 전남 7828명으로 총 1만 4000명)의 4.98%를 차지한다. 전체 출생아 20명 중 1명이 ‘혼외자’인 것이다.

전국 총 출생자 중 혼외 출생자 비율(4.71%)보다 높은 수치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전남 혼외 출생자는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광주·전남 혼외 출생자는 568명(광주 348명, 전남 220명)이었지만 2022년 631명(광주 384명, 전남 247명)으로 늘고 지난해까지 꾸준히 늘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유교적 가치관이 강한 탓에 그동안 비혼 출생자 출생률이 매우 낮았지만, 최근 다양한 가족형태가 늘고 있어 비혼 출생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혼외 출산의 대부분이 미혼모 출산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혼 출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24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37.2%고 20대 남녀는 전체의 42.8%에 달했다.

비혼 출산에 동의한다는 대답은 매년 증사세를 보였다. 2014년에는 22.5%가 동의했지만, 2018년 처음으로 30%를 넘겼고 2022년에는 34.7%까지 올랐다.

20대를 기준으로 보면 2014년 같은 질문에 동의한 사람이 30.3%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만에 12.5%p 증가해 20대 중 절반 가까이가 비혼 출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이유와 전통적인 가족제도 개념이 점점 흐려지고 있는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혼인 문화를 멀리하고 있고, 여성의 경우 사회 진출로 경제적 독립성을 추구하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사회적 화두가 결혼보다 ‘출산’에 맞춰져 있어 비혼 출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혼외 출생 법적 문제는]

친부 부정하면 생모가 ‘인지청구소송’ 가능

친자 확인 땐 양육·상속권 인정받을 수 있어


법률상 혼인 관계가 없는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인 혼외자(婚外子)의 법적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혼외자의 경우 가장 우선하는 건 부모 양 당사자의 합의다. 혼외자는 법률상 친자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출생시 가장 먼저 문제 되는건 가족관계등록부 상의 문제다.

생모와 사이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도 법률적인 모자관계가 인정되지만 친부의 경우 자신의 아이가 맞다는 ‘인지’(認知, 법률상 인정)가 필요하다. 인지가 돼야만 아버지의 성을 따라 가족관계등록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부가 부정하면 생모 또는 아이의 가족이 부친에게 친자 확인을 요구하는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DNA검사 등을 통해 친자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친부는 인지를 해야만 한다. 인지가 이뤄지면 양육권과 상속권도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부친의 경우 인지를 해야만 법률상 책임이 발생하는 셈이다.

인지가 없을 경우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양육에 대한 문제도 발생한다. 소송을 통해 친부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양육비의 경우 통상적으로 법원 양육비 산정 기준표에 따른다.

부모의 수입이 월 1200만원 이상인 최고 구간의 경우 양육비 한도는 월 300만원이다. 수입이 아무리 많더라도 300만원을 초과할 수 없지만 부모가 협의로 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넘길 수도 있다.

혼외자도 법적으로 상속권을 주장 할 수 있다. 친부가 유언으로 특정상속인에게 재산을 몰아주거나 생전에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유류분도 주장할 수 있다.

박철 변호사는 “혼외자가 인지를 하는 순간부터는 법률상 불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 정자를 구매해 아이를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 처럼 비혼 출생을 위해 정자와 난자를 구매하거나 대리모를 고용해 출산을 하는 경우에는 국내법상 처벌을 받는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20대에 비혼 출생 의견 들어보니]

“책임감 갖고 아이 잘 키우면 결혼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결혼없는 육아는 아이에게도 불안정…사회적 장치 필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데 비혼 출생에 대해 광주·전남 20대 청년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결혼은 ‘NO’지만, 출생은 ‘OK’라는 의견을 가진 20대들은 낮은 출산율과 고물가 등을 고려하면 비혼 출생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시 서구 양동에 사는 정희수(여·28)씨는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지만 결혼 생각은 없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어 ‘비혼 출생’에 찬성의 입장을 내비쳤다.

정씨는 “출산율이 0.7명대로 떨어지며 온 나라가 아이를 낳으라고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이 왜 무책임하거나 방종한 선택이라고 비난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사례가 흔한데, 유독 한국에서만 엄마·아빠라는 전형적인 형태로만 이뤄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씨는 “우리나라 사회·경제적 발전에도 도움 되지 않는 고리타분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한정후(32·광산구 신가동)씨는 “결혼을 위한 재산을 갖추고, 집을 마련하고, 능력을 증명해야만 아빠나 남편이 될 수 있다”면서 “충분한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을 못하는 사람은 아이도 갖지 못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이혼하거나 아이를 학대·방치하는 경우도 많다”며 “부모가 책임감을 갖고 아이를 키우기만 한다면 결혼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결혼은 양육에 책임감을 더하는 사회적 장치로서 필요하다는 전통적 의견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도 있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이승아(여·23)씨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안낳고는 부부의 자유지만 아이를 낳은 뒤에는 결혼이 부부가 각자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이라는 무게 없이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씨는 또 “무엇보다 결혼 없는 육아는 태어난 아이에게도 불안정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윤준호(27·광주시 서구)씨도 비혼 출생에 대해 자칫 출산과 육아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을 우려했다. 윤씨는 “미국 등에서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빈번하다고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받아들이기에 인식이나 사회적 장치 등을 고려했을 때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부터 육아까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인데, 결혼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칫 출산과 육아 자체가 가볍게 여겨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부모의 변심, 책임감 부재와 같은 여러 이유로 결국 아이를 유기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28일 대통령실은 “비혼출산아가 차별없이 자라도록 지원할 부분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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