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명화는 신념·애증과 고통 속에서 피어난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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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화가는 항상 여자들에 둘러싸여 살았다. 그가 인기가 많았던 것은 자상하고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림 한 점 당 집 한 채 값에 팔릴 만큼 잘나가는 화가였다. 처음부터 그의 삶이 화려하거나 풍요롭지는 않았다. 가난한 집 출신이었다. 정신이 이상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봐야 했기에 작업을 마치면 임대 아파트로 곧장 퇴근을 하곤 했다.
그는 바로 구스타프 클림트다. 미술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이름 정도는 알 만큼 구스타프 클림트는 국가대표 천재화가다. 가난한 귀금속 세공사 아들로 태어났지만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던 그는 전통 미술학교 대신 상업학교를 택했다. 당시 상황은 벽화와 같은 상업미술의 수요가 폭증하던 시기라 선택은 적중했다.
특히 ‘옛 부르크극장의 관객석’은 클림트에게 황금공로십자훈장을 안긴 출세작이었다. 그는 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부상했는데 고상함과 우아함, 성적인 요소와 화려함이 깃든 그림은 당대 부유층의 취향을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화가들의 인생과 명화를 담은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은 작가의 삶과 시대를 풀어낸 그림 이야기이다. 한국경제신문 미술 담당 성수영 기자가 저자다. 전작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이 사랑과 예술을 향한 열정에 포커스를 뒀다면 이번 책은 선악을 판별하기 어려운 복잡다단한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책은 매주 연재했던 글을 다듬고 보강한 결과물이다. 철부지 청년 에곤 실레를 비롯해 예술에 빠져 가족들은 소홀히 했던 폴 고갱과 폴 세잔, 천재성과 광기의 경계를 오갔던 살바도르 달리 등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3대 천재’들의 라이벌 관계를 조명한 글들도 담겼다.
언급한 클림트는 자유로운 연애를 즐긴 낭만주의자였다. 세 여성과의 사이에 6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성은 에밀리 플뢰게로, 제수의 동생이었다.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독특한 분위기를 발한다. 외로움과 무심함, 쓸쓸함 같은 이미지가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돼 있다. 에곤 실레는 오스트리아 빈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면서 가세가 기울었는데, 원인은 매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울어가는 가세, 어머니의 한숨은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던 실레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미술만큼은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아들의 간청에 따라 어머니는 그림 공부를 시킨다. 빈 미술 아카데미에 최연소로 입학한 실레는 후일 당대 최고 클림트와 동료들의 작품을 접하며 예술세계에 눈을 뜬다.
“대가의 기량과 소년의 마음이 공존”했던 실레는 청년기와 성인기 당시 불안한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한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과 ‘성적 욕망의 발달’이라는 두 가지를” 그만큼 예리하게 다룬 작가는 없었다.
리하르트 게르스틀은 오스트리아의 반 고흐로 불리는 천재화가다. 재능이 뛰어나 새로운 작품을 남겼지만 “괴팍한 성격과 무책임한 행동은 그를 비참한 끝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반골기질이 강했던 탓에 삶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미술계에서 스스로 고립된 채 독학을 선택했는데, 후일 작곡 거장 쇤베르크를 알게 된다. 그러나 쇤베르크 아내와 불륜을 맺게 되고 점차 외로움과 불행에 빠져들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사후 1950년대 이르러 세상사람들이 작품이 지닌 천재성을 알게되면서 표현주의 선구자로 자리매김된다. 이밖에 책에는 ‘인물의 내면부터 시대까지 한 폭의 그림에 담은 문제적 화가’ 존 싱어 사전트, ‘고통을 이겨내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던 비극적 인생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 ‘그림에 순간을 담으려 했던 가장 인상주의자다운 인상주의자’ 베르트 모리조 등 천재 화가들의 삶과 예술이 담겨 있다.
<한경arte·2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특히 ‘옛 부르크극장의 관객석’은 클림트에게 황금공로십자훈장을 안긴 출세작이었다. 그는 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로 부상했는데 고상함과 우아함, 성적인 요소와 화려함이 깃든 그림은 당대 부유층의 취향을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책은 매주 연재했던 글을 다듬고 보강한 결과물이다. 철부지 청년 에곤 실레를 비롯해 예술에 빠져 가족들은 소홀히 했던 폴 고갱과 폴 세잔, 천재성과 광기의 경계를 오갔던 살바도르 달리 등 여러 화가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3대 천재’들의 라이벌 관계를 조명한 글들도 담겼다.
![]() 구스타프 클림트 작 ‘키스’. |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은 독특한 분위기를 발한다. 외로움과 무심함, 쓸쓸함 같은 이미지가 날카로운 선으로 표현돼 있다. 에곤 실레는 오스트리아 빈의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면서 가세가 기울었는데, 원인은 매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울어가는 가세, 어머니의 한숨은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던 실레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미술만큼은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아들의 간청에 따라 어머니는 그림 공부를 시킨다. 빈 미술 아카데미에 최연소로 입학한 실레는 후일 당대 최고 클림트와 동료들의 작품을 접하며 예술세계에 눈을 뜬다.
“대가의 기량과 소년의 마음이 공존”했던 실레는 청년기와 성인기 당시 불안한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한 인간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과 ‘성적 욕망의 발달’이라는 두 가지를” 그만큼 예리하게 다룬 작가는 없었다.
리하르트 게르스틀은 오스트리아의 반 고흐로 불리는 천재화가다. 재능이 뛰어나 새로운 작품을 남겼지만 “괴팍한 성격과 무책임한 행동은 그를 비참한 끝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반골기질이 강했던 탓에 삶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미술계에서 스스로 고립된 채 독학을 선택했는데, 후일 작곡 거장 쇤베르크를 알게 된다. 그러나 쇤베르크 아내와 불륜을 맺게 되고 점차 외로움과 불행에 빠져들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사후 1950년대 이르러 세상사람들이 작품이 지닌 천재성을 알게되면서 표현주의 선구자로 자리매김된다. 이밖에 책에는 ‘인물의 내면부터 시대까지 한 폭의 그림에 담은 문제적 화가’ 존 싱어 사전트, ‘고통을 이겨내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했던 비극적 인생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 ‘그림에 순간을 담으려 했던 가장 인상주의자다운 인상주의자’ 베르트 모리조 등 천재 화가들의 삶과 예술이 담겨 있다.
<한경arte·2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