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포기 NO!” 수능 보는 학교 밖 청소년들 부푼 꿈
교육부 주관 모의고사 못 보고
진로상담 기회 부족에도 열공
광주 5개 구 센터 120여명 응시
대학 생활 기대감 속 꿈 키워
2024년 11월 13일(수) 20:40
수능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광주시 서구 쌍촌동 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백지혜양이 틀렸던 모의고사 문제들을 복습하며 마무리 공부를 하고있다.
“학교에 가지 않을 뿐 공부를 포기한 건 아닙니다.”

2025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14일)을 하루 앞두고 ‘학교 밖 청소년’들이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13일 오후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서구 쌍촌동 서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센터). 센터 소속 학생 4~5명이 교실에서 마무리 공부를 하고 있었다. 모의고사를 반복해서 풀어보기도 했고, 오답노트를 보며 취약한 과목을 점검하기도 했다.

백지혜(18)양은 “얼마 전까지는 긴장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다”며 웃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일반 학교 재학생들과 달리 교육부가 주관하는 모의고사를 치를 수 없고, 진로 상담 기회도 비교적 부족하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말이다.

대신 센터가 운영하는 학습반과 멘토링을 통해 수능 준비를 했다는 백양은 “고1 때 자퇴를 하다보니 처음엔 어떤 것부터 공부를 시작해야할지 몰랐다”며 “하지만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학원이나 인강(인터넷 강의) 없이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양은 “대학에서 상담 심리를 공부한 후 상담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혼란스럽고 힘들었을 때 센터 상담선생님이 가장 큰 힘을 주셨다.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5개 자치구 센터에 소속된 120여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번 수능을 치를 예정이다. 이밖에도 광주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1136명(광주 742명·전남 394명)이 검정고시 등을 치른 후 수능에 응시했다.

광주 지역 교육 관련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의 조사 결과, 광주지역 초·중·고교 학업 중단 학생은 2022년 1105명(0.6%), 2023년 1409명(0.8%), 2024년 1623명(1.0%)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 혹은 ‘학업 중단 학생’이라고 불리지만, 다양한 사정으로 학교에 가지 않을 뿐 공부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수능을 앞둔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많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재학생들과 달리 뭐든 스스로, 혼자 해야한다는 점에서 수능이후 대학에서 만나게 될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을 비치기도 했다.

양모(18·북구 운암동)양은 “스스로 공부계획을 짜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집에서 공부했다. 스마트폰 등 집에 유혹거리가 많아 공부에 방해될 때가 많았고, 스스로 짠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많이 힘들었다”며 “무엇보다 같이 응원해주고 힘든 일을 공유할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다”고 털어놨다.

문학을 좋아해 국문과나 국어교육과에 진학하고 싶다는 양양은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흥미가 비슷한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꿈인 이모(18·북구 문흥동)양 역시 “학교 밖에 있다보니 친구들을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센터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면서 위안을 얻었다”며 “대학에서는 독서 동아리에 가입해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친구들을 만나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유학도 가보고 싶다”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모(18·동구 산수동)양은 “행정학과에 지원했는데, 대학 진학 후에는 복수전공으로 사회복지학도 공부할 계획”이라며 “힘든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동 전문 사회복지사가 꿈이라는 원모(18·북구 문흥동)양 역시 “센터에서 수능 대비반 강의를 들으며 선생님들의 가르침 덕분에 실력이 늘었다”며 “학대와 차별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구센터 한 켠에는 선생님들이 준비한 ‘수능 키트’가 가득 쌓여있었다. 서구센터는 올해 수능을 치르는 센터 학생 22명에게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와 캔커피, 초콜릿, 담요 등이 담긴 선물을 전달했다.

/글·사진=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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