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광주, 키아프·프리즈에서 답을 찾다
2024 키아프·프리즈
국내외 갤러리 318개·스타작가 대거 참여 방문객 각각 8만2000·7만명 찾아 대성황
KB화음데이 등 기업과 콜라보로 외연 넓혀
제15회 아트광주
해외 갤러리와 유명 작가 참여 적어 아쉬움
주관처 자주 바뀌어 조직 역량 쌓는 데 한계
컬렉터 발굴, 기업협업 통해 브랜드 키워야
국내외 갤러리 318개·스타작가 대거 참여 방문객 각각 8만2000·7만명 찾아 대성황
KB화음데이 등 기업과 콜라보로 외연 넓혀
제15회 아트광주
해외 갤러리와 유명 작가 참여 적어 아쉬움
주관처 자주 바뀌어 조직 역량 쌓는 데 한계
컬렉터 발굴, 기업협업 통해 브랜드 키워야
![]() 지난 2022년부터 국내 최대규모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런던의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와 손잡고 매년 9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동시에 아트페어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글로벌 아트페어로 성장한 한국국제아트페어와 프리즈(Frieze, 9월5~8일)가 지난 9월 막을 내렸다. 올해 ‘한국국제아트페어-프리즈서울’(이하 키아프·프리즈)은 소문 그대로 축제의 장이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장 입구는 개막 첫날인데도 20~30대 MZ세대들은 물론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키아프가 2022년부터 세계적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손잡은 지 3년 만에 대한민국 미술시장의 위상을 끌어 올린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아트 허브로서의 저력은 참여 갤러리의 면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미국 휴스톤의 아트 오브 월드 갤러리,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디 갈레리, 뉴욕의 선다람 타고르 갤러리, 베를린의 페레스 프로젝트, 도쿄의 스노우 컨템포러리 등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을 대표하는 메이저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해 명품 아트페어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국내 갤러리 역시 내로라 하는 화랑들이 참여해 키아프의 위상을 높였다.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가나아트, 학고재, PKM 갤러리, 조현화랑, 아라리오갤러리 등 유명 갤러리에서 부터 서정아트, 초이앤초이 갤러리 등 신생 갤러리들도 참여해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동시대 미술 트렌드를 선보였다.
특히 아트페어의 중요 역할 중 하나인 신인발굴을 위한 무대를 마련한 점이 인상적이다. 동시대 미술의 역동성과 새로운 아티스트 발견을 이끄는 플랫폼 ‘Kiaf HIGHLIGHTS’가 그것으로, 이 자리를 통해 선정된 세미파이널 10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실제로 키아프가 주목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은 개막 첫날부터 컬렉터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 키아프보다 하루 앞선 7일 폐막한 프리즈는 나흘간 전 세계 46개국 주요 미술관의 큐레이터, 기관 대표와 컬렉터 등 약 7만 명이 방문했다.
올해 키아프·프리즈에는 국내외 갤러리 318개가 이름을 올렸다. 키아프의 경우 전 세계 22개국에서 206개(해외 74개) 갤러리가, 프리즈는 32개국에서 112개(국내 31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동선과 전시 부스, 휴계 공간 등을 새롭게 디자인해 관람 환경이 쾌적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은 아트페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식이나 가상화페 등의 불황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초고가 작품 판매는 1,2회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나타났다. 국제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개막과 동시에 ‘솔드 아웃’되는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의 인기 연작 ‘호박’들은 이번 프리즈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신 실속파들의 구매가 이어지면서 중저가 작품들이 많이 팔려 판매 갯수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8일 폐막한 키아프는 지난해 보다 많은 8만 2000여 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흥미로운 건, 프리즈가 폐막한 다음날에는 키아프만 열렸지만 이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이 1만 2000여 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즉, 프리즈 뿐만이 아니라 키아프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을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프리즈와의 콜라보를 빼놓을 수 없다. 프리즈 개최로 자극받은 국내 갤러리들이 상향 평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매진한 덕분이다. 키아프가 프리즈와 함께 하는 이유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때문이다. 키아프는 자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프리즈의 사업에 기여하고, 프리즈는 이를 통해 키아프의 솔루션을 보다 넓은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양측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통해 각각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목표가 있기에 가능하다. 특히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미술 시장의 저변을 넓힌 게 주요했다.
KB은행이 키아프와 연계한 ‘KB화(畵)음(音)데이’가 그중의 하나다.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키아프 전시(畵)와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한 클래식 공연인 키아프 프리미어 콘서트(音)다. 올해 처음 선보인 콘서트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용배가 예술감독을 맡고, 한예종 총장 김대진,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비올리스트 신경식 등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여해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호남권 최대 미술시장인 ‘아트:광주:24’(10월10~13일, 김대중컨벤션센터)도 지난달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행사기간동안 2만 5000여명이 다녀가고, 생애 첫 작품을 구입한 이들도 늘면서 미술문화축제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특히 20∼30대를 비롯한 아트광주를 처음 방문한 시민들의 지역 작가 작품 구입이 이어져 전체 판매 작품 수도 늘었다.
하지만 이번 아트광주의 판매 실적을 보면 키아프나 부산아트페어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판매 작품이 50~200만 원짜리 소품인 데다 유명 갤러리의 참여가 저조해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마저 올해는 예년과 달리 주최측에서 정확한 판매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아트페어는 비엔날레와 전시회 등과 달리 작가들의 작품 판매가 주목적이다. 판매 실적이 저조한 아트페어는 존재의미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 판매가 부진하면 유명갤러리들이 외면해 아트페어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열악한 시장여건을 탓하기에는 할일이 많다. 먼저, 아트광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갤러리와 작가 및 시민을 이어 주는 미술 시장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특히 매번 주관사가 바뀌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전문성을 갖춘 전담 인력이 운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트광주가 메이저 아트페어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지속적인 국고 지원 체계를 만들고, 행사 기간에만 반짝 운영되는 사무국을 상시기구로 전환하는 등 발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난 15년동안 주관처가 바뀐 게 이를 방증한다. 사무국 연중 운영을 바탕으로 충분한 준비기간과 인력 확보로 아트 광주의 수준을 높이고, 국내외 참여화랑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울러 아트광주의 ‘상품성’을 높이는 큰손이나 컬렉터 발굴도 뒤따라야 한다. 실제로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광주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메세나 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15대 기업이 지원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에서 광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3%로 서울(37.6%)의 12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물론 지역의 열악한 경제여건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남지역의 문화예술기관들이 대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지원규모를 늘리고 있는 사례는 생각거리를 던진다. 문화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광주예술기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모름지기, 지역의 문화를 꽃피게 하는 밑거름은 다름 아닌 메세나이기 때문이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
국내 갤러리 역시 내로라 하는 화랑들이 참여해 키아프의 위상을 높였다.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가나아트, 학고재, PKM 갤러리, 조현화랑, 아라리오갤러리 등 유명 갤러리에서 부터 서정아트, 초이앤초이 갤러리 등 신생 갤러리들도 참여해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동시대 미술 트렌드를 선보였다.
![]() 지난달 4일간의 일정으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트:광주:24’(아트 광주)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 보고 있다.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명 갤러리의 참여가 저조해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등 아쉬움도 남겼다. |
하지만 경기침체의 영향은 아트페어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식이나 가상화페 등의 불황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초고가 작품 판매는 1,2회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나타났다. 국제 아트페어가 열릴 때마다 개막과 동시에 ‘솔드 아웃’되는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의 인기 연작 ‘호박’들은 이번 프리즈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대신 실속파들의 구매가 이어지면서 중저가 작품들이 많이 팔려 판매 갯수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 프리즈서울에 전시된 백남준 작가의 ‘구/일렉트로닉 포인트’. |
여기에는 프리즈와의 콜라보를 빼놓을 수 없다. 프리즈 개최로 자극받은 국내 갤러리들이 상향 평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매진한 덕분이다. 키아프가 프리즈와 함께 하는 이유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때문이다. 키아프는 자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프리즈의 사업에 기여하고, 프리즈는 이를 통해 키아프의 솔루션을 보다 넓은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은 양측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통해 각각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목표가 있기에 가능하다. 특히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과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미술 시장의 저변을 넓힌 게 주요했다.
![]()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키아프의 리드 파트너로 참여한 KB은행의 라운지. |
호남권 최대 미술시장인 ‘아트:광주:24’(10월10~13일, 김대중컨벤션센터)도 지난달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행사기간동안 2만 5000여명이 다녀가고, 생애 첫 작품을 구입한 이들도 늘면서 미술문화축제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특히 20∼30대를 비롯한 아트광주를 처음 방문한 시민들의 지역 작가 작품 구입이 이어져 전체 판매 작품 수도 늘었다.
하지만 이번 아트광주의 판매 실적을 보면 키아프나 부산아트페어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판매 작품이 50~200만 원짜리 소품인 데다 유명 갤러리의 참여가 저조해 국내 미술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마저 올해는 예년과 달리 주최측에서 정확한 판매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
![]() 프랑스 작가 니키 드 생팔의 조각작품. |
그렇다고 열악한 시장여건을 탓하기에는 할일이 많다. 먼저, 아트광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갤러리와 작가 및 시민을 이어 주는 미술 시장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특히 매번 주관사가 바뀌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전문성을 갖춘 전담 인력이 운영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트광주가 메이저 아트페어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지속적인 국고 지원 체계를 만들고, 행사 기간에만 반짝 운영되는 사무국을 상시기구로 전환하는 등 발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난 15년동안 주관처가 바뀐 게 이를 방증한다. 사무국 연중 운영을 바탕으로 충분한 준비기간과 인력 확보로 아트 광주의 수준을 높이고, 국내외 참여화랑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로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쿠사마 야오이의 ‘호박’. |
물론 지역의 열악한 경제여건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남지역의 문화예술기관들이 대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지원규모를 늘리고 있는 사례는 생각거리를 던진다. 문화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광주예술기관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모름지기, 지역의 문화를 꽃피게 하는 밑거름은 다름 아닌 메세나이기 때문이다.
/글·사진=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