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동학전시…“가치 전달 있지만 예술 울림은 없어”
12월1일까지 ‘시천여민’전… “과거 복귀형 방식 시대착오적” 비판
세대·트렌드·시대성 등 감안, 시민 찾는 전시로 공공성 가치 추구를
2024년 11월 05일(화) 19:45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특별전 일환으로 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동학 전시 ‘시천여민’(侍天與民)이 미술계 안팎으로부터 “과거 복귀형 방식으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이 광주비엔날레 기념 특별전 일환으로 진행 중인 동학 관련 전시에 대해 “과거 복귀형의 방식으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지역 미술계에 확산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특별전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비전, 감각을 담아 재해석해야 함에도 구현 방식이 기존의 관행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6일 개막해 12월 1일까지 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시천여민’(侍天與民)은 동학으로부터 오월의 스토리를 이어 조명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시립미술관은 “각각의 개별적, 분절적 사건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근현대사에 있어 민주와 인권, 평화라는 정신적 가치가 계승돼 왔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전시 개최 두 달여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기대만큼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립미술관이 밝힌 지난 3일까지 전시 관람객은 1만8622명이다. 1억4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기획한 전시치고는 다소 초라한 결과다. 당초 창설 3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해 관람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생각만큼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맞물려 시립미술관이 미술 담론 형성을 위해 개최하는 월례 포럼도 동학과 5·18관련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10월 24일 ‘개벽예술’, 9월 23일 ‘5·18과 예술’이 펼쳐졌으며, ‘동학에 떠밀려 가는 길-여성·평화·분단극복’(8월), ‘5·18민주화운동과 여성’(7월) 등으로 채워졌다. 3월부터 10월까지 동학과 오월 관련 주제로 짜여져 있어 다양성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술계 관계자 A씨는 “전시 내부를 보면 동학과 5월이 큰 주제인데 이것을 새로운 비전, 새로운 시대에 맞게 풀어내려는 노력이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며 “오늘의 시대에 부합할 수 있게 재해석했다면 멋진 전시가 될 수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과거 복귀형 전시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시 주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기획을 하고, 작가를 초청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복제형의 전시가 될지 새로운 세대와 시대성을 아우르는 의미있는 전시가 될지 달라진다”며 “이번 전시가 동학이라는 가치 전달은 있지만 예술이라는 울림은 없다. 예술의 본질이 울림인데, 울림이 크면 클수록 의미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시립미술관이 공립미술관이라는 ‘존재감’ 측면에서 볼 때도 이번 전시는 아쉬움이 크다. 광주라는 지리적인 요건, 비엔날레와 동일한 기간이라는 시간적·공간적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술계 인사 B씨는 “지역미술관 특히 공립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여론을 파악하고 살피는 절차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시대적 타이밍이나 여론, 맥락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기획전, 특별전을 연다면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 현 김준기 관장 부임 이후 시립미술관이 시민들로부터 각인될 만한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연 적은 거의 없다. 시 지원 예산과 전문인력, 네트워크를 토대로 민간갤러리가 개최하기 어려운 굵직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공립미술관의 존재 이유다.

미술계 관계자 C씨는 “물론 대부분 전시 방향은 관장인 ‘선장’이 정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쏠려서는 안 된다”며 “특히 공공미술관이나 관장이 하고 싶은 전시보다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전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전남도립미술관은 광양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눈에 띄는 기획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벨기에 출신 세계적인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의 ‘나는 욕조에서 망고를 먹고 싶다’(5월 21일~8월 18일)전에 3만2000명 관람객이 다녀갔다.

또한 오는 15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한국적 인상주의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오지호 화백 전시가 예정돼 있다. 오 화백은 지역성을 떠나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50점 작품, 리움미술관에서 거의 공개 안 된 작품이 온다. 또한 동경예술대 시절의 졸업 작품 등이 걸릴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관람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이번 동학전시와 관련 비판적 여론에 대해 모 작가는 ‘시스템의 공공성’을 거론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일련의 기획 단계부터 구현되는 과정까지 민주적 방식의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D 작가는 “회의, 전시 등 논의 과정에 있어 공공성 담보가 중요하다. 민주주의 도시 광주에서 민주주의 동학을 이야기하는데 전시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관장은 책임을 지되 본인이 ‘플레이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성이 중요한 시립미술관은 학예사, 기획자, 시민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 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작가 등이 참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작 외에도 개막 3일 동안은 대규모 미디어작품으로 미디어퍼포먼스를 풀어내 장르 면에서도 차별화된 전시”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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