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헌 전명옥 서예가 ‘마음이’전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작품 50여점 출품…30일까지
2024년 10월 29일(화) 20:35
‘서산대사 시’
담헌 전명옥 서예가의 전시회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서 30일까지 열려 눈길을 끈다.

지난 19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담헌 특유의 필법을 선보이는 자리다.

‘마음이’를 주제로 펼쳐지는 전시에는 서예 문인화 대작, 소품 등 50점이 출품됐다.

글씨나 그림 등 작품은 작가의 천품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담헌의 작품은 그림인 듯, 글씨인 듯 그림과 글씨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기품 있는 선비의 성정이 담긴 작품들은 특유의 문기와 정취, 지고한 감성을 발한다.

특히 담헌의 작품에는 ‘여백’이 살아 존재한다. 방치된 여백이 아닌 작품의 일부로서 기능을 하는 빈 공간이다. 그 자체로 존재를 드러내기에 여백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내재한다.

이번 전시회 의미에 대해 전 서예가는 ‘마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혜능 스님 일화를 건넸다. 8세기 무렵 중국 광저우 법성사에서 법회가 열렸는데 설법하는 중에 바람이 불었다.

‘비찌락’
담헌은 “어떤 스님은 ‘깃발이 바람에 움직인다’고 했고 어떤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했다”며 “그러나 혜능 스님은 ‘바람도 깃발도 아닌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전시 제목을 ‘마음이’라고 상정한 이유가 이해된다. 서산대사의 시를 비롯해, 나옹선사 시, 최치원 시, 안평대군 시조, 만해 시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광주 출신 진헌성 시인의 시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다.

“꽃피는 화개동엔 오히려 꽃이 지고/ 청학의 둥우리에는 아직 학은 아니 돌아오네/ 소중한 홍류교 아래 흐르는 물이여/ 너는 바다로 가고 나는 산으로 돌아가련다”

‘서산대사 시’를 모티브로 한 글씨는 활달하면서도 고아한 맛이 깃들어 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한편으로 담담한 심지가 주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서산대사의 시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진헌성 시인의 시 “한줌 흙에 우주가 숨 쉬고 있었던 것을/ 말동말똥 당달봉사 내 한평생였네”라는 작품이 주는 맛도 되새길 만하다.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노 시인의 글과 담헌 특유의 서법이 어우러져 보는 맛 읽는 맛을 선사한다.

담헌은 전시를 마치는 소감에 대해 “온 몸으로 터득된 게 아니고 머리로 아는 것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스스로 느낀다”며 “조금 깨쳤을 때 좋은 스승을 만나 제대로 공부를 더 했어야 했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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