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의 시대 살아온 두 원로작가의 삶과 예술 ‘백화난만’
<百花爛漫:온갖 꽃이 활짝 피어 아름답게 흐드러진 상태>
김영태·김형수 작가 ‘백화난만’전
12월15일까지 함평군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소장 작품 68점
2024년 10월 28일(월) 22:10
김영태 작 ‘어느날의 무등산’
‘색과 구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삶’. ‘전통 수묵산수화의 새 길을 개척’

남도의 원로 작가 김영태와 김형수는 일제강점기부터 근대, 현대라는 역동적인 시대를 살아온 예술가들이다.

1927년 함평에서 태어난 김영태 작가는 1946년 개교한 조선대 미대 1회 졸업생이다. 유화 작품을 그렸으며 한결같이 구상회화에 집중했다.

1929년 해남에서 출생한 김형수 작가는 심산 노수현, 남농 허건, 동강 정운면에게 그림을 배워 남도 문인화 전통을 이었다.

두 원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김영태 작 ‘인스브르크풍경’
함평군립미술관(관장 이태우)은 오는 12월 15일까지 김영태·김형수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전시 주제가 ‘백화난만’(百花爛漫).

사전적 의미의 ‘백화난만’은 “온갖 꽃이 활짝 피어 아름답게 흐드러진 상태”를 뜻한다. 꽃이 만발한 모습은 백수(白壽)에 이르는 예술의 길을 걸어온 두 작가의 삶에 비유된다.

전시에서는 모두 68점을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광주시립미술관, 조선대미술관 등 여러 기관 등이 소장한 작품을 엄선했다.

김형수(왼쪽), 김영태 작가 <함평군립미술관 제공>
김영태 작가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서도 각광을 받을 만큼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는다. 비교적 부유했던 어린 시절, 그는 일본에서 출판한 그림책 전집을 구해 모사를 하곤 했다. 중학교는 부친 권유로 농업학교에 입학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을 버리지 못했다.

김영태 작가는 “해방 후 미술대학 진학을 위해 개교한 조선대에 입학했는데 당시 그림을 지도해준 이가 바로 김보현 교수였다”며 “제대로 된 교실도 아닌 곳에서 데생 수업을 할 만큼 당시 상황은 열악했다”고 술회했다.

이후 조선대 부속 중학교에서 미술 교사를 했으며 광주공고, 목포공고, 광주서중 등에서 교단에 섰다. 퇴직 후 전업작가 길을 걸으며 ‘광주일요화가회’를 만들었다. 10년 간 회장 겸 지도교수를 하며 기회가 닿는대로 일본,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각지로 여행을 다니며 작품을 그렸다.

이번 전시 출품 작품은 1979년 작 ‘산촌에서’를 비롯해 1982년 작 ‘성하’, 1999년 작 ‘오월의 마량항’, 2014년 작 ‘어느 날의 무등산’ 등이다.

푸른 바다와 흰 구름, 원색의 지붕 등 밝은 색감이 인상적인 ‘오월의 마량항’은 경쾌한 붓놀림이 느껴진다. 물산이 풍부하고 역동적인 어촌의 모습에 매료되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현장 작업을 즐겼으며 풍경의 색이 아닌 자신이 조합한 색을 입혔다. 유연한 시각과 기법으로 색과 구도의 하모니를 추구했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만큼 붓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형수 작가는 조선 중기 문신이자 성리학의 대가인 하서 김인후의 후손이다. 부친은 바이올린 연주는 물론 유화를 그릴 만큼 예술적 재능이 남달랐다.

김형수 작가는 “초등학교 당시 배운 수채화로 그림에 입문했다”며 “그림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열세 살 때인 심산 노수현 선생과의 인연이었다”고 회고한다.

유지였던 아버지는 사랑방에 묵객들을 초대하곤 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심산(心山) 노수현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형수는 1943년 상경해, 노수현에게 2년간 전통회화를 배운다.

이태우 관장은 “노수현의 산수화는 근경, 중경, 원경의 첩첩산중을 마치 벽돌을 쌓아가듯 구축하는 느낌이 있는데, 이러한 회화적 특징을 김형수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수 작 ‘보리밭’
귀향 후 문태중학교에 다니며 김형수는 남농 허건의 작업실을 다니며 그림을 배웠다. 이후 서중학교로 전학을 가, 정운면 선생을 만나 그림공부를 한다.

이후 경남 함양중 미술교사로 교단에 몸담았으며 1956년에는 광주 살레시오고에 부임하며 광주에 정착한다. 이태우 관장에 따르면 “남도의 전통 수묵화의 위상에 김형수 작가는 본격적으로 전통 수묵산수화에 몰두하게 된다”며 “실경과 사경 산수, 농악, 강강술래 같은 인물 군상을 그렸다”고 언급했다.

김형수 작 ‘아진
이번에 선보이는 대표작은 ‘아진’(雅陳), ‘곡’(谷), ‘보리밭’ 등이다. 특히 작품 ‘아진’의 너른 들녘을 뒤덮듯 선회하는 까마귀 떼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기존의 한국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재와 구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수묵담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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