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속에 흐르는 시간’
유영선 금속 작품전 16일까지 이화갤러리
금속 공예 깊이와 세월 담은 작품 선봬
2024년 10월 10일(목) 17:15
‘빗살무늬 은제 차도구’
오랜 시간 다듬고, 불의 시간을 견뎌내야 완성되는 금속공예.

금속은 차갑고 단단한 물질이지만 기저에는 따뜻함과 유연함이 존재한다. 정반(正反)의 이치다. 그러므로 금속을 다룬다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닌 나 자신과의 대화”이다.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자신과의 대화다. 말이 대화지 사실은 자신과의 싸움에 다름아니다.

유영선 작가의 금속공예 작품은 자신과의 쟁투의 산물이다. 그것에는 긴 시간 자신과 애면글면 다퉜던 시간의 흔적이,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이 작품에 몰두했던 세월이 투영돼 있다.

작가는 40여 년의 시간을 그렇게 금속과 하나가 됐다. 작품에는 차갑고 단단한 물질을 따뜻하고 유연한 성질로 변환시키기 위해 인고했을 아득함과 쓸쓸함이 담겨 있다.

유영선 작가의 작품전이 오는 16일까지 이화갤러리에서 열린다.

‘매란국죽’
‘금속 속에 흐르는 시간’이라는 주제의 전시는 전통적인 금속 공예기법을 현대적 미감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뒀다. 특히 이번 전시는 회갑을 맞아 열려 더욱 의미가 깊다. 그동안 여정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장을 연다는 각오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작품 ‘매란국죽’은 세련되면서도 현대적인 이미지가 눈에 띈다. 한편으로 뜨거운 불의 열기가 스며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서로 다른 매란국죽의 아름다움과 작품들이 발하는 아우라는 고혹적이면서도 차갑다. 금속에 옻칠을 입히고 자재를 상감해 고전적이면서도 모던한 조형성을 구현한 것이다.

‘빛살무늬 은제 차도구’도 은은한 세련미를 발한다. 비동질적인 물성을 확장한 방식과 그것에 작가의 감정을 이입한 데서 오는 효과다.

한편 한선주 조선대 미대 명예교수는 “오랫동안 유영선 작가가 묵묵히 추구하는 작업 세계는 내면의 시간과 외부와의 소통을 통한 삶을 기록하는 이치이다. 문화의 변천에 따라 작가만의 미감을 찾아가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독자적인 가치를 찾아 생활 안에서 쓰임의 폭을 모색하고 순환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시간”이라고 평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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