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가 들려주는 자연과 인간 공존의 메시지
위대한 관찰 -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 지음 김숲 옮김
2024년 10월 04일(금) 14:00
장 앙리 파브르(1823~1915). 대부분의 독자들은 초등시절 축약본 ‘파브르 곤충기’를 접했지만 정작 파브르라는 ‘우주’나 다름없는 그의 학문세계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신간 ‘위대한 관찰’은 파브르의 제자가 1913년 출간한 ‘박물학자 파브르의 생애: 한 제자로 부터’를 번역한 것이다. 정치인이자 의사인 저자는 46살 때인 1907년 여름, 세리냥에 있는 파브르의 자택이자 연구실 ‘아르마스’(Harmas)를 방문해 당시 84살이던 파브르의 제자가 됐고,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6년 뒤 ‘파브르 곤충기’ 등 주요 저술의 핵심적인 부분을 인용하고 편지, 동생에게 제공받은 가족 기록 등을 종합해 생명의 경이로움을 밝히는데 온 생애를 바친 파브르의 연구철학과 발자취를 정리한 전기(傳記)를 썼다. 신간은 ‘곤충학자이길 거부했던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오류, 과장된 사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진실이 아님을 알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여기에 진실의 빛을 비추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파브르는 직접 쓴 서문에서 “꼼꼼한 번역가처럼 내 방법(이는 곧 보게 되겠지만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내 생각, 내 성과물과 발견을 전체적으로 정리했다”라고 언급했다. 저자 또한 들어가는 글을 통해 “세계 최고의 박물학자 중 한 사람의 ‘삶’을 통해 사람들이 파브르를 더 잘 알게 되고 더 사랑하게 된다면 내가 겪은 창작의 고통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다”라고 집필의도를 밝힌다.

저자는 1장 ‘자연의 직감’부터 16장 ‘황혼’에 이르기까지 파브르의 일관된 92년 생애를 시간 순으로 들려준다. 그는 식물학·동물학 박사이자 저술가, 시인, 교사, 교육운동가였고, 한때 시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청소년을 위한 자연사(史) 교과서를 10여 년 동안 공들여 집필하기도 했다. 파브르는 자신을 곤충학자가 아니라 부인했고 박물학자(생물학자)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는 ‘진정한 자연주의 철학자’이면서 ‘위대한 박물학자’, ‘심오한 관찰자’였다. 찰스 다윈은 ‘종(種)의 기원’에서 파브르를 ‘아무나 흉내 내지 못할 관찰자’라고 묘사했다. 특히 56살부터 84살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총 10권으로 완결한 ‘파브르 곤충기’ 총서 맨 마지막 단어를 ‘자, 계속 일을 하자’(Laboremus)로 마무리할 정도로 열정적인 ‘일벌레’였다.

장 앙리 파브르(1823~1915)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관찰자’,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자연주의 철학자’였다. 자택이자 연구실인 ‘아르마스’ 책상에서 집필하는 87살(1910년)때의 파브르.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
저자는 ‘은둔자의 도피처’인 파브르의 ‘아르마스’ 일상생활과 함께 다양한 곤충들의 연구 성과, 나아가 곤충세계에서 발견한 자연주의 철학에 대해 심도 깊고 폭넓게 풀어낸다. 비록 110여 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파브르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과 통찰력, 그의 인생과 말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여전히 묵직하고 유효하다. 늑대거미와 전갈의 행동패턴을 연구한 파브르는 이렇게 말한다.

“햇빛으로 영양분을 공급받는다면 생명체가 더는 서로를 잡아먹지 않을 것이다. 충돌 없이, 전쟁 없이, 노동 없이,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고 모든 필요가 반드시 충족될 것이다!”

요즘 지구 온난화와 함께 기후 위기까지 닥쳐오고 있다. 더욱이 벼 수확 철을 앞두고 벼멸구 피해가 심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하찮은 미물(微物)이라 여겨온 곤충의 존재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신간 ‘위대한 관찰’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장 앙리 파브르가 남긴 자연주의 철학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남긴 저술, ‘자연의 경전’을 다시 살펴봐야 함을 일깨운다. <휴머니스트·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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