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년 전 동굴벽화부터 변화무쌍 현대미술까지…짜릿한 예술여행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예술의 역사,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2024년 10월 03일(목) 21:45
인간과 삶, 세계와 역사를 이해하는 일반적인 코드 가운데 하나가 ‘예술’이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예술에 대한 정의, 관점은 다양하게 변해왔다.

그럼에도 예술의 공통점은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최상의 수단을 찾아왔다는 데 있다. 예술가들은 동물을 조각하거나 인물을 그릴 때 닮은꼴을 만들기보다 중요한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예술만큼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게 하는 요인은 없다. 어떤 이는 이를 ‘마법’이라고 말한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감정을 공유하고 상대의 마음까지도 읽을 수 있다. 예술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무기이다.

예술의 역사는 대략 1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프리카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된 물감이 들어 있는 소라 껍데기가 그것이다. 물감으로 신체를 장식하거나 매장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물감을 만들어 세상을 의도적이고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예술이 세상을 어떻게 형성하고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명하고 분석한 책이 나왔다. 영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작가인 살럿 멀린스가 펴낸 ‘예술의 역사’는 시공간을 뛰어넘은 예술가와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10만년 전 동굴벽화부터 다채롭고도 변화무쌍한 현대미술까지를 아우른다.

현 인류가 살았던 동굴에서도 조각품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매머드 상아와 돌에 새겨진 ‘사자인간’은 4만 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약 2만5000년 전 석회암으로 만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가슴과 하체가 큰 여성을 형상화했다.

책은 모두 40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최초의 흔적’부터 마지막 장 ‘저항으로서의 예술’까지 예술의 역사를 집약했다.

2장 ‘이야기가 펼쳐지다’에서는 서사 예술의 초기의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우루크 화병’은 오늘날의 연재만화와 같은 서사를 지니고 있어 흥미롭다. 기원전 33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우르크에서는 도시의 수호 여신으로 이난다를 추앙했다. 사원 석고에는 우르크 통치자가 화려하게 장식된 화병을 보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 화병은 숭배와 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여러 층위의 이미지로 분기된다.

저자가 ‘흉내쟁이’라는 장으로 이름 붙인 4장은 중국 진시황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진시황이 죽자 그를 사후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황실 근위대가 만들어졌다. 테라코타로 구현된 실물 크기의 병사들은 손에 창을 들고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전의 통치자들과 달리 진시황은 테라코타 모형을 고안했는데 점토에 모래를 섞어 불에 구웠다.

콘스탄티누스 시대에 기독교는 300년밖에 되지 않은 신흥종교였다. 성경은 많은 서사와 모티브의 원천이었으며, 초기 기독교 미술은 고전 회화와 유사했다. 4세기경에는 인도에서 신앙체계를 갖춘 예술활동이 성장했고 뭄바이 아잔타에 암벽을 깎아 기도처와 수도원이 만들어졌다. 특히 아잔타에는 30여 개의 동굴이 있고 이곳은 약 600년에 걸쳐 조성되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개된 르네상스는 200년 이상 지속된 예술 혁신운동이었다. 인본주의 성행과 부의 증가로 예술은 경쟁체제를 갖췄고 신화부터 인체 조각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이 번성했다.

이후 유럽은 고전적인 전통, 교수법을 위시한 아카데미 미술이 성행했다. 규율과 질서가 중요했으며 런던 왕립아카데미, 파리 살롱전은 예술가들의 지향점이 됐다. 아카데미가 주도한 예술계에서 여성의 참여가 제한된 데다 자신의 작품에 가격도 매길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맞서는 예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디오와 행위예술 등 다양한 새로운 형식에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책은 선사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예술을 망라한다. 저자는 모든 역사의 과정에서 예술의 흔적을 살피며 예술사를 넘어 광범위한 공동체와 세상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소의책·2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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