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청년 해마다 1만여명 수도권으로 ‘탈출’
교육·취업·임금·문화 등 격차 크고 일하고 싶은 대기업 없는 것도 원인
청년세대 트렌드 맞춘 행사 기획·상권 분석…청년위한 인프라 구축 시급
2024년 09월 24일(화) 20:30
광주·전남 청년들의 ‘엑소더스’가 심각하다. 취업과 교육·문화 인프라 등 수도권과 지방 간 과도한 격차 때문에 광주와 전남에서 매년 1만여명 이상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주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20세부터 39세까지 청년들은 올해 6월 기준 2만4606명이다.

세부적으로 ▲2020년 5996명 ▲2021년 5268명 ▲2022년 5346명 ▲2023년 5072명 ▲올해 6월까지 2924명이다.

광주에서 매년 5000명 이상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전남지역의 경우 같은 기간 수도권으로 향한 청년들은 2만2392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6828명, 2021년 5149명, 2022년 4044명, 2023년 4094명, 올해 6월까지 2277명이다.

광주·전남 모두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해마다 1만여 명의 청년들이 꾸준히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추세다.

지역 청년들은 각종 인프라를 이유로 수도권행을 택하고 있고, 지역 대학을 졸업한 뒤 지역에 남아있는 청년들도 수도권으로의 ‘탈출’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역 청년들이 고향을 뒤로하고 수도권으로 떠나는 배경에는 지방과 비교했을 때 고용률이 높고 평균 임금이 더 높은 수도권 일자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대기업이 광주·전남지역에 없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과 수도권이 갖춘 교육·문화 인프라 격차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학 등 포괄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코딩·인공지능(AI)·어학 공부 등 수요가 있어야 강의가 열리는 모든 측면에서 수도권이 월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역 청년들을 위한 교육·문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광 출신인 대학생 정선형(여·22)씨는 “수도권이 많은 취업의 기회와 인프라 측면에서 더 우세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더 많이 경쟁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대 학생인 주경원(여·19)씨는 “광주가 기본적인 문화생활과 교통 등이 부족한 지역은 아니지만 수도권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청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특함과 독창성, 멋을 중시한다. 하지만 광주를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은 늘 새롭게 변하는 수도권을 따라 하기에 바쁘다”고 지적했다.

주씨는 “지자체는 지역 청년을 위한 새롭고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해야 한다”며 “20~30년 후에도 지역이 생동감 있고 활기차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전남대에 재학 중인 김대권(25)씨는 “청년들이 도시 안에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콘텐츠 부족, 지하철 노선 부족 등 교통 문제 등이 광주 청년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며 “지방의원들이 청년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청년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광주만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만이 갖고 있는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청년 맞춤형’ 교육·문화 전문 설계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현철 전남연구원 부원장은 “지역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은 결국 일자리 문제”라며 “광주과학기술원(GIST), 한국에너지공대 등에 대학·기관 간 협약으로 학생들을 현장 실무에 적합한 인재로 양성하는 ‘계약학과’를 신설해 지역 특화 산업 등과 연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부원장은 또 “교육이나 문화 부문에서도 MZ세대의 요구에 맞춤화된 전문 설계자가 필요하다”며 “‘지방시대’라고 하지만 지방을 위한 정책은 대부분 일회성이다.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지원책을 내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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