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예술도둑, 마이클 핀클 지음, 염지선 옮김
예술 작품을 훔쳤다 ‘많이’…단지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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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녀 마들렌’, ‘클레브의 시빌’, ‘원숭이들의 축제’, ‘가을의 우화’, ‘잠자는 목동’, ‘여인과 군인’, ‘마을 입구’….
위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얼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술 회화 작품이라는 것밖에는 공통 분모가 없다.
이들 작품은 박물관, 미술관에서 도난을 당했던 유명한 그림들이다. 모두 동일한 이의 소행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예술 작품을 훔친 도둑이 있다.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유럽에서 200회 300점 이상을 훔친 세기의 도둑이다. 가치로 환산했을 때 2조 원에 달한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아름다움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욕망의 근인은 무엇일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뉴요커, 워싱턴포스트, 리터러리 허브가 선정한 ‘올해의 책’인 ‘예술도둑’은 흥미로운 논픽션이다. 희대의 도둑의 뒤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의 느낌도 준다.
작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이다. 사회와 동떨어진 채 27년 동안 혼자 살아온 인물을 추적한 ‘숲속의 은둔자’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작가다. 경험한 실제 사건을 토대로 완성한 ‘트루 스토리’는 2005년 에드거상 최우수 논픽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정재승 뇌과학자는 ‘예술도둑’에 대해 “예술에 대한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가장 비뚫어진 방식으로 탐해온 예술 도둑을 통해 미학과 윤리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라며 “근래에 읽은 가장 흥미로운 예술 서적이다”고 평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책을 읽는 동안 범죄자를 향한 동정심과 혐오감이 공존한다”며 “핀클은 그야말로 이야기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잡으면 내려놓기 힘든 책이다”고 상찬했다.
저자는 이번 책을 쓰기 위해 10년 가가운 시간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리고 2012년 ‘예술품 도둑의 고백’을 발간한 출판사를 통해 브라이트비저에게 사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후 2년이 넘어 답장을 받았고 첫 편지를 보내고 4년이 흐른 2017년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두 사람 만남은 조심스러웠고, 처음 브라이트비저는 사적인 이야기를 꺼려했다. 점차 사이가 편해진 후,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제안이 수용됐다. 인터뷰는 저자가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세 번에 걸쳐 만났으며 40여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 사이 브라이트비저가 물건을 훔쳤던 박물관, 교회를 찾아가거나 산책도 했다. 여러 과정을 통해 저자는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논픽션이 완결되기까지는 주인공 외에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 폭넓은 연구와 꼼꼼한 취재 등이 토대가 됐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범죄 사건은 구성이 잘 된 한편의 이야기로 전이됐다.
저자는 브라이트비저의 어린 시절부터 그 원인을 찾는다. 아이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는 유년기를 보냈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박물관에서 혼자 노는 것이 좋았다. 그림을 비롯해 조각상, 저마다 색채로 빛나는 유물은 그의 내면을 흔들었다.
그는 비저를 일반적인 도둑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감상적이고 날카로운 안목을 지닌 진정한 미술품 수집”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아름다움을 숭배하기에 그는 절도 행위에 대해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갖고 싶어도 대부분 선을 넘지 않은데 비해 그는 미에 대한 소유를 추구했다.
1972년 2월 벨기에 ‘루벤스의 집’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맞물려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그는 돈 때문에 훔치지도 않았다. 단 하나 모든 시작은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생각의힘·1만7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위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얼른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미술 회화 작품이라는 것밖에는 공통 분모가 없다.
이들 작품은 박물관, 미술관에서 도난을 당했던 유명한 그림들이다. 모두 동일한 이의 소행이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뉴요커, 워싱턴포스트, 리터러리 허브가 선정한 ‘올해의 책’인 ‘예술도둑’은 흥미로운 논픽션이다. 희대의 도둑의 뒤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추리소설의 느낌도 준다.
작가는 미국을 대표하는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이다. 사회와 동떨어진 채 27년 동안 혼자 살아온 인물을 추적한 ‘숲속의 은둔자’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던 작가다. 경험한 실제 사건을 토대로 완성한 ‘트루 스토리’는 2005년 에드거상 최우수 논픽션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 스테판 브라이트비저가 프랑스 샤르트르 미술관에서 훔친 프랑수아 부셰 작 ‘잠자는 목동’. |
저자는 이번 책을 쓰기 위해 10년 가가운 시간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리고 2012년 ‘예술품 도둑의 고백’을 발간한 출판사를 통해 브라이트비저에게 사적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후 2년이 넘어 답장을 받았고 첫 편지를 보내고 4년이 흐른 2017년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두 사람 만남은 조심스러웠고, 처음 브라이트비저는 사적인 이야기를 꺼려했다. 점차 사이가 편해진 후,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제안이 수용됐다. 인터뷰는 저자가 묵고 있는 호텔방에서 진행됐다.
두 사람은 세 번에 걸쳐 만났으며 40여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 사이 브라이트비저가 물건을 훔쳤던 박물관, 교회를 찾아가거나 산책도 했다. 여러 과정을 통해 저자는 ‘예술, 범죄,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위험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 스위스 시옹 발레 역사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장-밥티스티 이사비의 ‘담뱃갑’. |
저자는 브라이트비저의 어린 시절부터 그 원인을 찾는다. 아이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는 유년기를 보냈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박물관에서 혼자 노는 것이 좋았다. 그림을 비롯해 조각상, 저마다 색채로 빛나는 유물은 그의 내면을 흔들었다.
그는 비저를 일반적인 도둑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감상적이고 날카로운 안목을 지닌 진정한 미술품 수집”가로 불리기를 원했다. 아름다움을 숭배하기에 그는 절도 행위에 대해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 갖고 싶어도 대부분 선을 넘지 않은데 비해 그는 미에 대한 소유를 추구했다.
1972년 2월 벨기에 ‘루벤스의 집’에서 일어난 도난 사건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와 맞물려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그는 돈 때문에 훔치지도 않았다. 단 하나 모든 시작은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생각의힘·1만7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