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혈맥을 새로 잇다]흑산도 하늘길 이르면 연내 착공 2027년 개항
<12> 흑산공항 건설
국립공원 해제 문제에 발목 13년간 표류
구역조정안 해수부·환경부 합의로 본궤도
활주로 늘리고 비행기 규모 50인승→80인승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만 남아
유인 11개·무인도 285개 자리한 흑산도 군도
개항땐 전남 서남부권 섬 관광 새시대 기대
2024년 09월 04일(수) 08:00
흑산도를 중심으로 가도, 대장도, 소장도, 다물도, 대둔도, 영산도 등 흑산군도의 모습. 흑산공항이 오는 2027년 개항하게 되면 이 일대를 연계하는 해상 시스템 구축을 촉진해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흑산공항이 올해 안으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1년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울릉공항과 함께 포함되면서 2017년 개항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립공원 해제 문제가 발목을 잡아 13년간 표류했기 때문이다. 함께 추진된 울릉공항은 경제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가 2013년 갑자기 경제성 분석(B/C) 수치가 높아져 통과했고, 다시 공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공사비가 6633억원으로 대폭 증액되면서 연기되었다가 지난 2020년 11월 27일 착공했다. 지난 7월 말 현재 공정률은 50%를 약간 넘긴 수준이며, 오는 2026년 초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13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 수치 4.38로 통과한 흑산공항은 당초 2017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었다. 2016년까지 신안 흑산면 61만4487㎡에 길이 1200m의 활주로와 부대시설을 갖춰 50인승 항공기를 운행해 김포, 무안, 김해공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해외공항과도 연계한 국내 및 국제 노선을 운행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해제, 공항 건설에 대한 흑산도 환경 훼손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되었고, 수차례 상정되었는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보류, 연기, 중단 등을 반복되면서 시간을 보냈다. 환경단체, 일부 전문가 등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다가 지난 2021년 3월 신안군이 정부에 흑산공항 예정지의 국립공원 해제, 대체 편입 지역 등을 담은 ‘국립공원 구역조정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흑산면 예리 공항 면적 68만3000㎡ 등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비금 명사십리 해수욕장 주변 해역 5.5㎢를 국립공원으로 대체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이견을 보였던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도 이 안에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13년을 표류했던 흑산공항 건설사업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서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협의만 남겨두고 있다. 전남도는 올 하반기 착공을 기대하고 있다. 흑산도항 전경.
지난 2023년 1월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이 같은 방안이 통과되고 곧바로 2월부터 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가 4월 환경부에 제출되었다. 이 과정에서 흑산공항의 활주로 전후 종단 안전구역이 60m에서 180m, 좌우 착륙대가 50m에서 120m로 규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실시설계 계획이 수정, 비행기 규모 역시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커지게 되었다.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한 협의가 지난 6월 완료됨에 따라 앞으로 기획재정부와의 총사업비 협의가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 기존 예산(1833억원)이 이미 8년 전 작성된 것으로, 현실적으로 울릉공항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액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개항 시기는 이르면 2027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흑산도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여수 거문도와 함께 언젠가 꼭 한 번쯤 가봐야 하는 전남 섬의 핵심 아이콘이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92.7㎞ 거리에서 있어 2시간 남짓 바다를 지나야 볼 수 있는 이 섬의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제170호인 홍도,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자리한 가거도, 만재도가 있다. 이외에도 영산도, 대둔도, 소장도, 대장도, 상·중·하태도 등 유인도 11개, 무인도 285개 등 무려 296개의 다양한 섬들이 자리해 ‘흑산도 군도’를 이루고 있다.

급변하는 바다 날씨,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이동 시간 등의 불편으로 인해 흑산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매년 줄고 있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흑산도 거리 모습.
이들 흑산면에 속한 섬의 인구는 모두 4000여 명으로, 바다 위 수산시장인 과거 파시(波市)로 유명했던 1970~80년대 1만2000명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비금도를 거쳐 먼 바다로 나가 울렁거림을 버텨내면 흑산도여객터미널에 들어선다. 이미자의 ‘흑산도아가씨’ 노랫가락이 울려퍼지는 터미널 앞에는 관광버스와 중형버스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 여객선은 섬 손님들을 내려주고 다시 터미널을 벗어나 가거도, 만재도를 들렸다가 흑산도로 돌아와 관광객들을 싣고 목포로 향한다.

흑산도의 마을은 진리(鎭里), 예리(曳里), 비리(比里), 심리(深里), 사리(沙里), 오리(梧里), 수리(水里) 등 본도와 영산도, 다물도, 홍도, 태도, 가거도, 만재도 등으로 나뉜다. 흑산도 본도의 마을 이름은 그 지리와 위치적 특징을 담고 있으며, 따라서 특산물이나 주민들의 삶 역시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진리는 면소재지이자 행정의 중심, 예리는 산줄기가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온 목이 되는 자리, 비리는 진리의 산너머 위치, 심리는 바다가 깊숙이 들어와 굽어져 있는 모습, 사리는 모래 등에서 그 이름이 비롯됐다.

흑산도는 섬의 95%가 상록수로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또는 바다와 산이 모두 검은색이라고 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특산물로는 흑산 홍어, 전복, 가리비, 우럭, 성게, 돌김 등이, 흑산도와 연관이 있는 역사적 인물로는 자산어보의 정약전, 면암 최익현, 김이수 등이 있다. 정약전과 최익현은 흑산도에 유배를 와 인연을 맺었고, 김이수는 흑산도 주민들에게 부과된 닥나무 세금의 부당함을 정조에게 직접 격쟁(임금 행차에 징이나 꽹과리를 치면서 민원을 호소하는 방법)을 통해 알려 시정한 흑산도 사람이다.

흑산도항에 있는 흑산도 표지석.
흑산도의 볼거리는 너무도 다양하다. 섬을 하나로 잇고 있는 25.4㎞의 일주도로에 대부분의 자원들이 몰려 있다. 27년이 걸려 지난 2010년 완공된 이 일주도로 덕분에 관광버스를 통한 대량 수송이 가능하게 됐다. 진리의 당산, 무심사지, 상라산(227m) 전망대, 지지대 없이 절벽을 지나는 ‘하늘도로’, 동백나무 군락, 정약전 사당(복성재), 최익현 유허비(지장암), 예리항 등이 있다. 해안일주도로를 달리면서 볼 수 있는 바다의 풍경은 덤이다. 흑산도 본도와 부속도서인 영산도, 소장도, 대둔도, 다물도, 홍도, 가거도, 만재도 등을 둘러보려면 한 달이 걸려도 다 못 본다는 것이 주민들의 자랑이다.

전남도는 공항 건설로 무엇보다 흑산도를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자본이 유입되며 다양한 편의·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흑산군도은 물론 제주도, 일본, 중국 등과 연계되는 교통망이 구축돼 전반적으로 전남 서남부권 섬 관광의 새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기재부와의 총사업비 협의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으며 최대한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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