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역사를 민중의 눈으로 다시 본다
조선 500년의 거짓말
김학준 지음
2024년 08월 30일(금) 00:00
“…노비문서를 불 질러 강상을 무너뜨렸으며, 토지를 평균 분작하여 국법을 흐리고 어지럽혔으며, 대군을 몰아 왕성을 핍박하고 정부를 부숴버리고 새 나라를 도모했으니 이는 곧 반역을 범한 것이니라.”(박영효 내부대신)

“동학도는 과거의 잘못된 세상을 고쳐 다시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나온 자들이다. (…) 자기나라 백성을 쳐 없애기 위해 외적을 불러들였으니 네 죄가 가장 중대한데 도리어 나를 죄인이라 이르느냐?”(전봉준 장군)

1895년 1월, 서울로 압송돼 온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 장군을 심문하는 박영효와 오간 대화이다. 저자는 신간 ‘조선 500년의 거짓말’에서 “전봉준과 박영효의 대화를 통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명색이 근대를 지향한다는 개혁파 관료 박영효의 사고가 봉건적 지배 이념과 엘리트주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라며 “일본을 등에 업고 출세한 박영효의 현실인식이 이미 평등한 세상을 꿈꿀 만큼 동시대의 보편적 세계관을 초월한 전봉준의 생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인류의 역사에 흥미를 느낀 평범한 독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저자는 신간 ‘들어가는 말’에서‘민중’의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자신의 역사관을 밝힌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내내 잊지 않으려 한 믿음이 있습니다. 민중을 배제하고 나면 그 시대 역사는 절반도 알지 못하는 것이며, 역사의 주체를 지배계급으로 국한한 역사는 절반의 진실도 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신간 부제는 ‘민중의 눈으로 다시 쓴 조선역사’이다. 저자는 ‘애민’(愛民), ‘사림’(士林), ‘사대’(事大), ‘반정’(反正), ‘민란’(民亂) 등 5개 주제로 나눠 500년 조선의 역사를 서술한다. 왕조나 지배계급이 아닌 민중의 눈에서 바라본 조선 역사는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조선 왕조의 ‘애민’과 ‘민생’은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데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한 전략이었고, ‘사림’의 주류인 보수 사림 사대부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지배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고, 주희 성리학을 추종한 세력이었다. ‘보수 사림’에 맞섰던 이언적과 조식, 정인홍 등 ‘진보 사림’도 존재했다. 저자는 조선 멸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조선의 임금과 양반 사대부들이 중국 중심의 천하관말고 다른 어떤 국제 질서에도 무지했고, 또 관심조차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연산군과 광해군을 몰아냈던 ‘반정’ 이후 백성들은 “권력과 풍요를 독점하고 세습하려는 탐욕과 위선으로 가득한 자들의 도적질”을 겪었다고 말한다. 19세기 조선은 민란의 시대였다. 홍경래 난(1811년)과 임술년 농민항쟁(1862년), 동학농민혁명(1894년) 등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농민군을 ‘전쟁에서 지고도 역사의 승자가 된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역사적 위상을 부여한다. 5개의 주제로 바라본 조선 왕과 지배계급의 위선과 탐욕, 반민중적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민중의 눈높이에 바라 본 신간 책장을 넘기다보면 ‘오늘’의 역사와도 오버랩된다. 민생을 도외시하는 권력 속성과 부(富)편중, 당쟁, 사대(事大) 등이 요즘 상황과 똑같음을 깨닫는다. 여야가 격돌하는 현 정치상황과 민생문제를 풀어나갈 해법이 과거 조선 500년 역사에 담겨있음을 신간을 읽으며 절감할 수 있다.

<인문서원·2만5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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