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영화는 내 삶의 일부이면서 함께 가는 삶의 반려”
다큐 주인공으로 칸 레드카펫 밟은 ‘영화청년’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올해 다큐 주인공으로 칸 레드카펫 밟으니 감회 남달라
세계영화계 애주가 모임 ‘타이거 클럽’ 회원들과 교류
BIFF 집행위원장 맡아 강한 리더십으로 영화제 이끌어
‘주리’로 감독 데뷔…작은 영화관 살리기 다큐 제작중
2024년 08월 26일(월) 21:30
김동호 전 BIFF 집행위원장은 미수(米壽)의 나이에도 지난 5월 다큐 ‘영화청년, 동호’의 주인공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고, 연말에 ‘작은 영화관 살리기’를 주제로 한 다큐를 완성할 계획이다.
올해 미수(米壽·88살)인 김동호 전(前) 부산국제 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은 해외 영화인들에게 ‘미스터 BIFF’, ‘미스터 KIM’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1996년 9월 창설한 BIFF를 탁월한 강한 추진력과 탈권위의 리더십으로 이끌며 아시아 대표 영화제와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도약시켰다. 또한 영화감독과 단역 배우, 프로듀서, 영화교육자 등으로 변신하며 자신의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도 ‘작은 영화관 살리기’를 주제로 한 자신의 다큐를 직접 제작중이다. 지난 5월, 다큐 ‘영화청년, 동호’(감독 김량)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그의 열정적인 영화인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무대 인사를 하는 김동호 전 BIFF 집행위원장과 김량 감독(왼쪽에서 2번째). <국제신문 김채호 PD 제공>
◇다큐 ‘영화청년, 동호’ 주인공으로 칸 초청=지난 5월 16일 밤, ‘제77회 칸 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내 브뉘엘 극장. 러닝타임 89분의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가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된 후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갈채를 보냈다. 국제신문 제작·부산출신 김량 감독 연출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창설해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성장시킨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영화인생을 담은 다큐이다. 김 전 위원장은 다큐 주인공 자격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스크린으로 마주한 과거와 현재의 ‘청년 동호’를 보며, 그리고 상영 후 자신을 향한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눈물을 흘렸다. ‘뭔가 주체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경기도 광주시 팔당호 인근에 자리한 김 전 위원장의 자택 당호는 ‘청하가(靑霞家) 집심재(集心齋)’. 청하는 ‘푸른 노을’ 또는 ‘뜻이 매우 고상함’을 의미하며 그의 호이기도 하다. 서재에서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의 풍광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올해 미수(米壽·88살)를 맞은 나이에도 김 전 위원장은 캠코더를 직접 들고 국내외를 오가며 열정적으로 다큐를 촬영하고 있는 ‘영화청년’이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칸 국제 영화제’를 25번째 찾으셨습니다. 다큐 ‘영화청년, 동호’가 초청돼 주인공 자격으로 레드카펫을 밟은 올해는 여느 해보다 감회가 남다르셨을 듯합니다.

“‘칸 클래식’ 부문에 선정됐다고 들었을 때 긴가민가 약간 믿기지 않았습니다. 좀 의외라고 생각을 했어요.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은 2001년부터 24년 동안 절친으로 지내고 있고, ‘타이거(Tiger) 클럽’(세계 영화계 애주가 모임)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본인 인터뷰가 그(다큐) 안에 들어가 있고 아마 본인이 보고 선정한 것이구나, 그렇게 짐작은 했죠. 칸영화제는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처음 찾았던 영화제고, 그 이후에 코로나 기간 3년을 빼고는 매년 참석했습니다. 그래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 다큐 주인공으로 레드카펫을 밟고 들어가니까 조금 감회가 새로웠어요.”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되는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셨다는데….

“올해 2월 기술 시사때 봐서 새삼스러운 장면들은 아니었지만 해외 관객들이 꽉 찬 극장에서 공적 생활과 사적 생활 장면들이 쭉 나오는 것을 보니까 감회에 젖어서 조금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제가 역점을 두고 건설한 예술의전당과 국립현대미술관, 남양주 종합촬영소, 부산 영화의 전당을 찾아가고, 핸드 프린팅을 했던 남포동과 영화제 개막식을 했던 요트경기장 등지를 찾아다니면서 회고하는 형태의 그런 영화입니다.”

(다큐에는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알랭 잘라도 낭트3대륙 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 임권택·이창동·정지영·신수원 감독, 배우 박정자·조인성·예지원 등 쟁쟁한 인터뷰이들이 나서 ‘인간 김동호’에 대해 증언한다. 한국영화와 BIFF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그에게 보내는 헌사(獻辭)이자 오마주(Hommage)다.)

-공직생활 30년, 그리고 영화 쪽에 30년 계셨습니다. 그동안 BIFF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영화감독, 배우, 프로듀서 등 많은 영화 일을 하셨는데 ‘나에게 영화는 OO’인가요?

“1988년 4월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맡으면서부터 36년 동안 영화쪽 일을 하다 보니까 영화는 저의 삶의 일부이면서 함께 가는 삶의 반려(伴侶)라 할 수 있습니다.”

◇BIFF 집행위원장 등 36년 동안 영화발전에 헌신=1937년 강원도 홍천 태생인 김 전 위원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61년 9월 문화공보부 행정주사보로 공직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문화예술 진흥 5개년 계획’ 등 주요 문예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30년 문화행정 공직 생활 시기를 ‘제1의 황금기’였다고 표현한다. 1988년 4월, 영화진흥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예술의전당 초대 사장과 문화부 차관, 공연윤리위원회 위원장직을 역임했다.

김 전 위원장은 59살 때인 1996년 2월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출범시키며 집행위원장을 맡아 ‘인생 2막’을 열었다. 그는 특유의 강력한 업무 추진력과 탈(脫)권위적인 리더십으로 주위의 우려를 잠재우고 짧은 시간 내에 BIFF를 아시아 대표 영화제와 세계적인 영화축제로 자리매김시켰다. 1996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15년 동안 집행위원장으로서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고, 이후 명예 집행위원장(6년)과 이사장(2년)을 맡아 BIFF의 발전을 도왔다

누구나 ‘김동호’ 하면 문화행정 관료보다 ‘부산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 이미지를 떠올린다. 특히 초기 영화제 개최 때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이용해 남포동과 해운대 행사장을 오간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또 BIFF를 찾은 해외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영화감독, 스태프들과 해운대 포장마차에서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인 ‘스트리트 파티’ 일화는 신화(神話)처럼 전해진다.

단편영화 ‘주리’(JURY) 촬영 현장(2012년).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제공>
◇ “직접 만든 다큐, 연말에 완성할 계획”=평소 영화 한편 만들어보겠다는 소망을 품었던 김 전 집행위원장은 75살이던 2012년에 영화제 심사위원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 ‘주리(JURY)’(러닝타임 24분)를 연출,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또한 그는 ‘정사’(감독 이재용)와 ‘개입자’(감독 클레어 드니), ‘이리’(감독 장률), ‘달빛 길어 올리기’(감독 임권택> 등 거장 감독들의 여러 장편영화에도 단역 배우로 출연했다.

30년 공직생활에 이어 36년의 영화인생을 살고 있는 김 전 집행위원장은 현재 미수(米壽)의 나이에도 쉼 없이 일을 즐기며 다이나믹한 ‘영화인생 3막’을 열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신생 영화제 성장을 돕고 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라져가는 작은 영화관 살리기를 주제로 한 다큐를 제작중이다. 이달에 보충 촬영을 하고 인터뷰를 추가해 연말에 완성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어떻게 하면 (코로나 팬데믹때 줄어든)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되돌아 올 수 있을까, 그런 관점에서 국내와 일본·대만 찾아다니면서 감독들 인터뷰하고 작은 영화관을 촬영하고 그랬죠. 제목은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김동호와 꿈의 공간’ 그런 게 되겠죠.”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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