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우리말 말살 수단으로 만든 카드 발굴
손희하 전남대 명예교수 ‘조선어 금지·일어상용’ 카드 공개
2024년 08월 13일(화) 16:30
손희하 전남대 명예교수, 우리말 말살 ‘카드자료’ 발굴. <전남대 제공>
일제강점기는 우리의 말과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어둠의 시대였다. 일제는 창씨개명을 비롯해 역사 왜곡 등을 통해 민족말살 정책을 폈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우리말을 말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카드가 발굴돼 눈길을 끈다. 카드는 국어생활사 자료 외에도 식민 역사사료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손희하 전남대 명예교수(국어국문과)가 발굴한 카드는 일제가 초등생들에게 조선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명 ‘조선어 금지·일어상용’ 카드(가로 5.4cm, 세로 9.04cm)는 가운데에 ‘말은 일본어로’라고 기록돼 있다. 왼쪽에는 佳會公立普通學校(가회공립보통학교)라고 쓰여 있어 일제가 감시수단으로 카드를 활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 교수에 따르면 일제는 초등생들에게 카드를 나눠준 뒤, 조선어를 사용할 때마다 상대방의 카드를 한 장씩 빼앗도록 했다. 남은 분량에 따라 벌을 주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손 교수는 “이번 카드는 일제가 일상에서 우리말을 말살하기 위해 시행한 하나의 사례”라며 “무엇보다 순수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카드를 매개로 감시, 경쟁체제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교묘하면서도 악랄한 수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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