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만화가 50년 만화인생 기념하는 특별전 ‘화제’
도립미술관서10월 20일까지…‘타짜’, ‘식객’ 등 창작 만화계 대가
만화계 지망생들에 “많이 부지런히 그리고 재미있게 그려라” 조언
2024년 08월 06일(화) 16:10
‘타짜’ 앞에서 포즈를 취한 허영만 만화가. <도립미술관 제공>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허영만 만화가는 ‘각시탈’, ‘타짜’, ‘식객’ 등 화제작을 펴낸 만화계의 대가다. 최근에는 TV ‘백반 기행’을 통해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수 출신 허영만 작가의 50년 만화인생을 되돌아보는 특별초대전이 지역에서 열려 화제다. 반백년이 넘도록 만화인생 외길을 걸어온 허 작가의 삶은 우리나라 현대 만화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은 오는 10월 20일까지 특별초대전 ‘종이의 영웅, 칸의 서사’를 펼친다. 6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허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예술의 확장과 연결의 가치를 톺아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만화가 허영만, 2부 ‘시대를 품은 만화’, 3부 ‘매스미디어 속 만화’, 4부 ‘일상이 된 만화’로 진행된다. 각각의 전시는 만화사 자료는 물론 주요 작품, 만화가 영상물로 재탄생하는 과정 등을 오롯이 담고 있다.

작업실 책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허영만 작가. <도립미술관 제공>
전시를 앞두고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허 작가는 전시회 소회를 비롯해 작품 배경, 만화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먼저 허 작가는 기념전에 대해 “벌써 50주년이 다 됐다. 엊그제 환갑을 맞은 것 같은데 벌써 70세가 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기념전을 준비하며 자료 등을 훑어보니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 ‘백반기행’에서 허 작가는 소탈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동안 그의 작품들은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될 만큼 영상과의 친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작가는 “처음에는 ‘백반기행’을 6회 정도 촬영한다고 알고 있었다. 반응이 좋다고 하니 그냥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은 “왜 프로그램 인지도가 높아지는 건 지” 제작진에게 물었더니 ‘연예인처럼 튀지 않고 잔잔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라는 얘기가 돌아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하면 잘 될 것이다’라는 특별한 비결보다 해왔던 대로 변하지 않는 자세로 그려나가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사람들을 만나 어느 지역 음식이 제일 맛있는지 물어보면 전부 ‘전라도 음식’이라고 말한다”며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을 먹었던 터라 ‘식객’을 쓰고 ‘백반기행’을 촬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전시실 벽면에 걸린 ‘각시탈’ 작품.
허 작가의 만화계 데뷔는 1974년 한국일보 신인 만화 공모전에 ‘집을 찾아서’라는 작품이 당선되면서였다. 같은 해 소년한국일보사에 연재한 만화 ‘각시탈’ 흥행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연이어 발표한 작품들도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만화가로서의 명성이 굳건해진다. 서유기를 바탕으로 재해석한 ‘날아라 슈퍼보드’, ‘비트’, ‘타짜’, ‘식객’ 등은 고전적인 매체인 종이를 넘어 영상 매체로까지 영역이 확장되는 계기가 된다.

허 작가는 1970~1980년대 사회적 양상, 이슈를 담은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특히 ‘각시탈’, ‘한강’은 당대 사회의 모습을 많이 반영한 작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얼굴을 가리는 것은 만화적인 발상인데 스페인 쪽의 ‘쾌걸 조루’ 같은 게 있지요. 그것하고 비슷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양반사회를 조롱하기 위한 차원에서 탈문화가 성행했습니다. 작품에서는 민낯보다 탈을 수호한다는 관점에서 착용을 하면 광대들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한강’ 같은 작품은 제가 해방 이후 세대니까 아무래도 당시의 생활 소품들을 많이 그려 넣었어요. 예전에는 모든 게 반듯반듯하고 직선 위주의 문화였는데, 그 예로 하얀 광목을 쳐서 옷을 보관했던 모습은 아련한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6·25와 같은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정치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됐는데, 작품을 통해서나마 젊은 세대와 소통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어요.”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는 영상으로도 제작됐다.
1990년대 이후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는 작품을 모티브로 한 2차 저작물이 많이 생산됐다. 만화 또한 다양한 매체와의 만남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허 작가는 “2차 저작물이 가장 많은 곳은 일본인 것 같다. 만화를 영화로도 제작하고 또한 캐릭터를 모티브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은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만화 영화 캐릭터가 지속되는 것은 아닌 편이다.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하는 저작물은 강한 편인데 그 외의 캐릭터를 활용한 2차 저작물은 약한 편”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캐릭터의 구별이 쉽게 되지 않을 만큼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은 앞으로 개선을 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의 작업 흔적들을 모아 진행되는 만큼 책상은 물론 메모 등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방대한 자료는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방법과도 연계될 것도 같다.

그는 “종이를 낱장으로 계산하면 만화 한 권은 60장, 100장이 쉽게 넘어간다. 일전에 만화원고를 조사해봤더니 최소한 14만~15만 장이 되더라. 종이이다 보니 부피가 얇아 많아진 측면이 있다”며 “메모를 안 하면 나중에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가급적 메모를 하고 요즘에는 스마트폰에도 기록을 하는데, 어찌됐든 메모하는 습관 때문에 자료 분량이 많아졌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만화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했더니 그는 문하생들에게 해주는 말로 대신했다.

“작은 재주를 갖고 만화를 시작하는데 일단 ‘책상에 누가 오래 앉아 있느냐’로 승부가 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대상을 정확하게 잘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변형을 해도 독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러나 무엇보다 저는 이 말을 강조합니다. ‘많이 그려라 부지런히 그리고 재미있게 그려라’고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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