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진도로 돌아와 시 짓고 농사 짓는 화가
진도 출신 김양수 시인 시화집 ‘산 아래 집 짓고 새벽별을 기다린다’ 펴내
2024년 07월 31일(수) 12:30
‘보이지 않는 길’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사회생활 등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늑한 고향 산천에 둥지를 틀고 노후를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진도 출신으로 화가이자 시인인 김양수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김 작가는 고향 진도 여귀산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산 지 벌써 5년째다. 그에 따르면 어린날 보았던 여귀산은 높고 웅장했지만 지금은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그러나 낙향한 그에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업실이 1년 전 화마로 모두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툭툴 털고 ‘이견토굴’을 임시로 마련했다.

최근 그가 시와 그림이 담긴 시화집 ‘산 아래 집 짓고 새벽별을 기다린다’(열린시학)를 펴냈다.

동국대 미술학부와 중국 중앙미술대에서 벽화를 전공하고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에서 38회 개인전을 가지기도 했던 그는 신문 등 매체에 글과 그림을 연재하기도 했다.

이번 시집은 시와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수묵화는 땅과 하늘, 자연, 바람 등의 흔적과 풍광을 담고 있다. 관조의 시선은 물론 넉넉함과 여유로움, 내면의 자유가 필묵에 따라 오롯이 펼쳐져 있다.

“바람결에 실려왔고/ 바람 멈춘 이 자리에 뿌리내리고/ 한 생을 살아간다/ 한뼘의 햇살에/한줌의 바람에/ 쓰다듬는 손길에/ 감사하며 깨닫는다/ 서 있는 이 자리가/ 본래 내 자리인 것을”

‘내자리’는 고향에 둥지를 튼 화자의 심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돌고 돌아 여귀산 자락으로 돌아온 화자는 “서 있는 이 자리가 본래 내 자리인 것을”하고 되뇌인다. 인생은 모두 본질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에서 “바람결에 실려왔고” 더러는 떠내려가며 마지막 뿌리를 내릴 자리를 찾는 것이다. 특히 작품 ‘보이지 않는 길’은 고통과 고난을 겪어야 했던 시간들을 반추하는 작품으로 잔잔한 여운을 준다.

이지엽 경기대 명예교수(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장)은 “그의 그림들이 너무 평온하고 아늑했으며 시는 부드럽게 세상을 껴안고 있다”며 “작품과 혼연일체가 된 묵언 수행의 깊이가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무궁에 닿아있음을 절감하였다”고 평한다.

한편 김 시인은 “세월 지나 산 속에 앉아 그림도 그리고 농사도 짓는 일상 누리고 있으니 얼마나 큰 행복함인가”라며 “그림도 농사도 수행이다. 수행자의 마음을 놓치면 그림도 농사도 그리치고 만다”고 전했다.

한편 김 시인은 작품집 ‘고요를 본다’, ‘함께 걸어요 그 꽃길’ 등을 펴냈으며 오는 8월 20일까지 진도 여귀산미술관에서 이번 시화집 출간 기념 전시를 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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