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그림이 주는 따스한 위로, 아련한 추억
임현채 작가 ‘함께 가는 거야’전...예술의 공간 집서 28일까지
2024년 07월 18일(목) 15:20
‘꿈 많던 시절’
동화와 같은 그림이 주는 추억과 환상.

그의 그림을 보며 동화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어딘가로 날아가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내면 깊은 곳에 간직해 두었던 동화와 같은 장면 같기도 했다.

임현채 작가의 삶의 따스한 기억과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예술의 공간 집에서 오는 28일까지 펼쳐지는 ‘함께 가는 거야’는 동화 속 어느 장소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각각의 그림은 지긋이 미소를 짓게 하는 힘이 있다. 풀어낸 과거의 시간은 핍진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저 자연스럽게 응축한 옛 시간에는 “아 그때 그랬지”라는 혼잣말이 깃들어 있다.

많은 그림에는 풍선이 오브제로 등장한다. 풍선은 작가가 상정하는 어떤 세계를 대변하는 상징물 같다. 지나치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풍선은 맞춤한 크기다. 하늘을 배경으로 떠 있거나 조금 바람이 빠져 있거나, 풍선은 잔잔한 일상의 단면을 담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풍선이 허공에 뜨는 것은 그 안을 채우는 공기가 있어서다. 하루하루 전쟁과도 같은 삶에서 웃을 수 있는 것은 추억과 기억이라는 가벼운 ‘공기’가 있기 때문이다. 무게를 빼고, 진지함을 덜어낸 자리에라야 미소가 스며들 수 있다.

‘꿈 많던 시절’이라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어린 시절, 즉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게 된다. 허름한 초록색 대문 사이로 켜켜이 쌓인 돌과 밑둥만 남은 그루터기는 얼핏 남루해 보인다. 그러나 초라하지 않고 따스하다. 그루터기 위에서 먼 곳을 바라보는 소년과 소녀는 빨리 어른이 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픈 어린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대문 위에 바람이 빠진 채 걸쳐 있는 파랗고 노란 풍선은 얼핏 가리워진 현실의 무게로 다가온다.

‘때론’
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확대해 보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며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저마다의 마음 속에 간직해 둔 소중한 보물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당신의 조각을 그려 보아요’(상시 진행)와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인 ‘도란도란 그림 이야기’(20일 오후 2시, 25일 오후 7시)가 그것.

한편 임 작가는 전북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조선대에서 서양화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광주신세계미수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10회 개인전과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721283600771114007
프린트 시간 : 2025년 07월 10일 05: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