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김창열·최종섭…한국 대표 추상미술 걸작 한자리에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 8월15일까지 하정웅미술관
’단색화 전통’ ‘1세대 추상미술’·‘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 등 4개 주제
’단색화 전통’ ‘1세대 추상미술’·‘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 등 4개 주제
![]()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은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전을 8월 15일까지 연다. 사진은 호남추상미술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 주제전 모습. |
추상미술은 대상을 주관적 인식에 따라 표현한 미술을 일컫는다. 구체적 재현보다 작가의 감정과 해석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술이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한다면, 작가의 무의식 세계를 화면에 구현하는 추상미술은 예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한국 추상미술 작가들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8월 15일까지 열리고 있는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전은 추상미술의 주요 작가와 경향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추상미술 전개에 있어 중요 역할을 담당했던 호남 추상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만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가는 박서보, 김창열, 윤명로 등 모두 27명이며, 개성적이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이 발현된 작품들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변길현 하정웅미술관장은 “하정웅 명예관장은 1980년대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현대미술전’에서 박서보 등 추상미술작가를 만나 40년의 인연을 이어왔다”며 “이후 한국의 작가 작업실을 방문해 작품을 수집했고, 후일 이 작품들을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했다.
전시는 모두 네 개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단색화 전통’은 1970년대부터 박서보를 비롯해 윤형근, 하종현 등이 전개한 모노크롬 추상미술에 초점을 맞췄다. ‘단색’을 뜻하는 ‘모노크롬’(monochrome)은 대상의 구별을 없애고 화면을 평면으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김종일, 김진석,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정영렬, 최명영, 최종섭, 하종현, 허황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박서보의 ‘묘법 6-80’은 단색조에 드로잉을 반복한 작품이다. 선을 긋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의식의 흐름과 같은 자동기술적 방식은 작업 당시 작가의 감정과 정서를 반영한다.
광주에서 태어나 홍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정영렬은 50년대 후반 앵포르맬 미술을 추구한 작가다. ‘적멸 연작’은 전통 소재와 추상 형식이 결합된 작품이다.
‘적멸 84-P11’은 눈물 자국 같기도, 씨앗 같기도 형체로 눈길을 끈다. ‘적멸’은 “번뇌의 세상을 완전히 벗어난 높은 경지”를 일컫는 불교 용어다. 사색적, 철학적 정신의 흔적은 정신과 물질의 경계를 넘어 융합적 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구성 ‘1세대 추상미술’은 1920년대 이전 태어난 작가들을 아우른다. 변종하를 비롯해 유강열, 이성자, 이세득, 이항성 작가의 작품이 주인공들이다.
이성자의 ‘극지로 가는 길’은 제목이 환기하듯 이상적 세계에 대한 염원을 투영했다. 별자리에 자리한 기하학적 무늬, 동양 세계에 대한 추구,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특징이다. 기하학적 형태를 달무리가 진 듯한 색감으로 표현해 부드러움과 안온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세 번째 섹션 ‘추상미술의 다양화’는 6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아방가르드 작가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김구림, 김창열, 문신, 오이량, 윤명로, 이두식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무명에 먹으로 그린 윤명로의 ‘얼레짓’은 일정한 붓질로 화면의 균질을 시도했다.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정치한 균형이 작품의 매력이다. 사유의 기저에 드리워진 응축된 에너지는 실험적 기법을 지향하는 열정으로 읽힌다.
마지막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는 지역 추상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과 호남 추상화단의 선구자인 양수아, 강용운을 비롯해 에뽀끄을 중심으로 활동한 김용복, 김종일, 우제길, 장지환, 최종섭, 최재창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에뽀끄를 결성하고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떤 김종일의 ‘블랙’은 검은색 단색 회화로, 직사각형 안에 검정 직사각형이, 그 안에 다시 검정 직사각형이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빛의 화가’인 우제길의 ‘work89-1026’은 빛과 어둠을 표현한 연작 가운데 한 작품으로, 표현의 파장을 증폭하는 데 방점을 뒀다.
최종섭은 초기 앵포르멜 추상에서 기하학적인 화면에 앵포르멜 요소를 절충한 작가다. ‘Korean Fantasy’는 서양의 채색과 모노크롬 기법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시선을 끈다.
한편 김준기 시립미술관장은 “하정웅 명예관장의 메세나가 토대가 돼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추상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단색화에서부터 1세대 추상미술 , 지역추상미술의 역사인 에뽀끄 등에 이르는 다채로운 추상미술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대표적인 한국 추상미술 작가들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8월 15일까지 열리고 있는 ‘하정웅컬렉션으로 만나는 한국추상미술’전은 추상미술의 주요 작가와 경향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가는 박서보, 김창열, 윤명로 등 모두 27명이며, 개성적이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이 발현된 작품들로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변길현 하정웅미술관장은 “하정웅 명예관장은 1980년대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현대미술전’에서 박서보 등 추상미술작가를 만나 40년의 인연을 이어왔다”며 “이후 한국의 작가 작업실을 방문해 작품을 수집했고, 후일 이 작품들을 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했다.
첫 번째 ‘단색화 전통’은 1970년대부터 박서보를 비롯해 윤형근, 하종현 등이 전개한 모노크롬 추상미술에 초점을 맞췄다. ‘단색’을 뜻하는 ‘모노크롬’(monochrome)은 대상의 구별을 없애고 화면을 평면으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김종일, 김진석,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정영렬, 최명영, 최종섭, 하종현, 허황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박서보의 ‘묘법 6-80’은 단색조에 드로잉을 반복한 작품이다. 선을 긋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의식의 흐름과 같은 자동기술적 방식은 작업 당시 작가의 감정과 정서를 반영한다.
광주에서 태어나 홍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정영렬은 50년대 후반 앵포르맬 미술을 추구한 작가다. ‘적멸 연작’은 전통 소재와 추상 형식이 결합된 작품이다.
![]() 장지환 작 ‘75-E’ |
두 번째 구성 ‘1세대 추상미술’은 1920년대 이전 태어난 작가들을 아우른다. 변종하를 비롯해 유강열, 이성자, 이세득, 이항성 작가의 작품이 주인공들이다.
이성자의 ‘극지로 가는 길’은 제목이 환기하듯 이상적 세계에 대한 염원을 투영했다. 별자리에 자리한 기하학적 무늬, 동양 세계에 대한 추구, 동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특징이다. 기하학적 형태를 달무리가 진 듯한 색감으로 표현해 부드러움과 안온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세 번째 섹션 ‘추상미술의 다양화’는 60년대 후반 이후 한국 아방가르드 작가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김구림, 김창열, 문신, 오이량, 윤명로, 이두식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무명에 먹으로 그린 윤명로의 ‘얼레짓’은 일정한 붓질로 화면의 균질을 시도했다.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정치한 균형이 작품의 매력이다. 사유의 기저에 드리워진 응축된 에너지는 실험적 기법을 지향하는 열정으로 읽힌다.
마지막 ‘광주추상미술과 에뽀끄’는 지역 추상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국과 호남 추상화단의 선구자인 양수아, 강용운을 비롯해 에뽀끄을 중심으로 활동한 김용복, 김종일, 우제길, 장지환, 최종섭, 최재창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에뽀끄를 결성하고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떤 김종일의 ‘블랙’은 검은색 단색 회화로, 직사각형 안에 검정 직사각형이, 그 안에 다시 검정 직사각형이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빛의 화가’인 우제길의 ‘work89-1026’은 빛과 어둠을 표현한 연작 가운데 한 작품으로, 표현의 파장을 증폭하는 데 방점을 뒀다.
최종섭은 초기 앵포르멜 추상에서 기하학적인 화면에 앵포르멜 요소를 절충한 작가다. ‘Korean Fantasy’는 서양의 채색과 모노크롬 기법이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시선을 끈다.
한편 김준기 시립미술관장은 “하정웅 명예관장의 메세나가 토대가 돼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추상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보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단색화에서부터 1세대 추상미술 , 지역추상미술의 역사인 에뽀끄 등에 이르는 다채로운 추상미술을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